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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광의 아프리카 미술과 친해지기

콩고의 물람바 - 순교 &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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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1호 편집팀⁄ 2010.03.15 16:03:22

정해광 (아프리카 미술관 관장·갤러리 통큰 대표) 물람바의 삶과 의식은 절망 앞에 노출된 콩고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콩고. 나라의 기틀이 채 잡히기도 전에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1965년부터 시작된 모부투의 장기 집권은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정적숙청에 따른 정치 불안과 관료들의 부정부패 그리고 종족 간의 갈등은 현실을 어둡게 만들었다. 1997년 카빌라는 쿠데타를 일으켜 모부투를 축출했지만 콩고는 국지전에 휘말렸다. 5년간 540만 명이 죽었다. 2003년 전쟁이 끝나면서 평화가 오는 듯했지만 2008년 9월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물람바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물람바의 그림은 절망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의 내용이자 빛이다. 물람바는 전쟁에서의 공포가 죽음만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절망을 경계한다. 왜냐하면 절망은 인간의 마음 속에 지옥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람바가 빛을 그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 빛은 거대한 희망의 이야기가 아니다.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는 간절한 기도다. 이때 물람바는 흰색으로 빛의 의미를 극대화시킨다. 왜냐하면 흰색은 어둠 속에서 더욱더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람바의 흰색은 기도의 내용이면서 구원의 빛이 된다.

흰색의 윤곽선은 어두운 현실에 빛을 드러나게 하는 가능성의 세계이다. 물람바는 어두운 현실을 검은 쑥색으로 표현했다. 종이 위에 두텁게 색칠된 검은 쑥색을 예리한 면도날로 긁어내(grattee) 흰색을 드러나게 하는 작업은 마치 구도의 길과도 같다. 어두운 바탕에 십자가와 얼굴이 강조된 흰색의 윤곽선에서는 목이 잘린 순교자의 모습이 보인다. 아기 예수를 품은 마리아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바탕이 검지 않고 붉다. 아프리카에서 붉은색은 현실을 이겨내는 의지의 색이고 가능성의 색이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올 것입니다.” 물람바는 그렇게 예수의 탄생을 고대했다. 물람바가 꿈꾸는 세상은… 물람바는 소망한다.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임을…. 전쟁 때문에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뿔뿔이 흩어졌을 때 물람바는 어우러짐에 대한 갈망을 키웠다. 캔버스에 접착제를 바르고 그 위에 모래를 뿌렸다. 흩어진 모래알들은 평평한 하나의 덩어리가 됐고 색을 입혔다. 비록 가장자리는 어두운 쑥색이지만 가운데는 노란색이다. 아프리카에서 흰색이나 노란색은 신이 인간과 함께한다는 의미이다. 바탕에는 새들을 그렸다. 콩고 사람들은 그들의 먼 조상이 하나의 새로부터 비롯됐다고 믿는다. 그래서 새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취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소망한다. 근원이 같다는 점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평화의 존재의미임을…. 물람바의 전시 경력 2009 ‘Peace & Martyrdom’ Gallery Pyoung Hwa. Seoul, Korea 2007 Gallery North. Northumbria University, Ellison Place, Newcastle, UK 2004 “Und es war gut. Schopfungsbilder aus aller Welt” Linz, Austria 2003 Gallerie Prochazka Czech. Praha, Czech 1997 Inaugural exhibition of the SCHOENEN gallery. Aachen, G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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