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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클리닉]심방세동

뇌졸중 위험 많으면서도 치료 어려운 부정맥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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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6-157호 편집팀⁄ 2010.02.08 17:08:51

박희남 연세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부교수 부정맥(不整脈)이란 맥박이 느리거나 빠르거나 또는 불규칙적인 심장의 리듬 질환이다. 심방세동(心房細動)은 부정맥 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6%가 심방세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방세동은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많은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연령층에서도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심방세동의 또 다른 특징은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약 20%에 달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심방세동의 경우에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위험이 연간 5~10%(전체 뇌경색 환자의 15~20%)이기 때문에, 간혹 증상 없이 지내던 사람이 심방세동에 병발된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된다. 이같이 심방세동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 난치성 부정맥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진일보한 의학기술의 발달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 성공률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뇌경색 위험 있다면서 아스피린 달랑 한 알만 처방? 55세 이세동(가명) 씨는 얼마 전부터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가슴이 답답해오는 증상이 있었다. 처음에는 과음으로 인한 위장 증상이려니 생각하였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혹시나 협심증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종합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고혈압이 있고 콜레스테롤이 높지만 협심증은 아니라는 진단이었다. 내시경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그러던 중 부정맥 검사(24시간 활동 심전도)에서 ‘발작성 심방세동’이라는 병이 잡혔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생전 처음 듣는 생소한 병인데, 담당 의사는 중풍의 위험이 있으니 술을 끊으란 소리만 하고 아스피린 한 알만 처방해주었다. 중풍 우려가 있는 위험한 병이라면서 아스피린 한 알만 달랑? 절주하려고 노력은 하였지만 이후에도 증상은 반복되었고, ‘이러다 중풍이 오면 내 가족들은 어쩌나’ 하는 공포심에 이 씨는 대학병원을 찾게 되었다. 심방세동은 난치성 부정맥 심방세동의 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뇌경색을 예방하는 항혈전 치료, 둘째는 맥박이 빨라지지 않도록 조절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 셋째는 심방세동을 없애고 정상 맥박을 유지시키는 근본적인 치료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증상이나 뇌경색 합병증의 원인이 모두 심방세동이니 세번째 치료, 즉 정상 박동을 만들어주는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동 씨의 담당 의사는 왜 아스피린 한 알만을 처방한 것일까? 그 이유는 정상 맥박을 유지시키는 약물치료 효과가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항부정맥 약물치료는 다양한 부작용 위험이 있다. 그러한 부작용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한 약제를 처방할 정도로 증상이나 빈도가 심하지 않아, 뇌경색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만 처방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스피린만 복용하면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심방세동의 치료① 뇌졸중의 예방 요법과 맥박수 조절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심방세동의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허혈성 뇌졸중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대표적인 항혈전요법이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과 항응고제인 와파린이다. 아스피린은 복용이 간편한 대신 항혈전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뇌졸중 위험도가 낮은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와파린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낮추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약제로 증명되었지만, 사용이 불편하고 출혈의 부작용이 있으며 다른 약물이나 음식과 상호작용이 많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뇌졸중 예방요법은 위험인자를 파악하여 선별적으로 투약한다. 위험인자로는 ①고혈압, ②당뇨병, ③심부전증, ④75세 이상의 고령, ⑤뇌졸중의 과거력 등이 있는데, 위험인자가 ①~④ 중 한 개인 경우 아스피린 또는 와파린, 그 나머지 환자에게는 와파린이 추천된다. 와파린은 출혈의 부작용이 있는 강력한 항혈전제인데, 와파린을 잘 사용해도 심방세동 환자에게 허혈성 뇌졸중이 올 수 있는 확률이 연간 2%가량 된다. 간혹 항혈전제를 투약받는 도중 치과 치료나 수술 등으로 출혈 위험을 줄여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때 아스피린은 5~7일, 와파린은 3일 가량 중단하면 된다. 항혈전요법과 더불어,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이 있는 환자는 맥박을 늦추어주는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증상 조절이 목적이지 혈전의 위험과는 무관하다. 심방세동의 치료② 항부정맥제 심방세동 환자의 맥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개발된 약제가 항부정맥제이다. 정상 맥박을 잘 유지시킬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앞서 기술한 대로 효과가 완전치 못하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 환자 중 너무 만성화되었거나, 심방이 많이 늘어나 있거나, 나이가 75세 이상 고령인 경우에는 항부정맥제 사용을 피한다. 심방세동 환자 중에서 항부정맥제만으로 정상 맥박이 1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확률은 약 50%가량으로, 약물치료의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심방세동의 치료③ 전기충격술 항부정맥제로 정상 맥박이 돌아오지 않는 만성 심방세동 환자에게 순간적인 전기충격으로 심방세동을 강제 종료시키는 방법이다. 흉부에 파스와 같은 패치를 앞뒤로 붙이고 놀라지 않도록 약한 수면 마취하에 진행한다. 90% 이상에서 정상 맥박으로 회복되지만, 전기충격술 이후의 정상 맥박은 항부정맥제로 유지하기 때문에 재발이 많다. 재발하는 경우 대개 20일 이내에 발생한다. 전기충격술 전후에 상당 기간 항응고제 투약이 필요하다. 심방세동의 치료④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항부정맥제의 낮은 효율과 부작용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법이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은 원래 심장외과 의사들이 판막 수술을 하면서 사용하던 미로수술법을 간편하게 개발한 시술법이다. 절개나 전신마취 없이 다리 혈관에 3.5mm 직경의 가는 전극을 넣어 심장까지 접근시켜 고주파 에너지로 조직에 화상을 입히거나 냉동요법으로 조직을 손상시켜, 심방세동이 나타나는 부위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시술이다. 매우 정밀한 시술이기 때문에 시술에 4시간 가량이 걸리기는 하지만, 수술보다는 회복이 빨라 시술 다음날부터 정상 활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도 만능은 아니고 재발률이 있다. 그러나 기술과 장비가 개선되어 발작성 심방세동의 완치율은 85~90%에 달하고, 지속성 심방세동은 70~75%에서 완치가 가능하다. 오래된 만성 심방세동에서는 재발로 인해 재시술을 하는 경우가 약 1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이 만성화되기 전 단계에서 빨리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심방세동의 치료⑤ 수술적 치료 오랜 연구 끝에 심방세동의 근본적인 이유가 밝혀져, 심방세동을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이 1989년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부터 이 치료를 시작하였으며, 판막 질환이나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 때 심방세동에 대한 미로(迷路)수술을 병행하여 심방세동을 치료하고 있다. 약물치료나 전극도자 절제술보다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개흉(開胸) 수술이라는 단점 때문에 현재는 심장수술에 덧붙여서만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흉강 내시경을 통해 최소침습적인 방법으로 심방세동을 수술하는 기법이 개발되고 있어, 수술의 부담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이 있는 가장 흔한 부정맥이기도 하지만,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부정맥 질환이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맥박이 불규칙하다면 반드시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일단 심방세동 진단을 받으면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혈전 요법은 필수이다. 심방세동이 오래되지 않았고, 심방이 많이 늘어나 있지 않으며, 비교적 젊고 활동이 많은 환자에게는 정상 맥박을 유지시키는 근본적인 치료가 최선이다. 아직 항부정맥 약은 효능이 제한적이어서 일부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란 시술로 상당수에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되었다. 따라서 심방세동은 증상에 상관없이 만성화되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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