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내가 어떤 이를 사랑했는데 그 사람과 섹스 뒤에 관계가 시큰둥해지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게 된다. 내가 맛이 없었나, 내 테크닉이 별론가? 내 것이 너무 큰가? 내 것이 너무 적은가? 등등. 특히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을 당했을 경우는 그 생각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스스로를 계속 자책하게 되고, 설명할 수 없는 자존심에 가슴이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안절부절 하게 되고, 결국은 그 부분에 대해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열등감은 점점 더 커지고, 괜스레 자격지심도 갖게 된다. 사람은 쉽게 잘난 체를 했다가 쉽게 열등감을 느낀다. 어떤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로 상대방을 울렸다 웃겼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섹스에 대해서는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규적인 교육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으로 터득해야 하는 건데, 아무하고나 경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못한다는 말을 듣거나, 그런 평가를 받기는 싫다. 너무나 아이러니다. 배우지도 않고 잘 하기를 바라다니. 순결하기를 바라면서 테크닉이 좋기를 바라고, 나만 좋아하길 바라면서 맛있기를 바란다. 이론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것이다. 어떻게 지식을 모르고, 몸을 모르고, 연습을 하지 않고, 훈련을 거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잘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람의 심리는 그렇지 않다. 마치 사랑을 하면 몸과 마음이 열리면서 갑자기 페니스가 강해지고, 질이 수축을 해서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사랑하니까 섹스도 잘 될 거야”란 생각이 파트너에 상처 입힌다. 마음과 몸은 다르다. 그러므로 터놓고 연구-노력해야 섹스 완성된다. 사랑을 하면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오르가슴이 저절로 느껴지고, 그래야만 그 사람과 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말이나 되는 소린가? 마음과 몸은 같을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운명처럼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사랑의 기술이, 특히 섹스의 기술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누가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맛이 있니 없니 그러면서 남자는 여자 타박을 한다. 순결하면서 맛까지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상담 내용에 이런 애로사항을 적는다. 그녀들은 또한 남자가 자기만 사랑해 주기를 바라면서 테크닉이 좋기도 바란다. 절대로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테크닉이 좋다는 것은 대개의 경우 경험이 많다는 것이고, 미숙하다는 것은 경험이 적다는 말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타고난 사람도 가끔 있겠지만…. 하여튼, 처음 사랑하는 사람이 섹스 때문에 자존심을 상하는 것은 서로 너무 많은 기대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아주 잘하는 사람을 만나 테크닉을 한꺼번에 배울 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즉 길러서 잡아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고 실망하고 짜증을 낸다면 상대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생각해 보고, 상대를 만나거나 기대해야 한다. 순진하면서, 테크닉도 좋기를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꼴이다. 경험이 많고 테크닉이 좋은 사람을 만날 건지, 경험이 없는 순진한 사람을 만날 건지 정한 후에, 그 사람이 현재 가지지 않은 능력에 대해서는 참아야 한다.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상대방을 훈련시키거나, 조정해 나갈 수는 있다. 사랑은 기술이 필요하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아는 것도,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아는 것도 공부해야 하고, 책을 봐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고, 그러고도 시행착오를 많이 해야 한다. 많이 다투고서야 겨우 알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신체나 호르몬이 많이 다르다. 성욕이 강한 시기도 다르다. 남자는 10대 중후반이 강하고, 여자는 30대 중후반이 강하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20년 정도 차이가 나는 커플이 좋다. 얼마 전에 중학생 제자와 30대 중반 여교사의 합의된 사랑 이야기가 나왔는데, 성적으로는 가장 맞을 수도 있다. 다만 한 명은 미성년자고, 한 명은 유부녀라는 점이 법적으로 걸리는 문제고, 우리 사회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사랑하는 테크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한 가지 악기나 운동을 배우는 데도 적어도 1년 이상, 수년이 걸린다. 한 가지 동작을 몇 천 번씩 해야 몸에 익고, 저절로 된다. 그런데도 섹스는 저절로 잘되기를 바란다. 섹스도 연습하고, 노력하고, 배워야 한다. 만약에 섹스를 잘못 한다고 상처를 받았다면, 고민하고, 방법을 생각해 보고,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갑자기 명기가 될 수 없듯이, 명기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땀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명기가 될 수 있고, 수많은 연습을 해야 섹스도 잘 할 수 있다. 성적인 문제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면, 정말로 내가 자존심을 상할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순진한 사람이 섹스를 잘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파트너에게 말해야 한다. 내가 순진해서 경험이 없지만, 노력해보자고. 그러면 대화를 하면서 어떤 것이 문제점인지, 어디가 성감대인지, 어떻게 해 주면 좋은지, 어떻게 해 줄 때 좋았는지 서로 물어보면서 연구하고, 노력해 볼 수 있다. 대부분 부부는 섹스 파트너가 1명이다. 결혼 전에 많은 사람과 데이트를 해 보거나, 섹스 경험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도덕심이나 책임감, 죄책감 때문에 기껏해야 몇 번의 경험이 고작인 경우가 많다. 순진하니까 테크닉 없거나, 경험많아 테크닉 좋거나 둘 중 하나. 둘 다 바라지 말고 택일한 뒤 상대방 키워나가야. 더군다나 미숙하고 걱정되고 불안해서 충분히 행복한 섹스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마음 편히 하는 섹스는 결혼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파트너가 섹스를 잘 하기를 바란다.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가 혼자서 걷기 위해서는 3000번을 넘어진다고 한다. 적어도 3000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겨우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다. 어찌 그것이 걷는 것에만 해당되겠는가? 스키를 배울 때도, 골프를 배울 때도, 영어를 배울 때도, 젓가락질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섹스에 대해서만 사랑의 강도와 테크닉이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일까? 사랑도, 섹스도 처음 하거나 미숙한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참아주고, 노력해야 한다. 사랑의 테크닉과 사랑의 강도는 비례하는 게 아니다. 그런 잘못된 생각으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요즘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고, 이기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완벽한 파트너이길 바라고, 섹스도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벽한 섹스는 혼자서 할 수 없다. 내 파트너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대화를 하자. 그리고 같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노력하자. 혼자서 끙끙댈 것이 아니라, 함께 의논해야 한다. 내 몸에 대해,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알려주고, 파트너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또한 말로 하지 않으면 서로의 애로사항을 모르기 때문에 파트너도 말을 해야 한다. 어떨 때 좋았는지, 어떨 때 당혹스러웠는지, 서로 터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생각보다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것으로 내가, 혹은 파트너가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사과해야 한다. 오늘 당장 맥주를 한 잔 하든지, 소주를 한 잔 하면서 얘기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