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해마다 집권 대통령이 복역 중인 우수 수감자들에게 ‘광복절 특별사면’이라는 은전을 베풀어왔다. 이는 대통령 등 국가 최고 통치권자가 지닌 특권 중의 하나로 법제화돼 있는 ‘특별사면권’ 제도에 의한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의 공통제도로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이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 또는 정기사면과 수시사면 등으로 나뉘어져 시행되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이 중 특별사면과 수시사면은 주로 대통령 등 최고 통치 및 권력자들의 특권으로 행사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 없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8·15 광복절’에도 어김없이 대통령 특별사면권이 단행되어 대상자들에게 선물을 한 것이다. 그러나 올 광복절은 여느 해와는 달리, 특사 대상자와 인원 등이 증폭된데다 이른바 ‘유성진 카드’라는 돌발 호재까지 겹쳐 세인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성진 카드’란 다름 아닌 현대아산 소속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 씨를 북한이 별다른 이유 없이 넉 달 넘게 억류했다가 광복절 이틀 전인 지난 13일에 전격 풀어줌에 따라, 꽉 막혔던 남북경색이 풀릴 첫 단추로 작용될 수 있는 카드를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유 씨의 귀환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를 단행함과 아울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광복절 코앞에서 장기 억류했던 유성진 씨를 풀어준 선물(?)에 대한 답례로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우호적인 대북 메시지를 특별선물로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비록 기념사이긴 하지만, 선물의 보다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알맹이는 무엇보다도 남북 지도자와 당국자들 간의 진실하고 강력한 성의와 실천의지 유무에 달려 있는 내용이다. 우선 북측은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유 씨 귀환 조치에 이어 납치 어민 송환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사건에 대한 성의 있는 조사와 조치 등을 내놓아야 하는 반면에, 남측은 쌀·비료 등 중단된 인도적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인적교류 재개 등 우호적인 조치들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남북 양측에 가장 당면하고 실용적인 특별선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새로운 선물은 아니다. 이미 몇 차례나 하다가 중단을 되풀이해왔던 낯설지 않는 선물들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를 통해, 만약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경우 북한에 대한 각종 지원을 아낌없이 할 의지를 강조, 앞으로 북의 핵개발 여부에 따라 북한에 제공할 통 큰 특별선물까지도 내심 마련해놓고 있다는 소문들도 여기저기에서 나돌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5일 로켓 발사에 이어 5월 15일 핵실험까지 강행하며 한반도를 극한 위기상황으로 몰로갔던 북한이 석 달여 만에 변한 듯한 움직임을 엿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달 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전격 초청한데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까지 불러들임으로써 한미 양쪽 모두에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북측은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의 회동에 이어, 현 회장과의 회동에서도 억류자 석방이라는 사면권적 선물을 안겨줬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유화 신호로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 대치 국면도 어느 정도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 공조체제하에 있는 우리 정부는 유 씨의 석방을 남북관계의 큰 진전으로 보면서도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북쪽으로 끌고 간 ‘800연안호’ 선원들도 모두 석방하는 등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기류는 “북한이 분명하게 핵 포기를 선언하고 6자회담에 다시 나올 구체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북한에 줄 선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남한의 특별선물은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함을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남북이 함께 되새겨 두었으면 해서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