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준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교수 최근에 운동을 지속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유산소운동(有酸素運動)과 근력운동 즉 무산소운동(無酸素運動)만 생각하고 운동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피트니스센터에서도 각종 그룹 운동법을 만들어 유연성운동과 균형운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운동하기에 앞서 균형과 유연성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운동을 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얻어낼 수가 있다. 유연성이란 무엇인가 유연성(柔軟性)은 관절과 근육이 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으로 표현되며, 근육의 수축력과 관절 및 인대의 발달 상태에 좌우된다. 이 유연성을 어려서부터 기르면 나이가 들면서도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전혀 관심을 쏟지 않으면 유연성은 젊은 나이에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유연하다 함은 모든 운동을 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부상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통증의 큰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이 유연성은 운동 장애 및 부상의 예방은 물론 신체 젊음의 척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유연성은 우리가 생활 활동, 운동 등을 하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로서, 아무리 근육의 힘이 강하다 하더라도 유연성이 부족하다면 그 큰 힘을 활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근 위축이나 인대 등의 손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면 부상의 위험뿐 아니라 그 주위에 통증을 일으키게 되고 심하면 자세의 이상까지도 가져오게 된다. 유연성의 부족에는 2가지의 원인이 있다. 하나는 어려서부터 유연성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이다. 또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자연 유연성 부족, 부상이나 잘못된 신체의 움직임으로 근육에 이상이 와서 생기는 유연성의 부족이다. 유연성은 정상적인 관절운동 범위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가운데 정적(靜的) 유연성은 근골격이 최대한으로 늘어난 상태에서의 관절운동 범위를 말하며, 동적(動的) 유연성은 관절이 움직이는 동안의 힘이나 저항을 말한다. 이 유연성에 관여하는 관절 주위의 조직은 관절피막(47%), 근육과 근막(41%), 건과 인대(10%), 피부(2%) 등이다. 여기서 관절피막(關節被膜:joint capsale), 건(腱:힘줄) 그리고 인대(靭帶)는 비탄력조직인 콜라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근육(筋肉)과 근막(筋膜)은 탄력 조직으로 구성되어 움직임이 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는 변형 구조로 되어 있어 훈련 여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유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우선 유연성에 장애가 되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보자. 우리 몸의 근육은 2가지 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운동을 안 하거나 또는 기본운동 없이 심하게 운동을 했을 때 근육의 단축이 오는 근육군이고, 두 번째는 약해지면서 길게 늘어지는 근육군이다. 근육단축의 경우에 치료법은, 약해진 근육군을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축된 근육군을 정상화시킨 후에 균형운동(balanced exercise)을 해주어야 한다. 이는 신체 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 많이 오는데, 최근에는 기본운동 없이 테니스·골프 등을 하는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수영 등 만능선수이며 매일 체육관에서 체력 훈련을 하던 40대의 장년 남성이 어느 날 바닥에 어깨를 대고 두 다리를 머리 너머로 넘기는 시도를 하다가 삼두박근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개월 간 통증으로 고생을 하던 그는 근육단축 해소 훈련을 시작하여 6개월 정도 지나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골프를 열심히 치는 60대와 70대의 두 사람이 몇 년 전부터 어깨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최근에 와서 팔의 앞쪽이 툭 튀어나오면서 다소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느껴 진단을 받은 결과 이두박근이 끊어져 있었다. 이와 같이 어깨 주위의 근육이 단축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 몸의 유연성을 빼앗아감은 물론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강함보다 유연함이 실제로 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몸의 진정한 건강은 유연하면서도 좌우 균형이 잘 맞아야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근육의 단축은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 특히 남성들에게 의외로 많았다. 방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편하게 앉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 경우는 허벅지 근육이 단축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한편, 우리 신체에서 균형은 유연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 몸에서 균형이라는 말은 몇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우리 몸의 좌우 근육의 능력과 기능의 균형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체력이 아무리 좋고 유연성이 있다 하더라도, 신체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 이상이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농구 선수가 점프를 할 때 좌우 균형이 다를 경우 부상을 당하기 쉬우며, 슛을 할 때에도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면 그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몸은 좌우균형기계(Bilateral machine)와 같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연성·강도 그리고 균형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참으로 건강한 신체가 완성되는 것이다. 모든 운동에 앞서 신체 디자인 운동부터
많은 서적이나 미디어를 보면 스트레칭, 알렉산더 운동, 파일레이트, 요가 등으로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들 방법은 유연성을 증가시키는데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먼저 근육 이상의 교정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디자인을 바르게 한 다음에 위의 운동들을 하면 한층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① 알렉산더 운동(Alexander Technique) 알렉산더 운동은 나쁜 자세 교정법의 하나인데, 리듬 있게 신체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운동이지만 근육 강화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 ② 파일레이트(pilate) 근육 강화, 균형 그리고 신체 정렬에도 좋은 운동이다. 다만 장비가 필요하며,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어서 특별한 장소가 있어야 한다. ③ 요가(yoga) 근육의 유연성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몸의 중심부(core)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못하며, 몸의 좌우 근육의 강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잇다. ④ 각종 격투가(marital arts) 근육 강화와 유산소 운동에 매우 좋으나, 신체 디자인에 유의하면서 해야 한다. 위의 모든 운동들은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하여 즐겨 하는 운동이지만, 운동을 하기 전에 신체의 디자인을 조사하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한 후에 시행해야 한다. 더불어 그 후에도 계속해서 디자인 운동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직업적인 운동 선수들도 자신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운동 기술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이때 신체 디자인도 기본으로 돌아가 진단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