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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더 작게’ 하이브리드 카메라 3파전

올림푸스·파나소닉 앞서가는 가운데 삼성 내년 초에 신모델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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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0·151 김성호⁄ 2009.12.28 14:54:37

카메라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하이브리드 디지털 카메라는 ‘성능은 전문가용 DSLR(렌즈교환식 디지털 카메라)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크기는 손안에 쏙 들어가는 컴팩트 카메라급’을 목표로 한다. 이런 하이브리드 카메라 시장 경쟁에는 일본의 올림푸스·파나소닉이 ‘마이크로 포서즈’라는 규격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다, 국내 삼성카메라가 내년 초에 새 규격의 카메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3파전 양상으로 달려가고 있다. ‘작게, 더 작게’로 요약되는 하이브리드 카메라 경쟁은 전문가용 DSLR(렌즈교환식 일안반사식 카메라)에서 반사거울(펜타프리즘 또는 펜타미러)을 없애고 전자식으로 영상을 전달함으로써 카메라 본체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데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는 물론이고 DSLR(렌즈교환식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셔터를 누르면 ‘찰카닥’ 하고 소리가 나는 것은 바로 이 반사거울이 재빨리 위로 올려졌다가 내려가는 소리이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영상을 굴절시켜 눈으로 전달하다가,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재빨리 빛이 지나가도록 통로를 열어주느라 반사거울이 자리를 비켜주는 소리가 바로 이 ‘찰카닥’인 것이다.

그런데 이 반사거울이 있으려면 반사거울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카메라 본체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50년 간 카메라 시장을 지배했던 이 ‘반사거울’을 없애 카메라 보디 사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인 첫 작품은 일본의 올림푸스와 파나소닉 등이 손잡고 내놓은 ‘마이크로 포서즈(Micro four-thirds)’ 규격이다. 마이크로 포서즈(국내 소비자들은 줄여서 ‘마포’라고 말한다) 규격은 반사거울을 없애 버렸기 때문에, 렌즈의 맨 뒷면과 영상기록 센서 사이의 거리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렌즈와 센서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면 렌즈의 크기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 포서즈 개념을 적용한 카메라는 파나소닉이 2008년 9월에 첫 모델인 G1을 내놓았고, 이어 올해 6월 올림푸스가 E-P1을 내놓으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E-P1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초기 물량 2000대가 바로 매진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는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의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 카메라들이 소형 경량화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이 두 업체는 올림푸스가 후속기인 E-P2를 11월 19일 내놓자, 파나소닉이 뒤질세라 역시 후속기인 G1F를 12월 17일 발매하며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진영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이런 반응에 올라타기 위해 삼성도 내년 초에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PMA 2009에서 새로운 NX 시리즈를 최종 시판 형태가 아니라 콘셉트만 발표하는 식으로 공개했다. 삼성 NX는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처럼 ‘반사거울 없는 카메라’를 지향한다. 그러나 영상을 기록하는 센서만큼은 마이크로 포서즈보다 30% 정도 더 큰 APS-C 사이즈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카메라 본체의 크기는 줄이면서도 화질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센서의 크기가 클수록 더 선명하고 깨끗한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간 NX의 센서 규격 등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렌즈 마운트를 어떤 것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렌즈 마운트는 렌즈를 카메라 보디에 부착하기 위한 규격으로, 각 업체마다 독특한 마운트를 채택하고 있다. 캐논 렌즈를 니콘 카메라에 장착할 수 없는 이유는 렌즈 마운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간 삼성 NX를 기다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NX의 마운트가 그동안 삼성이 채택해왔던 펜탁스 마운트가 될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제3의 마운트가 될 것인지에 대해 설전이 뜨거웠다. 마운트가 중요한 이유는, 삼성이 기존 펜탁스 마운트를 선택한다면 삼성이 그간 내놓은 GX-1S, 1L, GX-10, GX-20 등 보디에 쓰던 렌즈를 그대로 쓸 수 있지만, 마운트가 바뀌면 완전히 새로운 렌즈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카메라 전문 웹사이트 등에서는 “삼성이 NX 시리즈의 마운트로 기존의 펜탁스 마운트가 아닌 새로운 자체 마운트를 채택한 것 같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3의 마운트를 채택하면서 기존 삼성 카메라 사용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펜탁스 마운트 렌즈를 NX 시리즈에 부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어댑터(마운트가 다른 렌즈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를 발매한다는 것이 루머의 내용이다. 삼성이 그간 공개한 NX의 모델 이미지를 보면, 그 크기와 모양이 파나소닉의 첫 ‘마포’ 모델이었던 G1과 비슷해 보인다. G1은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을 채택한 첫 번째 시판 제품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전체적으로 크기가 기존 DSLR 제품보다 기대한 만큼 줄어든 것은 아니어서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NX가 G1의 뒤를 쫓는다면 시장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마포’ 진영의 첫 작품이었던 파나소닉 G1에 뒤이어 나온 올림푸스의 E-P1은 반대로 시장에서 화끈한 반응을 얻었다. 결정타는 역시 크기였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이면서도 납작한 직사각형의 간단한 외형으로 과거 라이카 M 시리즈만큼 작은데다, 카메라 애호가들의 향수(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심플한 디자인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과거 올림푸스의 인기 모델이었던 ‘펜(Pen) 시리즈’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E-P1으로 이름 붙여진 이 모델 역시 “펜 만한 크기로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는 장점을 살렸다. 마이크로 포서즈 규격이 카메라 소형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삼성이 바짝 뒤쫓는 가운데, 또 다른 신개념 카메라도 등장했다. 리코의 신모델 GXR은 렌즈와 센서를 하나의 모듈로 갈아 끼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의 DSLR이나 마이크로 포서즈 카메라는 센서의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망원렌즈로 갈수록 렌즈의 길이와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GXR은 렌즈+센서를 한 세트로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망원렌즈의 경우 센서까지 줄이는 방식으로 ‘작은 망원렌즈’를 만들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냈다. 동영상에 특화된 모듈을 만들어내면 GXR은 동영상 촬영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등 ‘무한 결합’이 가능한 신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사거울 모델 카메라가 처음 발매된 뒤 지난 50년 간 무게와 크기는 아랑곳 않고 성능과 화질만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카메라 시장을 접수한 것이 니콘과 캐논을 필두로 하는 일본 카메라 업체들이었다. 흔히 캐니콘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들 진영이 구축한 아성에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라는 신진 진영이 ‘작은 카메라’로 도전하는 양상에서, 카메라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삼성이 어떤 제품으로 미래를 설계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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