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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기]심장에게 말 걸기 “이제 아프지 말자!”

은성자(여, 5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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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6-157호 편집팀⁄ 2010.02.08 17:08:13

심장혈관 질환에 대해 평소 어느 정도 조심하며 살았습니다. 주변에 관련 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병이 갖고 있는 심각성을 들었던 터라 경각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거나 심장마비로 비명횡사하는 장면들은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그것은 인생을 단번에 집어삼키는 재앙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준비도 인사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도 실천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심혈관 질환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놀라고 몸과 마음이 무척 괴로웠지만,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는 건강관리에 더욱 최선을 다했습니다. 첫 번째 심혈관 질환 수술 후 몇 년이 흘렀을까요. 여름이 막바지 더위로 기승을 부릴 무렵이었습니다.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나서려던 참에 갑자기 가슴을 쥐어뜯는 통증이 한여름의 예고 없는 태풍처럼 들이닥쳤습니다.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려고 하는데, 제대로 호흡이 되지 않았습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눈앞이 핑 돌아서 제대로 앉아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누워 있는지 앉아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한 십 분 정도 옴짝달싹 못한 채 고통을 고스란히 견뎠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다른 증상은 전혀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가슴 쓸어내리며 심장에게 말을 겁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테니 너도 건강해 달라고.” 고통이 잦아들자, 숨을 좀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다시 통증이 시작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상비약을 모아둔 상자를 찾아 파스를 꺼내 가슴팍에 붙였습니다. 어디에 통증이 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쇄골뼈부터 명치 아래까지 덕지덕지 파스를 붙였습니다. 알싸한 느낌이 드는 가슴을 우는 아이 달래듯 몇 번이고 쓸어내렸습니다. 재발한 것일까? 안방 한쪽 귀퉁이에 덩그러니 주저앉아 있자니, 걱정과 공포가 순식간에 온몸을 휩쓸었습니다. 진정시키고자 몰아쉰 큰 숨 끝에 눈물이 달려 나왔습니다. 마당으로 나와 바깥바람을 쐬면서 한동안 계속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파스를 잔뜩 붙여둔 가슴을 몇 번이고 쓸어내렸습니다. 제발 아프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말했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바로 병원을 찾지 못하다, 응급실로 가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장혈관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경과가 좋다는 이야길 의사 선생님을 통해 들었음에도 마음은 금방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근심과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치료 후 심하게 아픈 곳은 없습니다만, 가슴이 아직 약간 묵직한 느낌입니다. 불안함 탓일 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언젠가 다시 더 큰 통증이 찾아올까봐 걱정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던 첫 번째 수술 이후 다시 한 번 같은 일이 반복되고 나니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온몸이 아픈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또 한 번 살아남았으니 빨리 괴로움에서 벗어나 편안해지고 싶습니다. 아주 간절하게요. 오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장에게 말을 겁니다. 이제 다시는 아프지 말자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테니 너도 최선을 다 해 건강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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