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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대신 손가락으로 힘있는 얘기 그려요”

투박함 속에 삶의 얘기 풀어내는 이제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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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7호 김대희⁄ 2010.04.26 15:15:48

수많은 예술 작품을 보다 보면 문득 무엇이 진정 ‘정답’이고 아름다운 것이며 예술적인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거짓 없는 진실이 담길 때’가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진실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진실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어떤 모습의 진실이라 해도 말이다. 인사동 쌈지길에서 만난 이제혁 작가는 거짓 없는 솔직함을 작품 속에 담는 순수함을 지닌 젊은 작가다. 이러한 솔직함은 진실함으로 느껴지고 첫인상에서 풍기는 순수함이 친근함으로 와 닿는다. 이는 단지 작가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에서 배어 나오는 진실된 삶의 향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그림을 그릴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다른 일을 하지 않는 한 깨어 있으면 그림을 그리곤 했다.” 이처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이 작가는 고교 시절 체육에도 남다른 소질을 보여 체대를 가려고도 했다. “그림과 함께 운동도 좋아했는데 운동은 그림을 그릴 때와는 또 다른 쾌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미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그림이 운동보다 성취도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한 이 작가는 묵묵히 그림만을 그렸다. 특히 그 시절 이 작가가 화가가 되는 데 큰 힘이 된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바로 작가 찰스장이다. 같은 학교 선배지만 친구처럼 작업도 함께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마음고생이 심하고 힘든 시절이었다. 아버지의 아픔으로 아픈 사람의 고통, 그리고 옆에서 간호하는 참을성을 배웠다. 지금도 아버지가 병으로 누워 계시지만 그때 찰스장 작가와 많은 얘기를 나누며 슬픔을 이겨내는 데 힘을 받았다. 그는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도록 희망을 안겨준 사람이다. 정말 성실하고 열정이 있는 작가다.” 그렇게 시작된 두 작가의 우애는 지금도 변함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이 작가는 말했다.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하길 원했던 이 작가는 27살에 나무를 다듬고 자르는 목수 일을 했으며 28살에 독서실을 운영했다. 또한 부동산 관련 일도 하며 여러 경험을 쌓았다. 물론 그림도 잊지 않고 틈틈이 그렸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즐거웠고 남다른 맛이 있어 어떤 일을 해도 결국은 그림으로 돌아오게 됐다.

붓 터치보다 강렬한 손가락에 실은 자유로운 감정 이 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면 무척 투박해 보인다. 아니 투박하다 못해 거칠다. 이 점이 바로 눈여겨 볼 이 작가 작품의 매력이자 특징이다.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마음속 감정이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대학 시절 붓보다는 손가락으로 직접 그려보자 생각했고 손가락으로 작업하니 더 자유롭고 강약 조절이 쉬워 감정의 전달과 질감이 잘 표현됐다. 하지만 깔끔하게 나타내고자 할 때는 붓도 사용하는데 그건 어쩌다 한 번 정도다. 손가락으로 그리면 빨리 그리는 대신 집중력이 많이 필요해 체력 소모가 크다. 물론 손가락으로 그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데 손바닥으로도 그려본 적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작가 그림의 주된 주제는 일상생활과 사람이다. 모두 이 작가의 경험이 그 토대가 된다. 아버지의 병으로 사람의 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물을 많이 그렸고 그동안 지내온 실제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꺼내 작품으로 옮겼다. 때문에 삶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솔직한 그림이 됐다. “작업은 일상, 꿈, 상상으로 채워진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서 일상생활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작품 중 당구를 치는 모습과 목공소에서 일하는 배경이 있는데 내가 경험했던 생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일상을 담았다. 작품 안에는 어떤 타협도 없이 내가 하고자 하는 걸 그린다.” 2009년 한해 동안 활발한 활동을 한 만큼 “전시회에 붙들려 끌려다녔다는 느낌도 있다”는 이 작가는 “하지만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이 났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아버지를 간호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작업에 소홀함이 없는 이 작가는 “나쁜 그림은 없다”며 “그 자체로 보고 느끼면서 모두가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강렬한 색채의 고흐나 초현실적 묘사의 샤갈 같은 화가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삶과 열정에 끌렸다는 이 작가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경험, 일상, 상상으로 항상 실험하는 소재의 작품을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림을 끝까지 그리게 하는 자신만의 목표이며 철학이다. 여기에 목수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조각에도 도전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독일에서 전시하고 싶은 꿈이 있다는 이 작가는 젊은 작가로는 보기 드문 표현주의 작가다.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원색의 색채를 통해 현시대를 강렬한 터치로 대담하게 그려내는 그의 그림은 독일 표현주의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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