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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REVIEW - 도시화 그늘 아래 시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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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2호 편집팀⁄ 2009.08.25 11:04:05

조현정(미학) ‘도시(urban)’라는 단어를 들으면, 흔히 ‘세련됨’과 ‘질서’를 떠올린다. 도시는 편리함과 쾌적함을 주며, 멋지고 새롭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도시의 미덕은 이에 그치지 않아 생활수준 전반을 향상시킨다고 믿는 이도 많다. 그 때문에 앞 다투어 콘크리트를 지어 올렸고, 옛것을 허무는 데에 한 점 미련이 없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도시가 우리에게 제공한 것이 편리함이나 쾌적함만은 아니었다. 환경과 자연에서의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도시가 생성되는 과정의 파괴적 본성 탓에 발생하는 결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한국의 경우, 조성과정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무원칙함은 박탈과 결여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통의동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도회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경복궁과 청와대 인근에 대한 개발 제약이 그 이유다. 그 덕에 1900년대 초기의 기와집과 1970년대의 양옥이 2009년에 완공된 빌딩과 서로 이웃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일방적인 개발의 서슬을 피해 도란도란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은 바로 수 킬로미터 밖에 위치한 고층 빌딩 숲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들고, 전혀 다른 정감을 일깨운다. 특히, 1930년대에 지어져 우리 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보안여관은 이제 그 모든 의무와 책임을 벗고 앙상한 뼈대로 남았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드러나고, 오래된 전기 배선이 마치 현대의 설치 작품이나 실내 디자인으로 느껴지는 곳. 보안여관의 낡음은 통의동의 반 도회성과 궤를 같이하며 아직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 끈질긴 생명에 대한 존중과 찬사를 고스란히 받으며. [Urban & DISurban]전은 보안여관이 보내온 세월에 대한 공감과 애정이 담겨 있다. 미술사 전공의 김숙경이 기획하고, 김소희, 이승준, 이진준, 윤주경 네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3채널 비디오(윤주경)와 조명 설치(이진준), 그리고 일련의 사진 작업(이승준, 김소희)으로 이루어졌다. 컴컴한 복도와 을씨년스러운 객실, 철거된 벽면 상단은 원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압도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작가들의 작업은 낯설지 않게 공간을 채운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 속에 고립된 개인의 슬픔이 나타나 있기도 하고(김소희), 도시 개발이 만들어 내는 몰개성적 속성이 언급되기도 하며(이승준), 화려함 속에 감춰진 혼란이 비춰지기도 하다가(이진준), 종내는 무모한 선정성과 폭력적 계몽에 대한 반감(윤주경)이 드러난다. 이들 작품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그대로 보안여관으로 치환할 수 있다. 외로움과 혼란, 조롱과 공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감정이듯, 보안여관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여와 부정 반대의 의미를 갖는 접두어 'dis-'는 'urban' 앞에 놓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격렬하게 드러냈다. 나아가 도시화의 그늘에 숨은 교훈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우리는 조롱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으며, 적당히 타협한 채 가상의 위안거리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 곳에 스스로를 위치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정작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시대를 관통해 역사를 품었던 보안여관은 반성과 질책의 시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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