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경제 상황이 좋아진다는 분위기 속에, 잠잠했던 중소·벤처기업의 이전이 늘어나고 있다. 본격적인 이사철인 가을을 맞아, 잠잠했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코스피·무역량 등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이 중소·벤처기업들의 이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안양·성남·부천에 올 초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하던 업체들은 낮은 분양률로 상당히 애를 먹다, 올 상반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경기가 회복된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에 올 상반기에 분양한 물량보다 더 많은 양을 올 가을(8월 말~10월 초)에 분양한 곳도 있을 정도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분양을 하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 ‘파트너스타워2차’의 관계자는 “7월까지만 해도 잘 안 되던 분양인데, 9월 들어 강남뿐만 아니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업체들이 기존보다 시설이 좋고 더 넓은 곳을 찾아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경기불황으로 그동안 미뤄두었던 사옥 이전 검토가 전통적 비수기인 7~8월에 오히려 늘어난 사례는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같은 대규모 산업단지의 아파트형 공장에는 협력·경쟁업체가 많아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지하철 1·2·7호선 및 서부간선·남부순환도로에 접한 교통의 요지여서, 성남·안양의 수도권은 물론 인근의 영등포벤처밸리보다 더 분양이 잘 되고 있어 이전을 준비하는 중소·벤처기업 CEO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외국으로 이전하는 기업을 막기 위해 아파트형 공장으로 입주하는 중소·벤처기업에 취·등록세 면제, 재산세 5년 간 50% 면제, 최고 70% 장기저리융자(연4~5%)의 혜택을 주고 있다. 거기에다 관리비가 일반 사무실보다 싸고, 연중무휴로 24시간 개방되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벤처 중소기업들은 아파트형 공장으로의 이전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아파트형공장은 구입자금의 70%를 대출받을 수 있어 분양대금의 30% 자금만 있으면 고액의 월 임차료 대신 대출이자만 감당하면 된다. 관리비는 3.3㎡당 2,000~3,000원대의 일반관리비를 부담하고, 냉난방비 포함 3.3㎡당 5,000원대 전후이다. 강남 오피스의 절반 가격…아파트형 공장 가치 높아져 현재 서울디지털단지 아파트형 공장의 임대료는 237㎡(72평)를 기준으로 보증금 2,100만~2,500만 원에 월 210~250만 원 선이다. 이 정도 임대료면 테헤란로의 같은 면적 오피스의 보증금 5,500만 원, 월 400만 원 정도의 반 밖에 안 되는 가격이다. 관리비 또한 임대료와 비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남의 오피스에서 임대를 받는 것보다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아 관리하는 게 낫다는 것이 오피스 이전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아파트형공장의 가치는 늘어나는 수만큼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2003년에 3.3㎡(1평)당 320만 원 하던 아파트형 공장은 2009년에 3.3㎡(1평)당 650만 원까지 오른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형 공장의 가격이 꾸준하게 오르는 점도 최근 분양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장경철 이사는 “한때 아파트형 공장이 무분별한 개발에다 지난해 미국발 경제위기가 겹쳐 분양을 하는데 애를 먹었으나, 최근 경기가 회복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중소·벤처기업들이 미뤘던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 가을에는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