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호 김대희⁄ 2009.10.20 13:03:36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마다 볼 수 있는 고층의 대형 쇼핑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쇼핑몰은 동대문·남대문처럼 규모가 큰 의류 상권에서나 볼 수 있던 건물이었다. 하지만 1998년 동대문 밀리오레의 엄청난 성공에 개발업체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경쟁하듯 쇼핑몰을 짓기 시작했다. 2009년 현재,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대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흉물로 변해 있는 고층의 쇼핑몰이다. 쇼핑몰 안에서 점포를 얻어 운영을 하는 곳보다 공실로 비어 있는 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입점되어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문을 열지 않는 쇼핑몰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신촌에 민자역사로 2006년에 개발된 쇼핑몰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저조한 분양률에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횟수로 4년이 지난 현재도 공실률이 50%를 간신히 밑돌며 고객들의 발길이 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쇼핑몰은 분양주들이 분양 무효소송을 진행하여 법원으로부터 188억 원의 분양대금 반환 판결을 받아냈다. 쇼핑몰의 붐을 일으킨 동대문에서도 쇼핑몰 활성화 문제에 애를 먹고 있다. 소매쇼핑몰 중 밀리오레, 두타, hello apm을 제외한 쇼핑몰들은 공실률이 50% 이상이며, 고객들의 발길이 끊긴 모습이다. 3년째 오픈도 못한 쇼핑몰과 휴업 중인 쇼핑몰도 적지 않다. 공실률이 높거나 휴업 중인 쇼핑몰은 동대문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졌다는 점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동대문에서 흔히 잘 된다는 밀리오레, hello apm 같은 경우, 1충 기준 에스컬레이터 옆에 있는 메인점포처럼 경기에 영향을 적게 받는 곳의 임대료는 3,000만~4,000만원에 월 350만 원 정도로 몇 년 전과 큰 변동이 없지만, 경기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1층 다른 점포들은 임대료가 1,200만~2,000만 원에 월 120만 원 정도로 2~3년 전에 비해 20% 정도 낮아진 수치를 보인다. 지난해 경제가 불황이었다고는 하지만 임대료가 낮아지는 시점은 경제불황이 오기 전인 2~3년 전, 즉 동대문 사거리에 개발된 3개의 쇼핑몰이 개발되는 시점과 비슷하다. 쇼핑몰의 무분별한 개발이 주변 상권의 임대료와 매출에 악영향을 끼쳐 상권의 상가 활성화에도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쇼핑몰 모르쇠에 투자자들만 ‘한숨’…정부 대책마련 시급 쇼핑몰의 몰락은 2000년대 초반에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둔 동대문 쇼핑몰의 모습만 보고 각 상권에 무분별하게 지은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상권의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들어선 쇼핑몰들은 기존 상권에서 로드샵을 운영하던 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채, 분양을 받은 투자자들에게만 큰 손실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투자자들 중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3년 동안 임대료는 고사하고 오히려 자기의 수입으로 은행 이자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쇼핑몰의 활성화 문제는 많은 투자자들과 입점 상인들을 ‘죽이고’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각종 소송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쇼핑몰을 짓다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곳도 있다. 쇼핑몰은 일반적으로 1억 원 정도의 돈으로 투자가 가능해, 쇼핑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재테크를 원하는 서민들이어서 대부분 종자돈을 끌어 모으거나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투자자들에게 쇼핑몰은 많은 상처와 빚을 떠안아 주고 있어 서민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힌다. 많은 유동인구가 이용하는 유명 상권의 겉만 멀쩡하고 속은 빈 쇼핑몰은 비싼 땅값에 쓸모없는 흉물로 변하고 있어, 쇼핑몰이 입점해 있는 부지, 유지비 등을 계속해서 낭비하고 있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상권 파악 실패,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과장·허위광고를 한 분양사가 가장 큰 잘못이 있지만, 무분별한 허가와 과장·허위광고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점포라인 정대홍 팀장은 “현재 쇼핑몰 입점에 대한 창업자 문의는 전무한 상태”라며 “집객력이 검증되지 않은 쇼핑몰 상가 입점은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직접 쇼핑몰 유입인구를 체크해보는 등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2000년대 후반에도 쇼핑몰이 성공한 경우는 있다. 서울 신림의 포도몰 같은 경우는 분양 당시에는 일반화되지 않았던 임대분양을 선택, 100% 입점을 이뤘다. 현재는 많은 업체들이 분양 시 초기투자금액이 저렴한 임대분양을 선택하고 있다. 이 밖에도, 두타는 리뉴얼을 통해 매장을 넓히고 그 수를 줄여 고객들이 쇼핑하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었고, 개성과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영입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쇼핑몰로 변모했다. 서울 명동의 아바타몰을 외국계 회사가 인수해 새롭게 변신한 눈스퀘어의 경우, 개장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공을 논할 수는 없지만, 세계 유명브랜드를 영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타임스퀘어는 임대분양을 선택했으며, 기존의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경방필백화점 자리에 입점하여 백화점·영화관·쇼핑몰·할인마트 등을 같은 공간에 개발해 개장된 지 1주일 만에 150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장경철 이사는 “3~4년 전만 해도 쇼핑몰의 성공 여부는 규모·입지조건 등 외부적인 조건이 많이 작용했다”며 “최근에는 입점하는 브랜드, 쇼핑하기 편한 내부구조, 분양이 잘 되는 구조 등 쇼핑몰 내부적인 조건과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쇼핑몰 성공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