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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勞使이면합의 사라진다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만연…특별수당·특별상여금·축하금, 갖가지 휴가 등 이면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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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6호 박성훈⁄ 2009.09.22 14:28:00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왜곡된 노사관계와 방만한 경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부 공기업에서는 연간 휴가 및 휴일 일수가 1년의 절반가량인 171일이나 되는 직원이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노조 간부에게 일반직원의 최대 4배까지 호봉 승급, 이면합의로 과도한 임금 지급, 퇴직 예정자들에게 관광상품권과 선불카드 지급 등을 사례들이 지적됐다. 특히 부속합의서, 보충협약, 노사협의회 합의사항 등 명목상의 공공기관 노사 이면합의에는 과도한 복지혜택이 다수 포함돼 있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그동안 외부 노출을 피하거나 예산 항목에 미반영된 복지제도를 이면합의로 은밀히 시행해왔다. 노조 간부는 공기업의 제왕 감사원이 23개 공기업과 종업원 1000명 이상인 18개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특별점검에서는 노조 간부에게 부당한 특권을 부여한 사례들이 발견됐다. 9월 1일 밝힌 감사 결과에 따르면, A 기관은 1인당 300여만 원이라는, 보수규정에도 없는 노조 간부 수당을 신설해 지급했다. 연간 2호봉씩 올리는 규정을 무시하고 노조 위원장 등 2명에게 연간 5~8호봉을 인상하기도 했다. 노조 지부장의 근무성적 평가도 부서장이 상대평가하도록 돼 있지만, 노조 위원장이 임의로 절대평가해 모두 만점을 준 다른 기관의 사례도 있었다. 노조 전임자를 정부 지침보다 40명 넘게 운영하거나, 노조 전임자 수를 허위로 축소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B 기관에서는 사장과 노조 위원장 간의 임금 관련 부속합의서라는 이면합의에서, 공사 창립을 기념해 매년 1등급 승급이라는 임금인상 규정을 깨고, 2등급 특별승급을 시행하려다 사회 분위기에 밀려 인상이 불발되기도 했다. 노동조합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7년에는 유급 휴무일을 하루 지정해 사용하기도 했다. C 기관의 노사는 사내 기념일에 축하금을 지급하도록 합의하고, 전체 급여의 약 50%에 해당하는 봉급과 직무수당 합계액의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지방에 근무하는 미혼 직원에게 연 100만 원 이내의 결혼정보회사 가입비를 지원하도록 하기도 했다. 노사협의회에서 구체적인 법적 근거 없이 ‘노사 합동 국내외 연수’를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 사장들의 방만 경영 사례도 문제이다. D 기관의 사장은 인건비 잉여예산으로 임직원들에게 선심성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각종 수당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시간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209시간이 아닌 183시간을 적용하고, 시간외 및 휴일근무 수당 할증률도 1.5가 아닌 1.83을 임의로 적용해 수당을 과다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E 기관은 독점적 지위에서 비롯된 이익 발생 부분이 많은데도, 이익이 난다는 이유로 민간기업 평균(95만 원)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은 1인당 1100만 원의 기금을 출연한 후 휴가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1인당 675만 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F 기관은 법정휴가 외에 체력단련휴가·포상휴가 등의 특별휴가를 운영하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서 폐지된 장기근속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민영화·통폐합 준비는 착착…실제 성과는 미미 민영화의 경우 대상 기관 24개 중 농지개량·안산도시개발·한국토지신탁 등 3개 기관의 매각공고가 이뤄졌고, 나머지 21개 기관은 매각을 준비하기 사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37개 공공기관의 통합 과제에서는 상반기까지 18개 기관의 통합이 끝났고, 나머지 절반은 통합이 진행 중이거나 통합에 필요한 법안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기능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20개 기관은 절반 정도 마무리됐다. 정리금융공사·노동교육원·코레일애드컴 등 폐지 대상 5개 기관은 전부 폐지돼 작업이 완료됐다. 하지만 민영화나 통폐합 과제는 인력 조정이나 임금 삭감에 비해 진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계획 발표 때부터 대형 공공기관이 민영화 대상에서 빠지면서 비판론이 없지 않았던데다 실제 매각이 성사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외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14개 기업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쌍용건설 등의 지분매각이 추진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매각 얘기는 쑥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은 노사가 합의한 모든 사항과 각종 복리후생비 지급 현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공기관의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돼온 노사 간의 이면합의나 과다한 복리후생 관행이 사실상 봉쇄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가 8월 2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개정한 공공기관 통합공시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현재 공개되고 있는 단체협약 외에 노사 간에 별도로 합의한 모든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노사 간에 별도로 합의한 사항에는 보충협약이나 노사협의 및 합의 사항 등이 포함된다. 현행 기준에는 “단체협약을 공개한다”고만 돼 있어, 공공기관 중에서 산별노조 차원의 협약 내용만 공개하고 해당 기관 노사가 별도로 체결한 협약은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개정된 기준은 또 각종 급여성·비급여성 복리후생비 지급 현황과 지급 기준 및 조건 등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노사 간의 별도합의 사항은 8월 말까지, 각종 복리후생비 현황 및 기준은 9월 말까지 공시하도록 방침”을 정했다며 “노사 간의 별도합의 사항 등이 공시되면 과다한 복리후생비 지급 등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반기 민영화·보수체계 개편에 박차 정부는 선진화 추진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반기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진도가 느린 민영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상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급랭하는 바람에 민영화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일정의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강호인 공공정책국장은 “경기 상황 때문에 민영화 일정이 늦춰진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제거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수체계 개편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금까지 연봉제나 임금 피크제, 성과관리 시스템 도입을 독려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늬만 연봉제인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호봉 테이블 폐지, 성과연봉 비중 및 차등폭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보수체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5월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보수 ▲직급과 조직 ▲사업구조를 3대 거품이라고 지목했다. 감사원 감사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가 8월 24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노사 간의 각종 합의나 복리후생비 지급 현황을 상세히 공시토록 한 것도 이면합의나 과다 복리후생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재정부는 “올해 5월 이후 17개 공공기관이 단협을 개정했는데 대부분의 기관이 노사 선진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강도 높은 감사에 따라 과도한 복지혜택도 축소되고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노사 간 이면합의를 통해 신설한 ‘보건관리비’(14억 원 지급)와 정년퇴직자 등에게 지급근거 없이 1인당 평균 8600만 원의 공로금을 주는 제도를 감사원 지적에 따라 최근 폐지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단협뿐 아니라 각종 노사협의회 합의사항과 보충협약을 공개함으로써 공공기관 노사의 모든 합의사항이 드러나게 됐다”며 “새로 부임한 기관장이 노조의 협력을 얻기 위해 각종 이면계약을 맺는 관행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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