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임상연구 조교수 말초혈관 질환은 간단히 설명하면 죽상동맥경화가 뇌나 심장이 아닌 팔이나 다리에 생기는 병을 말한다. 죽상동맥경화는 관상동맥에만 국한된 병변이 아니고, 혈관이 분포된 우리 몸의 모든 장기를 침범하는 ‘전신질환’이다. 관상동맥(또는 심장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말초혈관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는 30%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말초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의 약 50% 정도에서 관상동맥 질환이 동반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말초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의 가장 큰 사망 원인도 관상동맥 질환이다. 당뇨나 흡연력이 있는 50세 이상 약 600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 말초혈관 질환의 유병률이 29%나 되었다는 사실은 이 질환에 대한 이해와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필수 요건이 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말초혈관 질환은 팔보다는 주로 다리에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는 말초혈관 질환 중 특히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겠다.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의 증상과 경과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의 증상과 경과는 일정한 거리를 걸을 때 나타나는 하지 통증, 안정 시 통증, 그리고 허혈성 궤양 또는 괴저 병변으로 하지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협착의 정도, 측부순환(갓길혈관)의 정도, 말단혈관의 질병 유무 등에 의하여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증상이 없는 환자도 많다는 것이다.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말초동맥 질환을 가진 환자의 약 10∼30%에서만 통증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율이 낮고, 말초동맥 질환으로 진단된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있는 환자는 물론이고, 증상이 없더라도 70세 이상의 고령, 50세 이상의 흡연자나 당뇨 환자, 50세 미만이라도 흡연·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의 동맥경화증 위험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비교적 간단한 선별검사로는 하지동맥의 맥박 촉지, 발목 부위의 수축기 혈압을 팔의 수축기 혈압 값으로 나눈 발목 대비 팔 혈압지수(Ankle-brachial index; ABI) (그림1), 하지동맥 도플러 초음파 등이 있다. 특히 발목 대비 팔 혈압지수 검사 수치에 따라 0.91~1.3이면 정상, 0.7~0.9는 경도(輕度), 0.4~0.69는 중등도(中等度), 0.4 미만은 중증(重症)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더욱 정확한 진단은 혈관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자기공명영상·혈관조영술 등이 있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경증인 경우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보편적인 약물 치료를 한다. 중증 이상으로 잘 걷지 못하고, 다리의 허혈성 궤양 또는 괴저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경피적 풍선확장술이나 우회로 수술 등을 하여 막힌 혈관을 뚫거나 다른 길을 열어 다리로 가는 혈류를 확보한다. 특히 최근에는 경피적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을 통한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의 치료가 급격히 늘어 많은 환자들에게 수술에 따르는 부담을 경감시켰다. 무조건 걷는 것이 최상의 예방책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은 선진국에 많다. 주된 이유는 동맥경화증과 당뇨병 등이지만, 많이 걷지 않고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는 습관도 주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흡연을 금하고,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발생을 철저히 줄여야 한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질환에 걸릴 위험이 20배 이상 높다. 또한 적당한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복부비만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 환자는 다리가 아파 장시간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운동량이 부족하기 쉬운데, 이는 혈압·당뇨·비만 등의 위험요인을 악화시켜 하지동맥 폐쇄성 질환의 악순환을 초래하기 쉬우므로, 적어도 일주일에 30분씩 세 번 정도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권유한다. 한편,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예방책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쉬우며 중요한 방법은 많이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