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10·28 재보선이 끝났다.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텃밭인 경남 양상과 강원 강릉 2곳에서 이겼을 뿐, 최대 승부처인 경기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 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등 3곳에서 민주당에 져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판가름 났다. 이런 틈에 ‘충청맹주’로 자임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군소 정당들과 무소속 후보들은 단 한 곳도 당선자를 못 낸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이는 아마도 수도권과 충북권 유권자들의 표심이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에 독주를 하는 현 정부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집권 여당을 견제하는 회초리를 들 것을 주문한 민주당에 손을 들어주면서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여야 모두가 할 말도 적지 않겠지만, 이제는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제대로 간파하고, 특히 민생 문제가 걸린 예산 처리 등을 위해 하루빨리 정기국회 정상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야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손익계산부터 하면서, 아울러 금후 정국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 나라 안팎의 사정은 그다지 한가하지 않다. 우선 경제 상황만 봐도, ‘깜짝실적’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3분기 성장률이 높았다지만,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하게 위기를 벗어나는 중이라는 진단이다. 때문에 출구전략에 대한 신중한 준비가 모색돼야 할 뿐 아니라, 최근의 성장세가 국민 피부에 닿도록 상승기조를 더 다져나가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런데다, 새해부터는 국가 채무의 누적 증가와 정부 투자 수요 증가 등으로 국민 개개인의 세금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잇따르고 있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최근 유화 제스처를 보여온 북한 문제에다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 날로 증가 일로를 치닫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한 정부 대처 방안, 외국어고 폐지 논란 등도 국회가 앞장서 국민 여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줘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이런 과제들을 다루려면 정기국회가 하루 속히 정상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챙기는 일은 그동안 미뤄온 법안 처리와 더불어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정기국회의 최대 업무가 예산심의 및 관련 법률안 처리이지만, 올해는 이 일이 특히 중요하다. 무엇보다 전대미문의 경제난을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11월 12일부터 12월 1일까지로 잡힌 예산심의 일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12월 2일로 헌법에 정해진 시한을 올해만큼은 꼭 지키고 곧바로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 계획 수정 문제도 나라의 미래설계라는 관점에서 건설적으로 논의해 국회 차원의 생산적인 결론까지 내야 한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번 재보선 후 가진 문화일보와의 이터뷰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을 거울 삼아 앞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세종시 원안 추진에 공감되는 서민정책에는 협력하겠다는 견해도 밝혔다. 하지만 당장 세종시 문제와 함께 최대 쟁점 현안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4대강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이 부문의 예산과 복지· SOC(기반시설)·교육사업 등의 예산 배분을 놓고 치열한 공방도 예상된다. 그래도 여야는 상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합리적 논쟁이라면 논의는 할수록 좋으며, 이를 통해 타협의 묘를 모색하는 게 민주정치의 정도가 아닌가. 따라서 여당은 갖가지 사안들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과 당론제시에도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하며, 야당 또한 무조건 반대보다는 대안 제시에 적극 나서야만 가능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