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129호 편집팀⁄ 2009.07.28 23:36:49
속칭 ‘나가요’ 언니들에게 강남은 꿈의 무대다. 서울의 미아리, 청량리, 파주시의 용주골, 부산의 완월동으로 대표되는 사창가 시스템의 성매매 업소는 강남에서 발을 붙이지 못한다. 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강남구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 같은 ‘명성’이 그리 달갑지 않다. 하나회의 쿠데타 성공으로 불법적 정권으로 들어온 5공화국 시절 쿠데타 정부가 국민 우민화 정책으로 섹스산업을 번창시킬 때는 상류 1%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성매매 컨셉트를 유지하며 매매춘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불법적 정권이 완전히 몰락하고, 2003년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김강자 총경의 청량리 588번지 일대 사창가 정리와 지난해 9월 경찰대학교 1기 이중근 경찰서장의 장안동 일대 변태 안마방 성매매 싹쓸이 등 성매매 근절 영웅 2인방의 활약이 전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은 여전히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성매매의 성역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 이어 현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강남의 고급 성매매를 비호하는 세력은 없었다. 또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매매춘에 대한 처벌의 형평성 논란은 제기돼 왔으나 단 한 번도 법령에 의해 매매춘이 불법화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매매춘 수호자는 뜻밖에도 경찰조직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도, 노무현·김대중 대통령도, 민주당도 강남의 성매매를 비호하는 세력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끊임없는 단속과 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 성매매의 성역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였다. 대한민국 매매춘 산업의 성역을 수호하는 지킴이 세력이 드디어 밝혀졌다. 그런데 그 세력이 대한민국 경찰, 그것도 성매매를 지도 단속해야 하는 경찰 조직이었다는 점에서 허탈감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더라도, 혹은 한나라당에서 성산업의 삭초제근(朔草制根)을 결정했더라도,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경찰 조직 그 중에서 강남경찰서다. 그런데 바로 그 강남경찰서가 강남 유흥업소의 숨은 지킴이였기에 강남이 아직도 ‘텐프로’ ‘세미텐’ 등 고급 성매매의 성역이 될 수 있었던 것. 7월 21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단속정보 유출 및 허위단속 등의 방법으로 성매매 업소들을 비호해준 대가로 정기적인 상납을 받은 혐의로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 중 15명 파면, 2명 해임, 3명 징계처분 등 21명을 중징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은 “문제의 경찰관들은 2006년 7월부터 1년 간 단속 정보를 제공하고 미성년자 고용과 여종업원의 2차 장려 및 강요, 변태적 시중 등 불법행위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 왔으며, 이를 대가로 매달 30여 개 업소에서 각각 20여만 원에서 30여만 원씩 상납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모은 금액이 대략 700만 원 선. 특히 이 모 경사는 강남 유흥업소 상납 및 비호 경찰 조직의 총무 역할을 맡아 매달 업소들로부터 돈을 거둬와 동료들에게 분배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의 성매매 성역 실태 이 때문에 강남경찰서 스스로, 경찰청 혹은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그리고 청와대·한나라당의 기획에 의해 계속적으로 특별단속의 타깃이 됐을 뿐 아니라 수시로 성매매 단속을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업소는 오히려 늘어만 가고 성매매의 방법과 농도도 더욱 짙어만 갔다. 7월 21일 성매매추방범국민운동은(이하 성매매추방운동) 서울 강남경찰서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강남지역 성매매 업소들의 실태를 전격 폭로했다. 이를 위해 성매매추방운동 측은 7월 1일부터 15일까지 강남구 역삼동을 타깃으로 안마시술소·단란주점·노래방·이발소 등 82곳의 업소들을 직접 방문해 성매수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혀본 결과 63곳에서 적극적으로 성매매 제공과 알선 의사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안마시술소의 경우 22곳 모두 성매매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추방운동에 따르면, 성매매 근절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 이전에 자료조사 차원에서 우선 강남구 내 성매매 업소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구청에 유흥업소로 공식 등록된 곳은 단란주점 547개소, 유흥접객업소 358개소, 노래방 347개소, 이발소 137개소, 안마시술소 41개소 등 총 1430곳에 달했다. 유흥접객업소란 휴게텔, 키스방, 각종 마사지 업소 등 변종 성행위 제공 업소들을 의미한다. 안마시술, 시각장애인에게서 빼앗더니 결국 변질 이 같은 공식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성매매추방운동이 직접 강남구 전역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니며 알아본 결과, 이들 중 안마시술소에서는 100% 성매수가 가능하며, 그 외 노래방, 단란주점, 키스방, 변종 마사지 업소, 휴게텔 등 안마시술소를 제외한 모든 유흥업소들은 대체로 80%가 성매매를 주요 업으로 삼고 있었다. 이 가운데 안마시술소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안마시술소협회에 관여했던 시각장애인 A 씨는 “안마시술소의 성매매 100%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안마시술소는 사실 지난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시각장애인의 생활 보장 차원에서 시각장애인만이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정됐었다. 그런데 IMF 이후 실업대란에 대한 조치 중 일환으로 비시각장애인도 안마보조를 할 수 있게 허용이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마사지를 받은 후 비시각장애인 여성 안마보조원과 섹스 혹은 유사성행위를 하는 절차가 코스로 정착됐다. 이후 시각장애인 여성 안마사들도 창녀라는 사회적 오해가 쌓여가자, 급기야 안마사들이 협회 차원에서 섹스를 판다면 안마를 거부하겠다고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법 체계상으로는 성매매 여부와는 관계없이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시각장애인 원장이 없으면 무조건 불법 업체로 지목돼 구속·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안마시술에서 섹스를 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손님이 줄어들자 안마시술소 주인들이 비시각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르렀고 결국 업주들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