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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연계에 부는 日流 열풍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공연들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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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0호 이우인⁄ 2010.07.26 16:08:56

올해 유독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공연 소식이 활발하다. 대학로의 대표 연극 브랜드 <연극열전3>에서 7월에 내놓은 연극 <너와 함께라면>과 뮤지컬 <트라이앵글>이 모두 일본 작품이며,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로 올 초 공연계에 오스트리아 뮤지컬 열풍을 일으켰던 신생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9월에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 <연애희곡>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소녀시대 태연이 주인공으로 활약한 뮤지컬 <태양의 노래>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공연을 마쳤다. 일본 작가 미나티 코키가 쓴 <웃음의 대학>은 앙코르에 앙코르를 거듭해 지금도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최근 국내 공연계에 부는 범상치 않은 일본 바람을 살펴본다. 일본 원작이 인기 있는 이유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공연이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공연 관계자들은 “좋은 일본 작품은 작가의 이름만 들어도 깊은 신뢰를 준다”고 입을 모은다. 쉬운 스토리 라인과 함께 극에서 펼쳐지는 황당한 상황을 정교하게 이끌면서 웃음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주는 점 역시 일본 원작의 매력으로 꼽는다. <연극열전>의 프로그래머인 홍기유 연출은 일본 작품을 연출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너와 함께라면>은 <웃음의 대학>의 작가 미타니 코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택했고, <트라이앵글>은 직접 일본을 방문해 공연을 봤는데 쉬운 스토리 라인과 귀에 익숙한 뮤지컬 넘버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 <연극열전3> 라인업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꼭 일본 작품이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작품이 좋아 일본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웃음의 대학>에 이어 <너와 함께라면>까지 ‘미타니 코키 전문 연출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해제 연출은 미타니 코키 작품이 가진 매력에 대해 “미타니의 작품 대부분이 상황 희극이다. <웃음의 대학>에선 권력과 그 권력을 이겨내야 하는 검열의 상황을, <너와 함께라면>에서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상황을 던져놨다. 상황만 들어도 누구나 웃는다. 보지 않아도 상상력을 자극 하는 아이러니의 상황을 정교하게 끌고 나가는 힘이 미타니 코키의 장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웃음의 대학>에 이어 또 미타니 코키 작품에 출연하는 송영창은 ‘미타니 코키 팬’을 자처하며 미타니 코키의 작품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음을 털어놨다. 그는 “<웃음의 대학>은 웃음이 있으면서 그 안에 진한 페이소스가 들어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삶의 지혜를 주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일본에서 성공한 작품은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한다? 일본에서 성공한 작품은 한국에서도 반드시 성공할까? 이 전제가 맞는다면, 이는 일본과 한국 관객의 관람 성향이 비슷하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객석 점유율 88.1%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그중 유료 객석 점유율은 76%로 높은 편이다. 소녀시대의 태연이 여주인공인 점이 흥행에 크게 작용했지만, 원작인 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의 높은 인기도 많은 영향을 줬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시뮤지컬단 박향미 홍보마케팅 팀장은 “기존의 영화 마니아층과 뮤지컬 마니아층이 동일하게 <태양의 노래> 한국 공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영화에 삽입됐던 세 곡이 뮤지컬에도 사용되어 영화에서 느낀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태양의 노래>의 성공 요인을 밝혔다. 관객 반응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 관객을 굳이 구분할 필요 없이 동일하게 느끼고 동일하게 감동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특별히 현지 영화 관계자가 공연 관람차 방한하여 좋은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7월 17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면서 마니아층을 확보한 <낭만 음악극 : 베로나의 두 신사> 한국 공연의 제작을 맡은 신시컴퍼니의 해외업무팀 최경화 팀장도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 점도 공연을 올리는 데 일부분 작용했다”고 인정했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원작으로 제작한 작품이지만, 2007년에 영국인 연출가 글렌 월포드에 의해 초연된 일본 작품을 버전으로 한다. 초연 당시 아이돌 스타 이쿠타 토마가 출연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전회 매진이라는 엄청난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홍기유 연출은 “일본 관객과 한국 관객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일본에서 성공한 공연이라고 해도 국내에서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홍 연출은 “어떤 작품이든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키고 각색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다만 작품 자체가 한국형으로 변형하는 과정 없이도 한국 관객들에게 잘 맞을 것 같다면 국내 무대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본 원작을 공연할 때 주의할 점 한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문화적인 단절을 경험했다.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아직 일제 강점기의 앙금도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때문에 소재나 내용 등에서 다른 해외 라이선스 공연보다 신경 쓸 일이 많다고 한다. <너와 함께라면>에서 29세의 젊은 여자 ‘코이소 아유미(이세은 분)’와 사랑에 빠진 70세 노신사 ‘기무라 켄야’ 역에 캐스팅된 송영창은 “(<너와 함께라면>의 이야기가) 처음엔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내용이 아닐까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괜찮을지를 일본에 사는 지인에게도 물어보고, 작품을 번역한 분에게도 물었다. 이해제 연출은 한국 상황으로까지 번안하기도 했었다”고 에피소드를 말했다. 연기를 할 때 사소한 차이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배우도 있다. <트라이앵글>에서 유명한 소설가 아버지를 둔 작가 지망생 ‘도연’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최재웅은 “일본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는 나와 많이 다르더라. 자료나 영상을 보더라도 오버하는 부분이 많고, 그런 부분에서 오는 코미디도 많다”면서 “우리는 그걸 (한국공연에 맞게)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과 다르게 지나치게 세심한 일본 극단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홍기유 연출은 “일본 극단과 함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세심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도 계약을 좌지우지하는 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세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서 상에 일본 스태프들의 크레디트 표기 하나하나까지 명시하는 경우가 있고, 인쇄물도 상호 협의 하에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 출력해야 할 때도 있다. 물론 이것은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공연에 대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의 특성상 굉장히 정확하고 세심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일본 공연계에 불을 지필 한류(韓流)를 꿈꾸며… 일본 원작 공연만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건 아니다. 한국 공연 또한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또한 모을 준비를 하고 있다. 1995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흥행 중인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2008년 7월 일본 제작사 토호(Toho)의 라이선스 제작으로 일본 무대에 오르고 있다. 국내 공연 팀이 해외로 나가 공연을 하거나 공연을 변형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판권을 판매한 경우는 있어도, 국내 뮤지컬을 그대로 일본어로 번안하여 일본 배우들에 의해 공연되는 경우는 <사랑은 비를 타고>가 최초다. 2008년에 초연된 창작 뮤지컬 <카페인>은 10월 16일부터 일본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뮤지컬은 한류 스타 강지환의 제작과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카페인> 관계자는 “공연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일본 공연의 결정은 호재”라며 “한류 스타 강지환의 힘이 작용했는지 공연 전부터 선판매되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카페인>은 일본 팬클럽의 주도하에 티켓 판매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국내 초연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한국 버전도 일본에서 공연될 가능성이 제기돼 초미의 관심사다.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간 일본 공연 관계자가 스위스 원작이 아닌 한국 버전으로 공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원작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무대에 반했다는 게 그들이 한국 버전에 관심을 보인 이유다. 한국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일본에서 먼저 검증받은 뒤에 한국에서 처음 공연되는 작품도 있다. 일본에 한류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겨울연가>가 그것.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겨울연가>는 2005년에 뮤지컬로 제작돼 일본에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 초연은 12월 23일 부산 공연(부산시민회관)을 시작으로 지방 프리뷰 공연을 거쳐 2011년 2월 8일부터 3월 6일까지 서울 공연(충무아트홀)으로 이어진다. 한국 공연이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이에 대해 홍기유 연출은 “그건 우리도 알고 싶다. 일본 공연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웃음의 대학>을 역수출해 일본에서 공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Coming soon! 일본 원작 공연 3편 <연극열전3>의 6번째 작품 <너와 함께라면>

