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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과 똑같은 소설이 10년 전에 나왔다?”

영화 <베스트셀러>에서 ‘미스터리 표절 작가’ 연기한 배우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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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4호 이우인⁄ 2010.04.05 16:07:06

20여 년 간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해온 백희수 작가. 그러나 표절 혐의는 20년의 명성도 단번에 꺾어버리고, 그녀의 삶과 일을 위태롭게 만든다. 2년 동안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녀에게 친구인 출판사 편집장은 글 쓰는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한 시골의 호숫가에 있는 베이츠 선교사 사택을 제안하고, 재기를 원하는 그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오랫동안 외부인의 출입이 없었다던 마을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방문을 지나치게 환영하는 마을 사람들, 기괴한 소리와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사택 등 이 모든 것이 그녀에겐 처음부터 이상할 뿐이다. 게다가 어린 딸 연희(박사랑 분)는 ‘언니’라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나눈 대화를 자신에게 전하려 하니, 글 쓰는 데 집중을 방해하는 일만 반복된다. 그러나 연희의 이야기에 점차 빠져들면서 희수는 ‘언니’ 이야기에 집착하고, 연희를 닦달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을 완성한다. 그렇게 탄생한 <심연>은 처음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4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심연>으로 희수는 재기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기쁨은 또다시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심연>이 10년 전에 발표된 무명작가 이갑재의 소설 <비극의 끝>과 내용과 문체 모든 것이 그대로 베낀 것처럼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 양심까지 거론되며 추락한 희수. 별거 중인 남편 영준(류승룡 분)마저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자, 희수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시 마을을 찾는다. 10년 전 작품과 똑같은 글을 쓰게 한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자 떠난 마을과 사택에서 희수는 22년 전 사건의 진실과 마주한다. <베스트셀러>(감독 이정호)는 표절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어두침침하면서도 중독되는 영화의 분위기,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 예상하지 못한 반전 등 잠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진 영화다.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희수를 연기한 엄정화. 딸을 잃은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오로라 공주> 이후 오랜만의 단독 주연 영화이기 때문이다. 신경이 예민한 작가를 연기하기 위해 10kg 가까이 다이어트를 감행한 엄정화는 슬럼프에 힘들어하는 희수의 불안한 마음을 전달한다. 희수의 눈동자와 행동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신경까지 예민하게 하니, 엄정화의 연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영화 <베스트셀러>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3월 20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렸다. 3월 초에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영화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보였던 엄정화. 그러나 이날은 탤런트 겸 가수 최진영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다음날이어서 엄정화를 무척 힘들게 했다. 평소 최진실·최진영 남매와 두터운 친분을 나눠온 엄정화는 최진영에 대한 질문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주인공 엄정화로 돌아와 언제 울었냐는 듯 미소로 화답했다. -<베스트셀러>의 개봉(4월 15일)이 바로 앞에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기분이 궁금합니다. “추운 겨울 내내 최선을 다해 찍은 영화입니다. 함께 해주신 배우들에게 너무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너무나도 좋은 영화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촬영하면서 가장 고생한 일은 뭔가요? “수중 신을 찍을 때 힘들었어요. 오래 숨을 참기가 힘들었고, 물속에 들어갔을 때는 공포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찍었는데도 영화 안에서는 제가 어둡게 나와 서운했어요(웃음). 격투 신도 체력적으로 힘들었고요.” -최진영 씨의 죽음으로 상심이 클 텐데요.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최진영이) 원래 VIP 시사회에 오기로 돼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또 생기다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지금까지도 (최진영의 죽음이) 믿기지 않고요. 그렇지만 오늘 이 시사회는 많은 분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꿋꿋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석했습니다. 정말로 열심히 찍은 영화이기도 하고요.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힘을 내야 할 것 같아요.” -흥행 성적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물론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는데요,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할 수 있어 정말 기뻤어요.” -<오로라 공주>와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다릅니까? “<오로라 공주>의 순정은 딸아이를 잃은 엄마의 슬픈 감정이 가득 찬 여자인 반면, 희수는 글을 쓰고 싶어 는 자기 욕망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여자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일을 못 하게 됐을 때도 생각해보고, 표절 같은 일 때문에 쇼크를 받고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는다면 어떨까 하면서 저와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오로라 공주> 때 슬픔에 싸여 있었다면, 이번 영화는 힘든 부분도 즐기면서 할 수 있었죠.” -백희수는 화가 날 때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수던데요, 엄정화 씨는 화를 어떻게 표출하고 가라앉히나요? “저는 감정적인 사람이라서 희수처럼 뭔가를 던질 때도 있지만, 거의 운답니다. 하지만 굉장히 단순해서 10분 정도 지나면 감정이 차분해지는 편이에요.” -남자 배우들과의 격투 신이 많은데요, 누가 가장 엄정화 씨를 힘들게 했습니까? “이 영화에서 정말 저한테 없어선 안 될 류승룡 씨가 절 가장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모래에서 나와 (영준이) 희수를 정신 차리게 하려고 한 장면은 물론이고, 영준에게 뺨 맞고 코피를 흘렸던 일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류승룡 씨와 연기하면서 ‘상대 배우가 이렇게 든든할 수 있구나’하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어요. 류승룡 씨 같은 남편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화가 정말 잘되길 바랍니다. 많이많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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