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옛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특히 남자가 여자를 꼬실 때 그런 말을 흔히 한다. 정말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을까? 정답은? ………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는 뇌에 있다. 이미 임신 6주 때부터 엄마의 자궁에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하기 시작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게 분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춘기가 되면 호르몬이 다르게 분비되면서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다르게 자란다. 같은 인간 종이지만 완전히 다른 종처럼 분화한다. 성격, 취향, 언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 사회생활, 사랑의 정의, 취미생활, 성적취향, 가정에서의 역할, 좋아하는 분야 등등. 어렸을 때 남자와 여자는 거의 같다. 물론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옷 색깔 등으로 남자와 여자가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정도 차이로는 같은 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분비되면 남녀는 완전히 다른 종이 된다. 남자는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어쩔 때는 용납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남녀가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기는 한다. 그러다 사랑에 빠지는 일이 생긴다. 사랑할 때는 서로의 다름이 매력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해 사랑을 고백하고 맹세하고 싶어지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꼬시는 일이 쉽지가 않다. 다행히 거의 대부분은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퍼즈를 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프로퍼즈를 하고 싶을 때조차도 마치 남자가 먼저 사랑을 느낀 것처럼 프로퍼즈를 하게 해야 그 사랑이 성공한다. 이상하게 남자는 너무 적극적인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자기가 정복해서 결혼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프로퍼즈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프로퍼즈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마치 귀한 것을 어렵게 얻어야 더 귀한 것처럼 여자를 더 귀하게 생각하게 된다. 고난 이겨낸 남자가 여자에게 멋진 것도, 여자가 먼저 좋아했어도 형식은 남자가 먼저 프로퍼즈 한 것으로 해야 사랑 이뤄지는 것도 모두 남자와 여자에게 다른 호르몬 때문 또한 여자도 힘든 고난을 많이 넘겨 남자에게 안겼을 때 그 남자가 더 멋있게 느껴진다. 모든 영화의 주제 또한 그렇다. 쉽게 여자를 얻는 남자 주인공은 없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동화에서 시작해 로미오와 줄리엣, 닥터지바고, 러브스토리 등 명화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다. 현대판 영화 아바타,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등등 모든 영화의 주제도 도저히 이룰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멋지고 용감한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의 마음을 얻어내 사랑에 골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이 없이 성공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SF든 공포영화든 전쟁영화든, 사극이든 현대물이든, 미래의 영화든 남녀 간의 사랑이 빠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은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하지만 모든 영화의 공통점은 또한 절대로 사랑이 그냥 찾아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과 노력 끝에 사랑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은연중에 우리는 운명 같은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여자는 많이 튕겨야 하고, 남자는 여러 번의 시련을 모두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사랑은 어렵게 얻어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모든 여자의 사랑은 그렇게 어려운 걸까? 그리고 그렇게 어렵더라도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남자에 없는 것이 여자에게는 많다. 특히 정말로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매달 하는 생리다. 생리는 임신을 하기 위해 자궁이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생리는 이번 달에 임신이 안 됐다는 증거다. 그러면 자궁이 탈락하면서 피가 나오게 되고 그것이 생리다. 자궁은 재빨리 다음 달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준비를 한다. 벌써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면서 자궁과 난소가 난자를 준비하고, 임신을 할 수 있는 배란기가 되면 성욕이 증가한다. 배란기가 지나면 수정란이 착상할 수 있도록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면서 자궁이 차분해진다. 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여자의 몸에도 변화를 주지만, 마음에도 변화를 준다.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의 사이클이 있어 남자가 한 시간에도 여러 번 성욕이 일어나게 한다. 여자도 호르몬의 영향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한 달 동안에도 감정이 여러 차례 변한다. 마치 변덕쟁이처럼…. 특히 여자는 배란기가 되면 동물처럼 발정한다. 자기도 모르게 임신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몸에 보낸다. 남자가 매력적으로 보이고, 어떤 남자를 마음에 품었다면 그를 유혹하고 싶거나, 유혹에 빠진 척하고 싶어 한다. 여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몸이 원해서 그렇게 된다. 이미 우리 몸에 프로그래밍돼 있는 것이다. 종족을 번식해야 한다는 프로그래밍…. 그래서 만약 배란기의 여자에게 남자가 대시하면 여자는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기 쉽다. 그 동안 뿌려놓은 씨를 거두는 찬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차갑던 여자가 다소 나긋나긋해지고 가능성을 비치기도 한다.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오래된 진리가 맞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된 속담 덕분이라기보다는 여자의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이다. 배란기가 되면 여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정한다. 남자를 유혹하고 싶고, 유혹에 빠진 척 하고 싶어진다. 이 배란기에 맞추면 여자는 나긋나긋 가능성을 내비친다. 청소년기의 남자에게는 엄청난 양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그래서 그때의 남자는 걸어 다니는 폭탄과 같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성행위를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그래서 그 나이의 남자에게는 성교육이 절실하다. 여자의 몸은 소중하고, 상호합의가 안 된 성행위는 안 된다고 얘기해 주어야 한다. 만약에 그렇게 교육이 안 되면 인터넷 야동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다운로드 받은 야동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어 할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과 관계가 있지만, 정복욕, 예술에의 승화, 승부욕과도 관계가 있다. 그래서 그 호르몬을 잘 사용하면 멋진 남자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성폭력자나 치한이 될 수 있다. 성욕을 조절하지 못하면 청소년은 소년원에 가 있게 되고, 성인 남자는 감옥에 가게 된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른 남자들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거나 성교육이 안 되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사랑하는 파트너가 생기면 원 없이 할 수 있는 성행위를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사람과 해서 그런 일을 겪는 것인데, 어쨌든 그 모든 것이 호르몬 때문이다. 요즘 화학적 거세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호르몬 치료 방식이다. 호르몬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현명하게 호르몬을 조절하던지, 건전한 방식으로 호르몬을 소비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인간이든 동물이든 호르몬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가 아무리 이성적이라고 해도 인간은 동물이다. 그래서 동물의 속성이 누구에게나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호르몬이 계속 분비 되고 우리는 호르몬에 의해 자기도 모르는 행동을 하게 된다. 만약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건 호르몬의 작용이고, 누군가가 싫증이 난다면 그것 또한 호르몬의 작용이다. 하지만 그 호르몬은 분비되는 시기가 따로 있다. 그 시기에 맞춰 행동하면 적은 노력으로 사랑에 성공할 수 있다. 반대로 그 호르몬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아무리 노력해 봤자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