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장자연의 자살이 부른 후폭풍 지난 3월 자택에서 목을 매 짧은 생을 마감한 신인 배우 장자연은 올해 초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악녀 3인방’ 중 써니 역으로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또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 <펜트하우스 코끼리>의 개봉도 앞두고 있었다. 이처럼 배우로 데뷔해 가장 빛나던 때에 그녀는 죽음을 택했다. 단순 자살로 세상에 묻힐 뻔한 장자연의 죽음은 장 씨의 소속사에서 일하다 연예기획사를 차려 독립한 매니저 유장호 씨에 의해 ‘초대형 스캔들’로 바뀌었다. 자살 다음날 유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자연이 심경을 토로한 문건을 나에게 줬다. 자연이를 아는 연예계 종사자는 왜 (그녀가) 죽음을 택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한 방송사가 ‘장 씨에게 성 상납과 술 접대를 강요한 유력 인사들’ 리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대폭발 단계에 돌입한다. 전 소속사 사장의 폭행을 비롯한 국내 연예기획사의 전반적 문제에 더하여 리스트에 언론사·IT업체·금융업체 대표, 드라마 감독 등의 거물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상 초유의 스캔들로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4개월 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사건은 결국 전 소속사 대표와 유 전 매니저 2명만 기소하는 선에서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유력 인사들은 모두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의문의 크기에 비하여 결과는 너무나 미미한 씁씁한 사건이었다. 아이돌 톱스타 동방신기의 ‘항거’ ‘동방신기 사태’는 동방신기의 멤버 세 명(영웅재중·믹키유천·시아준수)이 7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현재의 13년 전속계약은 종신계약이나 다름없으며, 계약 기간에 음반 수익 배분 등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동방신기의 팬은 물론 대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방신기는 2004년 데뷔한 이래 6년 가까이 가요계 최정상 자리를 지킨 그룹이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동방신기 세 멤버의 독자 연예 활동을 보장하라는 전속계약 일부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세 멤버가 SM에서 활동할 수도, 경우에 따라서는 벗어나 활동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영민 SM 대표, 남소영 SM 재팬 대표 등 임원들은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개별 활동을 허락했을 뿐, 세 멤버가 동방신기 이름으로 독자적 활동을 할 권리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11일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했다. 한편, 동방신기의 세 멤버는 법원 결정에 따라 각자 활동을 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영웅재중은 11월 12일 개봉된 ‘텔레시네마7’의 세 번째 작품 <천국의 우편배달부>에서 연기자로 변신했으며, 시아준수는 2010년 1월에 국내에 초연되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뮤지컬 데뷔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11월 2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 MAMA(Mnet Asian Music Awards)’에서는 세 멤버가 베스트아시아스타상을 수상한 동방신기 멤버로 참석해 화제가 됐다.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에 변화 바람 장자연 사건과 동방신기 사건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알려진 연예인과 소속사의 갈등이 구체적으로 표면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장자연의 자살사건 배경에 ‘연예인의 성 상납’이란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의 그릇된 관행이 관련됐다는 논란이 뜨거워지자, 제2·제3의 장자연 사건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연예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표준계약서’를 발표해 업체들이 이를 따르도록 했다. 그러나 이 표준계약서에는 해외 활동을 위한 계약 존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장기계약을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11월에는 연예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마련한 연예인 전속계약서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표준전속계약서 기준을 충족한다’고 인정받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밖에, 국회에는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 전반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도 그간의 공청회와 토론회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어, 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산업에는 내년에 더 큰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