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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영웅 ‘짬뽕맨’ 죽고 다른 세계 선보일 것”

‘지구는 욕망 덩어리’라는 위영일 작가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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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3호 김대희⁄ 2010.01.18 17:17:59

세상에 좋은 것만 모았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좋아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사자성어 중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으면서 처음으로 만난 젊은 작가 위영일은 과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다. 그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 작업실을 찾아 나선 이날 공교롭게도 과유불급을 몸소 느끼는 날이었다. 하늘에서 눈 폭탄이 떨어지듯 사상 최악의 폭설로 전국이 온통 흰 세상이다 못해 눈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으로 도로가 사라지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위 작가는 지난해 슈퍼히어로 시리즈로 많은 대중들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단순한 슈퍼히어로였다면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위 작가의 슈퍼히어로는 배트맨이나 슈퍼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헐크 등 만화영화의 영웅 캐릭터를 조합해 만든 ‘짬뽕맨’(complexman)에다 에로틱한 모습이 더욱 눈길을 끈다. “사실 짬뽕맨은 많은 작업 중 하나의 캐릭터일뿐인데 대부분 사람들이 이 작품만을 기억한다”며 “가장 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처럼 한 부분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의 한계인 것 같다. 누구면 누구라는 식의 인식으로 인덱스(색인)화 된 시각”이라고 표현했다.

위 작가의 세상(과거와 현재, 실재와 가상공간) 바라보기 작업은 작품의 소재에 따라 사진, 회화, 설치로 매체와 방식이 달라지는데, 작업의 테마 중에는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 시리즈가 있다. 2004년 탄생해 위 작가의 대표작으로까지 불릴 수 있는 짬뽕맨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독립적으로 빠져나온 캐릭터 중 하나다. 하지만 짬뽕맨의 수명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예정이다. 그 이유는 대중과의 약속으로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 참가했을 때 짬뽕맨의 죽음을 이미 예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complexman’(짬뽕맨)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상에 많은 네티즌들이 작품 사진을 찍어 스크랩 해놨을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여성성이 더 강한 슈퍼히어로인 짬뽕맨은 후에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으며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어 결국 우울증으로 자살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위 작가는 캐릭터를 골라 구조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실제를 지향하기에 캐릭터를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해 탄생에서 죽음까지 다룬다. 모든 캐릭터는 같은 개체끼리 장점을 모으는데, 강한 공룡만 합친 짬뽕룡, 앞뒤로 두 개의 얼굴과 가슴, 성기를 가진 만족걸, 헬기의 프로펠러를 가져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가장 빠른 비행기,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힘이 센 차 등이 있다. 그는 결국 이 같은 결과물들은 모두 비정상적이며 오히려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위 작가의 작업세계에서 가장 큰 테두리는 바로 ‘Planet wee012 All-Star’라는 자신이 만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행성이다. 이곳은 좋은 것만 모은 곳으로 특히 수많은 인간의 욕망 중 7개(식욕, 성욕, 장수, 권력, 속도, 편리성, 기네스)만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모양도 7각형이다. “7각형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데, 있을 수도 있지만 있을 수 없는 욕망을 표현했다. 짬뽕맨은 7가지 욕망 중에 ‘기네스 욕망(Guinness-Desire)’에 해당하는데 ‘기네스 욕망’이란 일상 이상의 그 어떤 것들을 과도하게 바라는 욕망들로, 이것은 일상에 지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과도한 ‘잉여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행성은 아주 오래 전 인간의 욕망이 존재할 때부터 있었으며 여기에 있는 존재들은 인간이 기존에 만들어 낸 구조들과 인간들이 욕망했던 자연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것들은 각각의 장점들만 모아져 있지만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하는 구조를 가지는데, 이 존재들을 통해 인간의 과도한 욕망을 유쾌하게 비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위 작가는 9년 가량을 만화 문하생으로 보낸 시절도 있었다. 만화가 이현세의 문하생으로 당시 경험이 지금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회화뿐 아니라 드로잉에서 제작(피규어)까지 폭넓은 작업을 보이는 위 작가는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다. “미술인으로서 소스(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데 이게(아이디어) 고갈되면 정말 힘들어진다”며 “때문에 항상 머리 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2009년 활발한 활동을 가진 위 작가는 경기침체와 함께 영웅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짬뽕맨이 많은 각인을 시켜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짬뽕맨을 통해 위영일이라는 작가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려 노력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해 줄 때가 가장 기쁘다. 이제는 또 다른 작업으로 각인시키고 떠오르게 하고 싶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를테면 “어? 이 그림도 그 작가였어?” 라는 말이 나오도록 말이다. 이제는 전시를 줄이고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작가는 올해 영웅 시리즈를 끝내고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려 하는데 그 많은 생각 속 어떤 재미있는 작업이 나올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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