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편집국장 이번 호에는 서울 광진구의 ‘남은 음식 싸주기 운동’에 대한 기사(25~27쪽)를 실었다. 구청의 지원으로 남은 음식물 싸주기 운동을 주민과 식당 주인들이 한 결과, 2년 간 절약 금액만 8000만 원을 넘었다는 기사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주기 시작하면서 식당들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더 맛깔나게 반찬을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 식당에 고질적인 ‘반찬 재활용’을 없애고, ‘반찬이 항상 맛있는 집’으로 거듭나게 됐단다. 한국에서는 음식물 싸주기 ‘운동’을 관청에서 예산 지원을 해서 벌여야 하지만, 미국에서 음식물 싸가기는 기본이다. 뷔페를 제외한 모든 식당에는 ‘투 고 박스(to go box, 음식물 포장 용기)’가 있고, 손님이 “이거 싸주세요” 하면 식당 주인은 바로 “오케이”다. 흔히 “한국 음식은 국물이 많아 싸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거짓말이다. 국물 없는 음식은 식판 형태의 용기에 싸주고, 국물 음식은 국물이 새지 않는 용기에 담으면 된다. 미국 내 모든 한식당에는 ‘투 고 박스’가 있다. 만약 미국 내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 달라는데 주인이나 종업원이 손님을 멸시했다면, 그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 소송을 당해 엄청난 벌금을 내거나, 아니면 손님의 발길이 딱 끊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신물 날 정도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친다. ‘한식 세계화’도 요즘 많이 나온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한국의 현재 식당문화는 글로벌 스탠더드나 세계화에서는 한참 멀다. 이렇게 많은 반찬을 내놓는 음식문화가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고, 남은 음식을 싸 달라고 했다간 우리처럼 가난뱅이 취급을 받는 나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가 있다. 지난달 서울 필동의 유명 냉면집 ‘필동면옥’을 찾았던 모 대학병원 원장은 남은 만두와 수육을 싸 달라고 했다가 대낮에 봉변을 당했다. 미국 생활에서 하던 대로 “이것 좀 싸 주세요” 했더니, 주인은 검정 비닐봉투를 갖고 와 음식을 한꺼번에 쏟아 부었다. 일행이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했더니, 주인은 “개 갖다 줄 거 아니냐”고 쏴붙였다. “내가 먹든, 개를 주든 그건 내 마음이지, 당신이 왜 이렇게 불결하게 싸 주느냐?”고 항의했지만, 식당 주인은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미안해요. 그럼 됐어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홀에서 큰소리가 나자 주방장이 나와 사과를 했지만, 병원장은 기가 막혔다. 손님이 돈을 내고 시킨 음식은 손님 것이다. 먹다가 남으면 싸가는 게 미국에선 기본이다. 음식 쓰레기가 남지 않으니 주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상식적인 행동을 했는데 이런 멸시를 당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반드시’ 남겨야 할 정도로 반찬을 여러 가지 주고, 남은 음식을 싸 달라고 하면 또 면박을 주는 한국의 식당문화…. 고칠 때가 됐다는 사실을 이 병원장의 경험에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