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상사면 오곡리에 있는 승주 골프장에 도착해서 1번티로 나가다 오른쪽을 보니, 100년은 족히 넘을 우람하고 모양 좋은 향나무가 클럽하우스 왼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가서 자세히 보니, 이 골프장을 만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기념식수이다. 대지 63만 평의 부지 위에 순천만과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구릉 산야를 깎아 1992년 9월에 개장한 이 골프장은 박태준 회장이 주도하여 설립한 것이다. 동코스 3368m, 남코스 3190m, 중코스 3147m 등 총 9500여m에 27홀로 구성되어 있는 이 골프장은 코스마다 특징이 있어 골퍼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요구하는 드라마틱한 골프장이다. 남성적인 동코스는 드라이버 장타에 롱 아이언을 구사해야하고, 여성적인 섬세함을 요구하는 중 코스는 거리는 짧으나 정확성을 요구한다. 2006년 8월에 새롭게 단장한 남코스는 경치와 수려함이 돋보여 골퍼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있는 코스이다. 필자는 이 코스에 매료되어 2일 간에 걸쳐 3개 코스 27홀을 모두 라운드해보았다. 전남에서 제1의 명문 클럽답게 코스의 관리가 완벽하다. 그린의 빠르기가 홀마다 동일하고, 벙커에는 모래가 충분히 들어 있어 벙커 샷을 할 때 밑바닥을 칠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없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별이 확실하고, 그린 주위는 더 정리가 잘되어 있다. 소나무 조경이 아름다워 때로는 서서 감상에 젖기도 한다.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과 캐디들의 매너 교육이 잘 되어 있어 골퍼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이 골프장의 특징은 쉬운 홀과 어려운 홀이 교대로 반복되어 골퍼들에게 긴장감을 준다는 점이다.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코스 설계로 골퍼들은 파(par) 잡기가 수월치 않아 아쉬운 탄성이 곳곳에서 흘러 나온다. 워터해저드와 벙커를 코스 설계의 기본으로 삼아 골퍼들에게 공포감을 유발시킨다. 승주 골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홀은 동코스의 2번 홀 파 5의 핸디캡 1번 홀이다. 거리는 526m로서 비교적 짧은 홀이나, 티 샷부터 골퍼를 주눅들게 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내려다본 이 홀은, 오른쪽은 벙커가 보이면서 턱을 넘으면 바로 연못이고, 왼쪽은 바로 숲으로서 오비(OB) 존이다. 비록 티 샷이 성공해도 두 번째 샷은 좁은 페어웨이에 오른쪽 한쪽은 물 왼쪽은 오비가 기다리고 있어, 세컨 샷은 정확성을 요구하여 롱 아이언으로 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 홀에서 정신적인 혼돈에 빠져 소위 말하는 더블 파 즉 10타를 치고 크게 실망하였다. 지금도 후회하는 것이, 티 샷을 3번 우드로 하였다면 오른쪽 워터 해저드에 공을 수장시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그렇다. 골프나 인생에서 결정적인 순간 때의 판단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이 핸디캡 1번 홀에서 얻었다. 골프를 마치고 순천 시내로 나오면 반찬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한상 한정식이 유명하여, 이곳 한식당에서 남도의 정갈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여수로 나오면 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생선으로 멋있게 치장한 접시회가 올라와 여수의 전통술과 한 잔을 하면 세상만사 다 잊어버리고 여기가 파라다이스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승주 골프장은 여수 골프장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 겨울에는 온난하여 눈이 오지 않는 관계로 많은 골퍼들이 방문하는 겨울철 인기 골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