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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선]인생이 더욱 달콤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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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6-157호 편집팀⁄ 2010.02.08 17:17:30

글·윤영상 ysangyn@naver.com 2월과 3월은 젊은 연인들에게는 굉장히 ‘설레는 달’입니다. 2월에는 사랑하는 남자친구 또는 남편에게 초콜릿을 전하는 ‘발렌타인데이’가 있고, 3월에는 사랑스런 여자친구 또는 부인에게 사탕을 전하는 ‘화이트데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연인이나 가족·친구끼리 주고받는 그 선물과 마음들이 얼마나 예쁘고 달콤한지요. 달콤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얼마 전에 아이티를 강타한 강진은 지구촌을 슬픔과 애통에 물들게 하였습니다. 아이티 아이들에게 달콤한 쿠키는 어떤 의미일까요? 가난의 땅 아이티…. 이전까지 국제 구호단체 ‘컴패션’을 통해서나 언론을 통해 접하던 아이티의 이미지는 제게 ‘진흙 쿠키’의 나라 정도였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진흙으로 쿠키를 빚어 먹던 아이티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아직도 제 눈에 선합니다. 그 아이들은 이제 천국에서라도 마음껏 쿠키를 맛볼 수 있을까요? 그들이 먹던 진흙 쿠키는 진정 달콤했을까요? 아니면 썼을까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최근에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다시마’로 쿠키를 만들어 에티오피아에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6.25 참전으로 한국의 어린이들과 국민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에티오피아에 보답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기근과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마른 뼈와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한국에서 보낸 다시마 쿠키가 진정 달콤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6.25 당시 미군 트럭을 쫓아다니며 먹었던 초콜릿이 정말 달게 느껴졌던 것 처럼 말입니다. 얼마 전,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를 돕기 위해 최고의 팝 뮤지션들이 총출동한 자선공연 ‘아이티에 희망을(Hope For Haiti Now)’이 성공적인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알리시아 키스와 콜드플레이, 마돈나,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스티비 원더 등 이 시대 최고의 뮤지션들은 아이티를 위한 천사가 되어 노래로 그들을 위로했습니다. 지난 1985년도에 굶어 죽어가는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해 매카트니와 엘튼 존, 퀸, 후, U2, 데이비드 보위, 스팅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미국 필라델피아 JFK 스타디움에 함께 모여 노래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행사처럼 말입니다. 아마 두 공연장에서 지구촌과 아이티·에티오피아를 향해 울려퍼진 그들의 노래는 세상의 그 어떤 팝송보다도 달콤했을 것입니다. 연인들이 주고받는 초콜릿과 사탕, 에티오피아에 보내지는 다시마 쿠키나 자선공연의 음악이 달콤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애인을 향한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 죽어가는 지구촌 빈민들을 향한 뮤지션들의 달콤한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인생을 달콤한 인생이라 믿고, 달콤한 행복이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나요? 연예인들같이 화려하고 달콤해 보이는 행복만을 쫓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어쩌면 연예인들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의 이면이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우리의 달콤한 인생 그 이면에는 전혀 달콤하달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을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어두운 이면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주고받는 초콜릿과 사탕은 더 이상 달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에티오피아 이야기를 더 해봅니다. 가여운 에티오피아의 어린아이들은 착취 가운데 방치되어 있습니다. 가련한 에티오피아 아이들은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신발 한 켤레도 사지 못한 채, 하루 50센트를 받으며 커피 농장에서 일을 합니다. 이번 달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코트디부아르의 약 30만 명 어린이는 채찍질 속에서 6kg이 넘는 카카오 바구니를 날라야 하고, 다음 달 화이트데이의 사탕을 만들기 위해 엘살바도르의 어린이 5000명은 학교를 포기한 채 하루 6~9시간씩 사탕수수를 베어야 합니다. 우리는 초콜릿과 사탕이 달다 하지만, 실상은 쓰지 않은지요. 또한 강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티의 일부 어린이들, 어쩌면 대다수의 어린이들 역시 ‘현대판 노예’ 상태에 있었습니다. 아이티 사람들은 “자식은 가난한 자들의 재산”이라고 부를 정도이며,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가 누군가의 농장에서 일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가 달콤한 사탕과 초콜릿을 먹는 동안, 북녘의 어린아이들은 살기 위해 풀뿌리를 뽑습니다. 세상 어린이들의 눈물을 멀리한 채 보내는 우리의 달콤한 하루하루가 실상은 쓰디쓸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 1g의 사랑이 더해질 때 그러나 우리가 먹는 초콜릿과 사탕이 더욱 달콤해질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마음을 담은 사탕이 매우 달콤할 것이고요, 그 외에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사탕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에게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호해주자는 소비운동으로서,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에게 공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아이티와 에티오피아·코트디부아르·엘살바도르 같은 저개발국가의 어린이들을 혹독한 일터가 아닌 학교로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의 이웃인 북한으로 눈을 돌려봅니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면, 사회적 최약자인 아동 계층의 피해가 극심해집니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만, 북한에서도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장이나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서처럼 어린아이들이 노역에 동원됩니다. 북한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식량난에 따라 곡식 수확량과 생산량 목표 달성을 위해 어린아이들이 농장과 공장에 투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크로싱>에서 탈북하다 잡힌 차인표의 아들이 노동단련대에서 강제 노역에 투입되었던 것처럼, 수용소에서 어린아이들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 식량을 찾아 들과 산을 헤매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달콤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공정무역 제품을 통해 북한의 어린 아이들을 도울 수 있으며, 공정무역 제품 중 라진 된장·간장도 북한의 어린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품질 좋고 값싼 된장·간장이라고 합니다. 물론 공정무역운동은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상술이 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기에, 공정무역에는 ‘사랑’이라는 진정성이 담겨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북지원단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사탕도 매우 달콤할 것입니다. 어떤 대북지원단체들은 북한에 공장을 세워, 어린아이들에게 돌아갈 빵과 사탕을 만듭니다. 또한 설탕(북한말로 사탕가루) 공장을 세우거나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설탕은 어린이 영양식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귀한 약재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의약품 사정이 매우 열악해서 병원의 약국에서 만들 수 있는 약품이 전화당(포도당과 과당의 혼합물) 정도인데, 환자들이 시장에서 사온 설탕을 이용해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의 어린아이들은 가난과 노역 속에 고통받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 오늘은 북한과 지구 저편의 사연들을 둘러보았지만, 사실은 우리 주변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과 보호받지 못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달콤한 안정과 정욕의 굴레에 갇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이웃들은 인생의 쓴맛을 매일 밤낮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릅니다.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커피와 초콜릿의 달콤함 속에 가리워진 아이들의 쓰디쓴 고통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의 두 눈이 하루하루 좇는 달콤한 인생에 가려져 북한과 지구촌과 우리 주위에서 죽어가는 가련한 영혼들의 고통과 눈물을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2월, 사랑하는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발렌타인 초콜릿을 나눌 때, 그리고 화이트데이 사탕을 나눌 때, 그리고 때로는 커피숍에서 달콤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질 때,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보는 달콤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1g의 사랑이 더해질 때마다 우리가 먹는 초콜릿과 사탕과 커피가,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 더욱 더 달콤해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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