박형우 연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김남균 연세의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소아심장과 임상연구조교수 정상 성인의 심장은 1분에 60~100회 정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를 대략 계산해보면 하루에 10만 번 이상, 평생 동안에는 20~30억 번을 박동하는 셈이다. 성인의 경우 한 번 박동할 때마다 70㎖ 정도의 혈액을 온몸에 공급해주는데, 주먹 크기 정도의 심장이 평생 동안 20만ℓ이상의 혈액을 뿜어내는 셈이다. 우리 몸속의 혈관의 길이를 모두 합치면 12만km 정도이며, 지구 둘레의 2.5배나 된다. 이렇게 심장이 부지런히 일을 해서 온몸의 혈관으로 혈액을 공급하여 필요한 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제거해줌으로써 우리의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번 호에는 이러한 심장이 어떻게 발생되는지, 또 그 발생 과정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선천성 심장병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심장의 발생 과정 정자가 난자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은 새로운 생명체의 시작이며, 빠른 세포분열을 통해 여러 세포들로 이루어진 세포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이 세포들은 위치에 따라 겉에 놓여 있는 세포인 영양막과 이 세포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내부세포집단으로 구별된다. 영양막은 엄마의 자궁내막과 함께 태반을 형성한다. 내부세포집단은 결국 원반 모양으로 되어 3개의 세포층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각각 외배엽·중배엽·내배엽이라 한다. 외배엽은 표피와 신경계통을, 내배엽은 소화관·호흡기계통 등을 형성한다. 심장과 혈관들은 중배엽에서 발생한다. 심장과 혈관은 발생 과정 중에 가장 먼저 형성되지는 않지만 가장 먼저 기능을 시작하는데, 발생 4주 초가 되면 박동을 시작한다. 이렇게 심장과 혈관이 빠르게 기능을 시작하는 까닭은 태반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태에서 발생 중인 태아는 성인에 비해 많이 미숙하지만, 잠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오묘하고 복잡하고 역동적인 발생 과정을 겪으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발생 3주경에 U자 모양의 혈관망이 만들어지는데, 머리 쪽 부분의 혈관망이 후에 심장으로 발달한다. 처음에 좌우 대칭으로 만들어진 튜브 모양의 원시 심장관은 길어지면서 발생 4주(임신 4주)경에 중간에서 휘게 되는데, 처음에는 U자 모양을 하다가 결국 S자 모양을 이루게 된다(그림1). 그리고 심방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오른쪽으로 크게 팽창하면 겉모양은 성인의 심방과 모양이 비슷해진다(물고기의 심장과 비슷함). 이후 이들 방 사이에 칸막이 즉 심장중격이 만들어져 4개의 방이 발달하며, 심장의 오른쪽 부분의 혈액 흐름과 왼쪽 부분의 혈액 흐름이 형성된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태아의 폐가 기능을 하고 있지 않고 태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몇 군데에서 두 혈액 흐름이 서로 통해 있다. 심장중격의 큰 골격이 형성되는데는 약 10일 가량이 걸리는데, 대략 발생 4주 말경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발생 6주 초가 되면 대부분의 심장중격이 만들어진다(그림2). 이 시기에는 심장의 외형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주변의 장기들이 형성되면서 심장의 상대적인 위치가 변한다. 출생 이전의 태아는 폐로 숨을 쉬지 않는 대신 태반이 호흡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심장을 이루고 있는 2개의 심실과 2개의 심방은 그 구조가 태아와 성인이 동일하지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성인의 경우 심장의 오른쪽 부분과 왼쪽 부분이 서로 통해 있지 않아 소위 산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빨간 피와 노폐물이 쌓인 파란 피가 섞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태아 때에는 성인에게서 볼 수 없는 우회 순환로가 발달하여 빨간 피와 파란 피가 섞이지만, 출생 직후 탯줄이 묶여 태반으로 가던 순환이 중지되고 폐로 호흡을 하게 되면서 임시로 만들어졌던 우회 순환로가 막히고 정상적인 심장구조로 된다. 발생 과정의 이상에서 오는 선천성 심장병 심장의 발생 과정에 이상이 있을 경우 각종 선천성 심장병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생아의 약 0.8~1%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이 발생한다. 임신 중 특히 임신 초기의 약물 복용, 흡연, 음주, 그리고 특정 바이러스(예: 풍진 바이러스-동맥관 개존증)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선천성 심장병이 발생할 수 있으며, 태아가 다운증후군·터너증후군 등 유전적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에도 선천성 심장병의 발생률이 높다. 따라서 심장과 주요 장기의 발생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임신 초기에는 감염, 약물 등에 대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면 가장 흔한 몇 가지 선천성 심장병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살펴보자. 심방중격결손 두 심방 사이의 벽에 구멍이 남아 있는 심방중격결손은 발생 5주를 전후로 심방중격 즉 벽이 형성되는 과정에 이상이 있을 경우 나타난다. 즉, 정상적으로 심방 사이의 벽은 두 개가 시간 차를 두고 성장하여 일부분이 흡수되는 과정을 거쳐 우심방에서 좌심방으로만 피가 통과할 수 있는 판막과 같은 구조를 형성한다. 이를 난원공이라 하며, 우회 순환로 중 하나이다. 출생 때 폐가 호흡을 하게 되면 폐에서 좌심방으로 많은 혈액이 들어와 이 판막은 자연스럽게 닫히게 된다. 그러나 두 개의 벽 중에 하나가 덜 자라거나 흡수되는 부위가 너무 크게 되면 두 심방 사이에 비정상적인 구멍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심방중격결손은 전체 선천성 심장병의 8~10% 정도를 차지한다.