7월 2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에서 공연되는 <너와 함께라면>은 40살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커플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을 둘러싼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연극이다. <연극열전2>의 인기 연극 <웃음의 대학>의 원작자 미타니 코키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995년 일본 초연 당시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만들고, 극장을 오해와 웃음으로 가득 채운 걸작 홈드라마 코미디”라는 평을 받으며 미타니 코키의 천재적 감각을 증명한 작품이다. 한국 초연 연출은 <웃음의 대학>을 연출하기도 한 이해제 연출이 맡는다. 또한 <웃음의 대학>에서 검열관 역으로 열연하여 <연극열전2-어워즈>에서 배우상을 받은 송영창도 출연한다. 이 밖에, 무대가 처음인 배우 이세은을 비롯하여 서현철·김유영·추귀정·조지환·최정헌 등 개성 넘치는 배우가 <너와 함께라면>을 빛낼 예정이다. <연극열전3>의 7번째 작품 뮤지컬 <트라이앵글>

외로운 청춘 남녀의 기막힌 동거를 다룬 뮤지컬 <트라이앵글>은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일본 창작 뮤지컬이다. 1974년 일본에서 초연된 뒤 1988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공연된 뮤지컬 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따라 공연 종료 후 10년 만인 2009년에 <트라이앵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일본에서 다시 공연됐다. <트라이앵글>의 원작자 호라이 류타는 <트라이앵글>의 인기에 힘입어 <트라이앵글2>의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7월 27일부터 9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공연되는 <트라이앵글>의 국내 초연은 연극열전과 이다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제작한다. <연극열전>의 프로그래머인 홍기유 전(前) 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 대표가 연출 데뷔작으로 정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크박스 형식의 팝(POP) 뮤지컬 <트라이앵글>의 음악 대부분은 등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활동했던 팝 가수들의 히트곡으로 채워지며, 수년 간 대형 뮤지컬 음악을 진두지휘해온 원미솔 음악감독이 이 뮤지컬의 음악을 책임진다. 최재웅·강지후·안유진·김승대 네 배우가 열연할 예정이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연극 <연애희곡>

9월 4일 서울 충무아트홀 블루에서 개막되는 연극 <연애희곡>은 올 초 뮤지컬 <모차르트!>와 <몬테크리스토>의 흥행으로 대형 뮤지컬 제작사 반열에 오른 EMK뮤지컬컴퍼니가 야심차게 내놓는 첫 연극이다. 이 연극은 ‘걸작 멜로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사랑을 강요한다’는 다소 엉뚱한 발상과 상황 설정에서부터 출발하는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로, 연극 <트랜스(Trance)>로 일본 연극을 전 세계에 알린 코카미 쇼오지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이 연극은 평생 연애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멜로드라마 작가와 원고를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순진남 프로듀서, 시종일관 질투심을 숨기고 둘의 사랑을 엮어야만 하는 사명을 실천하는 늙은 매니저, 걸작을 막장으로 끌고 나가는 엽기 커플 강도단 5명이 출연하며, <웃음의 대학>을 연출한 이해제가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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