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안에서 새는 한식, 밖에서 안 샐 리가…

  •  

cnbnews 제186호 최영태⁄ 2010.09.06 18:19:48

최영태 편집국장 이번 호에는 동원대 유용재 교수의 한식 세계화에 대한 특별기고를 실었습니다. 한식 세계화…. 요즘 많이 거론되는 주제죠. 대개는 메뉴 개발 쪽으로 한식 세계화 논의가 진행되는데요, 이런 각론보다는 한식이라는 음식 문화에 대한 기본 콘셉트부터 논의가 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일전에 유명한 한식 요리 연구가와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비행기 안에서 감기에 걸려 외국에서 입에 맞지도 않는 양식을 먹느라 고생을 하다가 여행 시작 2-3일이 지난 뒤에야 한식당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얼큰한 김치찌개를 먹고 감기가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먹는 한식이란 이렇게 반가운 존재죠. 그런데 “한식 참 좋다”고 하니 그 요리연구가는 “난 외국에 나올 때마다 한식당을 보면 너무 속이 상한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고 하니, 이 좋은 한식이 해외에서 너무 값싼 음식으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간단히 말해 ‘최고급 음식’의 대열에 오른 지 오래 된 일본 음식에 비교한다면 한식의 위치는 형편없이 낮다는 것이고, 품질에 비해 너무 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게 이 ‘한식을 사랑하는 여자’의 속을 썩이는 이유라는 겁니다. 이렇게 한 번 말해 봅시다. 뉴욕이든 어디든 한식당에 가서 한식을 먹는 외국인들에게 “왜 한식을 먹냐”고 한 번 물어봅시다. “한국 음식 원더풀”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TV 화면은 남발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일본 음식을 먹는 미국인들에게 물었을 때의 대답과는 크게 차이가 날 것입니다. 일식을 먹는 사람들의 대답은 “최고급 음식이기 때문에”라는 대답이 나오기 쉽지만, 반대로 한식에 대해선 그저 “원더풀” 정도가 나오기 십상이죠. 저도 이런 질문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재미동포들이 이용하는 한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멕시코인들에게 “왜 한식을 사 먹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맛있어서”라는 대답과 함께 “양을 많이 줘서”라는 대답도 했습니다. 한식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푸짐함’입니다. 푸짐하게 상차림을 해 줘야 일단 ‘시각적으로 맛있다’고 생각하고, 김치 같은 반찬을 ‘무한 리필’로 제공하는 게 한식당의 특징입니다. 한식의 반찬은 대개 채소로 돼 있어 건강식일 뿐 아니라 만드는 데도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이 ‘정성담긴’ 반찬을 무한리필해 주니 멕시칸들 입장에서는 ‘품질 대비 가격’에서 한식처럼 저렴한 음식도 없는 게 당연하죠. 국제적으로 성공한 아시안 음식을 한 번 봅시다. 일식당에서 반찬을 여러 가지 내놓고, 무한리필 해 주나요? 중식당이나 월남국수집에서 여러 찬이 나오고 달라는 대로 펑펑 내주나요? 아닙니다. 음식이란 푸짐함이 아니라 맛으로 승부하는 거고, 더 먹으려면 당연히 돈을 더 내야죠. 이렇게 콘셉트 자체가 국제화돼야 한식당을 하는 사람도 더 수지채산을 맞출 수 있고, 여러 찬을 내놓지 않게 되면서 ‘반찬 재활용’의 유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한식의 푸짐함’에 대한 한국인들의 고집이 없어져야, 비로소 한식의 국제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가족이나 마을사람끼리 먹을 때야 ’푸짐함‘이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상업적인 거래관계에까지 푸짐함을 고집하는 것은 너무 옛날식 아닐까요? 한국 음식 중에도 냉면이나 콩국수 등은 반찬을 여럿 내놓지 않아도 되는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메뉴를 국내에서부터 늘리는 것도 한식 세계화를 준비하는 일일 것입니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