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 나온 남자들>에서 버려진 남자 연기한 지진희

준수한 외모, 성우 뺨치는 근사한 목소리, 푸근한 미소 등 ‘훈남’ 조건을 모두 가진 남자 지진희가 철저히 망가진다면 과연 어떤 즐거움을 자아낼 수 있을까? 지진희는 지난 2월 개봉된 영화 <평행이론>에서 엘리트 법조인으로 기품 있는 모습을 보여준 지 두 달도 안 돼, 4월 8일 개봉을 앞둔 코미디 영화 <집 나온 남자들>에서 형편없이 망가지는 결혼 3년차 남편을 연기했다.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그가 보여준 코믹 연기와도 사뭇 다른 모습이 예상된다. <집 나온 남자들>의 주요 등장인물이 집 나간 아내를 제외하고 모두 남자인 남성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라디오 생방송 중 잔뜩 폼 잡고 이혼을 선언한 남자가 집에 돌아와 발견한 아내의 편지에서 아내가 자신보다 하루 먼저 집을 나간 사실을 깨닫고 가출 이유를 알기 위해 떠나는 ‘아내 찾아 삼만리’다. 아내를 찾아 떠난 여행에 아내의 전 연인이자 10년지기 친구인 황동민(양익준 분)과 아내의 오빠라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제비 유곽(이문식 분)이 동행자로 나서면서 이야기는 꼬일 대로 꼬인다. 지진희가 연기한 지성희는 잘생긴 얼굴과 우월한 신체 조건, 남부럽지 않은 재력과 음악평론가의 명성까지 두루 갖춘 ‘완벽남’. 그런데 알고 보면 허술한 점이 너무 많은 ‘초딩남’이다. 지진희를 염두에 두고 <집 나온 남자들>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이하 감독은 “지진희 씨는 괴짜 같은 모습, 의외로 자기 것에 몰두하는 느낌이 강한 사람”이라면서 “영화 속 캐릭터와 닮았는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캐스팅 이유를 전했다. 이하 감독과 지진희는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인연을 맺었다. 지진희의 괴짜 기질은 ‘코미디 영화계 대부’ 이문식도 인정했다. 그는 “지진희는 장난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애드리브도 많고 힘이 넘쳐 참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에서 유곽을 연기한 이문식은 제비 연기에 처음 도전장을 던졌다. 따뜻한 제비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도 길게 길렀지만, 오히려 웃음을 유발한다. <집 나온 남자들>에는 독립영화 <똥파리> 감독으로 유명해진 배우 양익준도 출연한다. 지진희·이문식·양익준 이 세 남자의 조합,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3월 15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집 나온 남자들>의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지진희로부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가출 경험이 있나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집에 있으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데, 가출해봤자 ‘개고생’ 아닌가요? 학창 시절에는 같이 가출하자고 유혹하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안 나갔죠. 가출은 제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어요. 조금만 버티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굳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말이죠. 이런 제 성향은 성희랑 참 비슷해요.” -집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조차 없습니까? “늘 있죠(웃음). 그런데 집에 있으면 집 밖에 나가고 싶고, 집 밖에 나가면 다시 집에 들어오고 싶어진답니다. 그래서 참 애매하죠.” -성희가 폼 나게 이혼을 하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쿨하고 멋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코미디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뭡니까? “정말 어려웠어요. 코미디가 정말 힘들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겁니다. 하지만 감독님이 제 유머를 잘 알고 있어서 도움이 됐어요.” -<평행이론> <집 나온 남자들>에서는 남자 복(福), <동이>에서는 여자 복이 터졌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느 쪽이 더 편하고 좋은가요? “우선 <평행이론>이 잘돼서 기분이 너무 좋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고 싶진 않아요. 남자와 여자인 점을 떠나서 두 쪽 다 편하고 좋아요. 모두 베테랑이라 의지할 수 있고 안심을 갖도록 하고요.” -<동이>와 <집 나온 남자들> 중 어떤 작품이 더 좋은가요? “<집 나온 남자들>은 촬영이 끝났고, <동이>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집 나온 남자들>이 더 좋습니다(웃음).” -끝으로, 관객은 어느 정도 동원할 거라고 예상합니까? “전작들보다는 관객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