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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클리닉]가슴을 수술하지 않고 고치는 선천성 심장병

<1>심방중격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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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0호 편집팀⁄ 2009.08.11 10:44:27

최재영 연세의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소아심장과 조교수 선천성 심장병이라고 하면 누구나 막연하게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심한 청색증에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전신이 부어오르는 심부전 상태를 떠올리면서 선천성 심장병을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더욱이 소중한 우리 아이에게 선천성 심장병이 있다면 부모들은 마치 하늘이 무너질 듯한 충격에 휩싸이기도 한다. 태아 시기에 심장의 발달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심장의 구조적 이상을 보이는 선천성 심장병은 심장수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되어왔다. 그래서 언뜻 선천성 심장병이라면 심장수술을 떠올리곤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선천성 심장병이란 고치기 힘들고, 치료를 하더라도 심장을 열어서 수술을 해야 하는 병으로 알기가 쉽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함으로써, 가슴을 열어 수술을 하지 않고도 혈관을 통해 기구를 삽입하여 선천성 심장병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어왔고, 실제로 안전하게 널리 시행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지금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비수술적 시술을 통해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선천성 심장병이 바로 심방중격결손이다. 심방중격결손이란 무엇인가 심방중격결손은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심방중격이 태어날 때 완전히 막히지 않아 구멍이 남아 있는 심장 기형이다. 전체 선천성 심장병의 약 8~10%를 차지하는 비교적 흔한 심장 기형 중 하나이며, 기본적으로 심방중격의 잘못된 발생으로 생긴다. 위치에 따라 1차형·2차형·정맥동형 세 가지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2차공 결손이 약 75%로 가장 흔하다.

정상적인 심장의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에는 구멍이 없으므로 혈액이 서로 섞이지 않으나, 심방중격결손이 있는 경우에는 이 구멍을 통해 압력이 높은 좌심방에서 압력이 낮은 우심방으로 혈액이 흐르고, 이 때문에 우심방을 통해 폐로 가는 혈류가 많아져 이로 인해 심장과 폐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방중격결손은 대개 소아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병의 유무 자체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성장이 더디거나, 감기·폐렴 같은 호흡기 감염을 자주 앓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학교에서 우연히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발견되거나, 성인이 된 후에 부정맥이 생겨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심방중격에 구멍이 있다고 하여 모든 경우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구멍을 통해 상당한 양의 피가 새서 심장과 폐에 부담을 주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한데, 오른쪽 심장으로 피가 많이 몰려 과부하가 생기거나, 결손을 통해 정맥에서 만들어진 혈전(피딱지)이 왼쪽 심장으로 넘어가 색전성 합병증(혈전이 동맥을 막아 생기는 합병증 : 뇌경색 등)을 일으키면 치료를 해야 한다. 김미정(여, 25세) 씨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 취직하여 미래의 설계에 들떠 있었다. 입사 전에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통보받았다. 한창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사회에 첫발을 디딘 미정 씨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심장이 이상하다는 말에 깜짝 놀란 미정 씨는 그날로 대학병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고 진단을 위해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에 구멍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단명은 심방중격결손이었다. 순간, 미정 씨는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심장에 구멍이 있는 상태로 지내왔다는 사실과 앞으로 이 구멍을 치료하기 위해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특히 젊은 미혼 여성의 입장에서는 심장에 병이 있다 하더라도 가슴에 커다란 수술 자국을 남겨야 한다면 치료하지 않고 그냥 지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치료 방법에 대해 의사와 상담한 후로 미정 씨는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심방중격결손은 다리 사타구니에 있는 큰 혈관을 통하여 심장까지 작은 도관을 넣고 이 도관으로 기구를 삽입하여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하지 않고도 심장에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구멍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미정 씨는 며칠 후 입원을 해서 기구를 이용해 심방중격결손을 치료받고, 지금은 이전에 커져 있던 심장도 정상으로 돌아와 매우 건강한 상태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해수욕장으로 휴가를 갔다고 한다. 비키니를 입고 검게 그을린 피부를 한 매우 건강한 미정 씨를 상상해보았다. 심방중격결손, 어떻게 치료하나 심방중격결손의 치료 방법은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하는 방법과 혈관을 통해 폐쇄기구를 삽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수술적 방법은 결손의 개수, 위치나 해부학적 특성에 관계없이 모든 결손에 대하여 잘 치료할 수 있으며 치료 비용이 덜 드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구를 삽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은 합병증과 위험률이 더 적고 고통이 덜하고 치료 시간이 짧으며 수술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요즘은 가능하면 상처를 작게 남기는 최소 절개술을 시행하고 있고, 가슴 중앙을 절개하는 방법과 젖가슴 아래를 작게 절개하는 방법이 있다. 수술 방법에 따라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환자마다 수술 전에 어디를 절개할지를 환자와 상의하면서 결정하게 된다. 기구를 통한 시술의 경우, 다리의 큰 정맥을 통해 긴 도관을 심장까지 삽입하고 이 도관 안으로 특수하게 고안된 폐쇄기구를 넣어 구멍을 폐쇄하는데, 약 6개월이 경과하면 기구 위로 새살이 돋아 영구적으로 심방중격결손이 막히게 된다(그림). 최근에는 혈관을 통한 심장 내 초음파를 이용하여 전신마취 없이 시술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준비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30분 정도의 짧은 시술시간 동안에 심방중격결손을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기구를 이용한 치료는 2차형 결손의 90% 정도와 관상정맥동 결손 일부에만 적용되므로, 모든 경우의 심방중격결손에서 기구를 이용한 시술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차형 결손 중 지나치게 결손이 큰 경우, 결손과 주변 위험 구조물과 너무 가까운 경우, 수술적 교정이 필요한 심한 판막 역류를 동반한 경우 등 상황에 따라 제한 요인이 있다. 다행히도 시술 경험이 축적되면서, 과거에는 기구를 이용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결손들 중 적지 않은 부분들까지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구를 이용한 시술 후 심장에 남은 기구는 이물질에 해당되므로, 새살이 돋아서 그 위를 덮기 전까지는 혈전(피떡)이 생기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른 합병증을 막기 위해 혈소판의 응고 기능을 감소시키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하루 한 번씩 약 6개월 간 복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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