심실중격결손 두 심실 사이의 벽에 구멍이 있는 경우를 심실중격결손이라 한다. 심실은 발생 4주 말부터 바깥쪽의 세포가 증식하지만 안쪽에서는 흡수되어 점차 팽창하게 된다. 이때 두 심실 사이의 부분은 흡수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심실중격의 일부분이 되는데, 이 부위를 근육부중격이라고 한다. 심실에서 동맥으로 이어지는 심장의 부분은 동맥간이라 하는데, 꽈배기 모양으로 꼬이면서 대동맥과 폐동맥간으로 나뉜다. 따라서 이 두 동맥을 구획하는 중격과 심실중격의 근육부 사이에는 큰 틈이 남게 된다. 이 틈 사이로 주위 조직이 자라 들어가 얇은 막 모양의 중격에 의해 막히게 되는데, 이를 막성부중격이라 하고 이곳에서 심실중격결손이 가장 흔히 생긴다. 심실중격결손은 가장 흔한 선천성 심장병이며, 전체 선천성 심장병의 30~40%를 차지한다. 동맥관 개존 태아기에 폐동맥과 대동맥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우회 순환로인 동맥관은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기능적으로 혈류가 지나가지 않게 되며, 2~3주가 지나면 구조적으로 완전히 막히게 된다. 출생 후 폐가 기능을 하면서 동맥관이 닫히는데, 계속 열려 있으면 동맥관 개존증이라 한다. 이것은 선천성 심장병의 7~8%를 차지하는 비교적 흔한 병이며, 미숙아에게서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방실중격결손 심방과 심실을 연결시켜주는 좁은 통로를 방실관이라 하며, 이곳에도 중격이 만들어져 두 혈액 흐름이 가능해진다. 방실관에 만들어지는 중격은 심방중격과 심실중격이 붙는 곳이기에 심장의 중심이라 볼 수 있다. 만일 방실관의 중격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심방중격결손과 심실중격결손을 포함하는 심각한 기형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를 잔존방실관 또는 방실중격결손이라 한다. 이 외에, 동맥관이 전혀 구획되지 않거나, 꽈배기 모양으로 구획되지 않거나, 불균형적으로 구획되면 잔존동맥간·대혈관전위·대동맥협착·폐동맥간협착 등의 기형이 나타날 수 있다. 선천성 심장병의 조기진단 출생 직후 태아 순환에서 신생아 순환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심장혈관계통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변화는 신생아가 폐로 숨을 쉬고 탯줄이 잘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며, 태아 때에 존재했던 우회 순환로(태반정맥과 하대정맥을 연결하던 정맥관,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의 동맥관 및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의 난원공)가 막혀 정상 성인에서처럼 심장의 오른쪽 부분과 왼쪽 부분에서 일어나는 혈액 흐름이 전혀 섞이지 않게 된다. 출생 후 여러 이유로 이러한 발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출생 후에 폐동맥 압력이 매우 높아서 태아기의 순환경로로 피가 흐르는 ‘태아순환 지속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신속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임신 후 20주면 태아심장초음파 검사로 심장 기형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아심장초음파 검사가 가능하다. 이상이 발견되어도 단순한 심장 기형의 경우 출생 후에 완치가 가능하므로 소아심장과 전문의사와 상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