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리는 어떤 아이? <지붕킥>의 등장인물 소개에 따르면, 여덟 살 해리는 못생긴데다 얼굴이 까맣고 질투심이 많은 신경질쟁이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많으며, 늦둥이라 온갖 투정을 다 받아준 집안 분위기 때문에 이모뻘 나이인 식모 세경(신세경 분)에게 마구 반말을 할 정도로 버릇이 없다. 동갑내기 신애(신신애 분)를 때리고 구박하고 걸핏하면 고함을 빽빽 질러댄다. 변비가 심하고 오줌도 잘 싼다. 3대가 함께 사는 부잣집 손녀인 해리는 금전적으로는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외모도 등장인물 소개와는 다르게 아동복 모델을 해도 좋을 정도로 예쁘고 귀엽다. 의상과 소품·액세서리를 매일 다른 것으로 바꿔서 꾸며 부유한 집 아이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체육교사인 엄마는 바깥일에 활동적이라 해리와 놀아주지 않을 뿐 아니라 늘 혼내고 때린다. 아빠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함께 잘 놀아주지만, 할아버지나 엄마가 뭐라고 하면 줄행랑치기 바쁘다. 또 삼촌 지훈(최다니엘 분)은 해리가 하는 말을 들은 체도 않고, 나이 터울이 많은 오빠 준혁(윤시윤 분)은 “놀아 달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까불지 말라”고 무시한다. 집에서 같이 놀 만한 상대는 신애밖에 없지만, 신애와는 잘 놀지 않는다. 식모의 동생이기 때문. 자신과 ‘레벨’이 다른 신애와 노는 일은 ‘거지와 노는 것처럼’ 하찮다고 생각한다. 가끔 친구들이 놀러 올 때를 빼고 해리는 혼자 인형놀이를 하거나 블록 쌓기를 하면서 무료함을 달랜다. 혼자 놀기가 지루해지면 세경·신애 자매가 뭘 하는지, 집안 물건 즉 ‘내꺼’를 만지지는 않는지 감시한다. 특히 신애가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면 못 참는다. 그럴 때면 신애에게 “이 빵꾸똥꾸야, 어딜 만져. 다 내꺼야”라고 고함을 치거나 걷어차고 때리기 일쑤다. 해리의 성격 엿보기 해리에게는 보통의 여덟 살 아이에게서는 볼 수 없는 행동이 있다. 이를 몇몇 장면과 대사로 확인해본다.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없다.
해리는 존댓말을 쓰지 않는 버릇없는 아이다. 할아버지·엄마·아빠·삼촌 같은 친한 가족에게는 물론이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반말을 서슴없이 한다. 특히 이모뻘인 식모 세경을 “야” 또는 “큰 빵꾸똥꾸”라고 부른다. 해리의 버릇없는 모습은 자신을 꾸짖는 엄마 친구에게 “빵꾸똥꾸”라고 소리치는 장면(52회, 11월 20일 방송)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친구’와 ‘빵꾸똥꾸’를 확실히 구분한다.
해리에게 다른 사람은 ‘친구’ 아니면 ‘빵꾸똥꾸’ 둘 중의 하나이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친구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빵꾸똥꾸다. 정보석과 신신애는 각각 친구와 빵꾸똥꾸를 대표하는 인물. 그러나 해리의 친구라 할지라도 방심해선 안 된다. 그녀에게 반대 의견을 보이면 친구도 곧장 ‘빵꾸똥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의 이런 변덕스러운 성향은 정음과 친구가 됐다가 정음이 신경을 건드리자 곧바로 돌변하는 모습(53회, 11월 23일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빵꾸똥꾸’와 ‘내꺼’에 집착한다.
‘빵꾸똥꾸’에 대한 해리의 집착은 52회(11월 20일 방송)에서 나온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화가 나면 빵꾸똥꾸를 남발하는 해리의 못된 버릇을 고치기 위해 현경과 보석은 빵꾸똥꾸란 말을 참으면 인형의 집을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신애가 자신의 갈비를 몰래 먹는 모습을 발견한 해리는 결국 “빵꾸똥꾸 없이 못 살아”라며 포효한다. 해리가 ‘내꺼’에 집착하는 모습은 14회(10월 23일 방송)에서 나온다. 세경과 신애 자매의 놀이를 방해하던 해리는 결국 신애에겐 있고 자신에겐 없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바로 신애와 늘 함께 놀아주는 언니 세경이다. 해리는 세경의 팔을 붙들고 “내꺼야! 이리 내. 우리 집에 있으니까 다 내꺼야!”라고 억지를 쓴다. 화가 나면 분을 못 참는다. 화는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해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에게 화를 낸다는 점이다. 특히 ‘빵꾸똥꾸’를 외치면서 상대를 밀거나 발로 차거나 하는 폭력은 해리의 주특기다. 9회(9월 17일 방송)에서 해리는 처음 만난 신애의 머리핀을 빼앗기 위해 달려든다. 마음대로 안 되자, 신애의 뺨을 매몰차게 때린다. 22회(10월 7일 방송)에서는, 미국에 사는 고모할머니가 보내준 새 인형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다짜고짜 신애를 밀쳐 넘어뜨리며 의심한다. 47회(11월 13일 방송)에서는 학교에서 자신이 그린 곰 그림을 남자 짝꿍이 ‘똥 같다’고 놀리자, 팔을 물어버린다. 55회(11월 26일 방송)에서는 아침 식사 중 뷔페를 모른다는 신애를 비웃던 해리의 머리를 오빠 준혁이 젓가락으로 때리자, 해리도 준혁의 머리를 자신이 맞은 그대로 때려준다. 지나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다.
해리는 늦둥이답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는 행위를 못 참는다. 19회(10월 2일 방송)에서 해리는 추석을 맞아 가족들과 큰집에 간다. 그리고 자신이 없는 사이에 신애가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댈까봐 얄미운 행동을 저지른다. 43회(11월 9일 방송)에서는 세경의 핸드폰에 해리가 저장해놓은 전화번호들이 1번부터 100번까지 모두 해리의 전화번호인 것을 줄리엔(줄리엔 강 분)이 발견하고 경악한다. 73회(12월 22일 방송)에서는 해리의 대단한 소유욕이 드러난다. 특히 신애 것이라면 무조건 빼앗고 본다. 이에 준혁은 해리의 ‘다 내꺼야 병’을 고치기 위해 삭힌 홍어를 처방약으로 써보지만, 해리가 ‘홍어 맛’을 알면서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시청자는 버릇없는 해리를 사랑해 최근 해리와 그녀의 언행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빵꾸똥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은 것. 방통심위는 “해리가 폭력적인 언행을 사용하는 내용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묘사된다”며 “방송법 제100조 1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심위는 “다른 어린이 시청자들이 모방할 가능성이 있어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붕킥>의 연출을 맡은 김병욱 PD는 이런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심위의 지적과 달리, ‘빵꾸똥꾸’와 정해리에 대한 시청자의 넘치는 사랑이 더욱 뚜렷하게 확인되기도 했다. ‘빵꾸똥꾸’에 대한 권고 조치를 알리던 한 방송사 앵커가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해 실수를 했지만, 네티즌들은 “웃기는데 어쩌란 말이냐” “실수해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구식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서 “해리는 정신분열증”이란 발언을 했다가 일부 네티즌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악동 해리에게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착해지고 있다는 점. 괴롭힘의 대상인 신애가 없으면 해리가 외로워하고, 크리스마스 때는 신애와 인형놀이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단체견학을 갈 때는 투덜거리면서도 신애를 기다리는 등 해리의 모든 관심이 신애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해리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