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요동치는 가운데 창업시장 역시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점포 보증금과 권리금이 매주 몇 백만 원 규모로 오르내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점포들의 수익성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의 강남·중구·서대문구 등 중심 상권을 보유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강남구 지역의 점포 시세는 주 단위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7월 24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된 가운데 최대 수혜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강서구가 들썩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9호선 개통에 따른 강남구·강서구·영등포구·동작구 등의 권리금 변동과 이들 지역들의 업종 변동을 알아봤다. 예비창업자들 투자비 적은 지역으로 시야 넓혀 이들 상권 내 점포들이 안정적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점 때문에 높은 권리금을 형성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도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비창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더라도 최소의 투자비로 최고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지역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상권보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고 있는 서울시내 다른 지역은 어디일까? 또 한정된 창업비용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역은 어디가 있을까? 이와 관련해 점포거래소 점포라인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이 지난 6월부터 7월 30일까지 점포라인 DB에 등록된 강서구·도봉구·동작구 등 서울시내 10개 구의 점포매물 582개를 강남 지역 점포들과 비교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이들 지역 중 투자금액 대비 수익성이 높은 곳은 도봉구와 금천구로 나타났다. 대상 기간 중 점포라인 DB에 등록된 도봉구 매물은 총 45개로, 이들 매물은 평균 1억2,533만 원의 매매가로 시장에 나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지역 매물의 매매가 대비 월 수익이다. 도봉구 점포는 평균 월 수익이 1,683만 원에 달했다. 원금회수 기간이 7.4개월로 반 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금천구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다. 분석 대상 기간 중 점포라인 DB에 매물로 등록된 점포는 81개로, 이들 점포의 평균 매매가는 1억1,953만 원, 평균 월 수익은 1,457만 원이었으며, 역시 원금 회수기간은 8.2개월에 불과하다. 반면, 강남구는 8.9개월, 서초구는 9.8개월로 이들 지역보다 회수기간이 늦어지는 것으로 조사돼 명암이 엇갈렸다. 이들 지역 점포 중 상당수는 타 지역보다 낮은 수익률(3~4%)을 기록하고 있어, 실제 원금 회수기간은 1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함께 조사된 양천구나 동작구·은평구의 매물 현황을 봐도 잘 드러난다. 양천구 점포(127건)는 평균 매매가 1억7,234만 원으로 대상 지역 중 최고가를 보였지만, 평균 월 수익은 1,730만 원에 머물렀다. 도봉구 매물보다 5,000만 원이나 비싸지만, 평균 월 수익은 고작 50만 원 정도 앞설 뿐이다. 동작구 역시 1억6,810만 원의 높은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금천구와 비슷한 평균 월 수익(1,494만 원)을 보였고, 은평구도 1억6,643만 원이라는 매매가가 무색하게 금천구보다 낮은 평균 월 수익(1,291만 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도봉구와 금천구에서는 어떤 업종이 잘 되고 어떤 업종이 죽을 쑤고 있을까? 6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점포라인 DB에 등록된 도봉구와 금천구 매물 127개를 분석한 결과, 도봉구에서는 오락·스포츠 업종이, 금천구에서는 패스트푸드 업종의 점포 시세가 각각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봉구의 오락·스포츠 업종 중에서는 헬스클럽(1억5,000만 원)과 스크린골프방(3억5,000만 원)이 평균보다 높은 매매가를 보였고, 금천구에서는 제과점 매물의 매매가(1억8,000만 원)가 강세를 보였다. 이 밖에, 양 지역 모두 주류업종 점포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반면, 양 지역의 음식업종·판매업종·서비스업종 관련 점포 시세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약세를 보여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을 실감케 했다. 점포라인 정대홍 과장은 “특정 업종의 지역 내 활성화 상태를 100%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점포 시세와 실제 거래 현황을 통해 동향을 읽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과장은 “가족 단위 외식이 많은 강서구의 경우, 이 같은 지역 특성에 따라 레스토랑의 권리금이 높고 바의 권리금이 낮은 모습이 나타난다”며 “지역별 특성을 잘 파악하고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9호선 개통의 최대 수혜 지역 강서구는 최근 9호선 개통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각광받으며, 점포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지역 전체가 요동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4월부터 9호선 개통일(7월 24일) 전날까지 점포라인 DB에 등록된 강서구·영등포구·동작구·강남구 등 9호선이 경유하는 4개 구 소재 점포 매물 1,495개를 분석한 결과, 9호선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역은 강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 점포(294건) 매매가는 최근 전국의 점포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보증금과 권리금이 모두 강세를 보이며 한 달도 안 돼 20.31%(2,500만 원)나 올랐다. 강서구는 9호선 개통일로 예정됐던 5월에도 매매가가 전월 대비 8.74%(1,242만 원) 오르며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9호선이 경유하는 서울 타 지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동작구와 강남구 등 다른 9호선 수혜 지역은 5월에만 잠시 올랐을 뿐, 7월에 들어서며 매매가가 모두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작구 점포 매매가는 5월에 들어서며 전월 대비 26.12%(3,537만 원) 올랐으나, 이후 2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구 역시 5월 들어 매매가가 2억 원을 넘었으나, 이후 계속 떨어지며 1억7,000만 원 선까지 주저앉았다. 또, 강서구에 이은 수혜 지역으로 평가되는 영등포구도 6월 들어 3,000만 원 가량 올랐지만, 7월 들어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서구를 제외한 3개 구의 점포 시세가 9호선 호재에도 불구하고 감소한 것은 9호선 개통 연기와 창업심리 위축이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이들 지역에는 9호선 이외에 각각 2호선과 4호선이 이미 운행되고 있어 앞으로 형성될 9호선 역세 상권에 대한 기대가 강서구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도 또 하나의 요소로 분석된다. 한편, 4개 지역 매물이 6월 들어 쏟아져 나왔음에도 보증금 시세는 4~5,000만 원 선에서 머물 뿐 하락할 기미가 없어 주목된다. 정 팀장은 이에 대해 “9호선 개통으로 영업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상인들의 기대보다는 역 인근 지역 건물주들의 임대료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한, “9호선 개통으로 역 인근 지역 점포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는 만큼, 점포를 얻을 때 실제 유동인구 및 내점객을 꼼꼼히 체크한 후 계약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장경철 이사는 “9호선 개통은 서울을 한 바퀴 도는 2호선과 맞먹는 황금노선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울 한강 이남의 동서 지역을 빠르게 연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9호선 재료는 이미 시장에 반영돼왔으나, 개통과 함께 노량진·흑석동·당산동·마곡지구 등 통과 지역의 부동산은 다시 한 번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