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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성 칼럼]옛날엔 ‘책임져야 하면’ 결혼 골인,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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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6-197호 편집팀⁄ 2010.11.22 14:21:48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옛날부터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다. 70, 80대에선 손만 잡아도 결혼했고, 50, 60대는 키스만 해도 결혼할 수 있었다. 30, 40대는 먼저 잠잔 사람이 그녀와 결혼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용기 있는 남자가 미녀를 얻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마음을 잡는 용기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일까? 20대 여성들에게 물었다. 잠을 잔 남자와 결혼할 거냐고. 아니란다. 어떤 남자들은 잠을 잤으니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요즘 여자들은 "책임질 필요 없다"고 대답한다. 오히려 남자들이 책임진다고 하면 거부한다고 한다. 그럼 20대 여자들이나 신세대 여성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까? 잠자는 걸로도 안 되는 그녀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까? 남자가 용기를 내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한 번 자는 걸론 여자를 책임져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만 좋았냐? 너도 좋았지!’가 정답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작정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그녀의 마음을 잡거나, 그를 잡을 수 있을까? 모든 남자가 여자를 꼬시고 싶어 한다. 옛말처럼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현대에 있어서의 용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관심과 배려와 정성이다. 여자의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다면, 그리고 절대적인 결격 사유가 없다면, 여자는 자신을 공주나 왕비처럼 대우해 주면서, 예쁘다고 말해 주고, 칭찬해 주고, 꽃을 가꾸듯이 정성을 들이는 남자에게 대부분 마음을 준다. 물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자는 조금 더 까다롭게 남자를 고른다. 왜냐하면 남자가 능력이 있어야 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가 경제적 능력을 가질 수 없었던 옛날에는 남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선택사항이었다. 힘센 남자가 미인을 차지한 건 아주 먼 옛날, 글 잘쓰는 권력자가 미인을 차지한 건 조금 먼 옛날, 요즘은 어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열게 만들까 시대마다 남자의 능력에 대한 기준은 달랐다. 싸움을 잘 하고 힘이 세면서 사냥을 잘 하는 남자가 가장 능력 있는 남자인 때가 있었고, 글을 잘 쓰고 권력을 가진 남자가 능력의 상징이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처럼 돈을 잘 버는 남자가 능력 있는 시대도 있다. 즉 시대마다 여자가 남자의 능력을 재는 척도는 다르다. 또한 시대마다 용기의 척도도 다르다. 시를 잘 써서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용기가 될 수도 있고, 키스를 먼저 하는 것이 용기가 될 수도 있고, 먼저 자는 것이 용기가 되기도 한다. 어떻든 여자에게 능력이 있어 보이는 남자가 용기 있는 행동을 먼저 하고, 그리고 계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사랑을 보이면 여자는 마음의 문, 몸의 문을 열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이렇게 꼬시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렇게 여자를 꼬셔서 평생 밥해 달라고 하고, 빨래해 달라고 하고, 애 낳아 달라고 하고, 집 지켜 달라고 했다. 그러면 여자는 한번 자신의 마음과 몸의 문을 연 남자를 위해 평생 반려자로서 함께 살았다. 섹스를 해 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않았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서 했다. 밥, 빨래, 자식 낳아서 기르기, 시부모 모시기 등을 모두 다 해 줬다. 남자는 여자를 꼬신 다음에는 ‘잡은 고기에겐 먹이를 안 준다’는 원칙에 따라 평생 여자를 부려먹기만 했다. 물론 남자는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밖에 나가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여자도 달라졌다. 여자를 유혹할 때만 여자에게 잘해주면, 여자는 옆에 있지만 자기 여자가 아닐 수 있다. 즉 꽃에 물을 며칠만 안 주면 꽃이 시들고, 또 며칠 더 물을 안 주면 말라비틀어지고 죽어 버리듯 여자의 마음도 죽어 버릴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남자는 여자를 꽃을 가꾸듯 돌봐야 한다. 처음 꼬실 때와 같은 마음으로 여자를 매일 유혹하고 예뻐해 주어야 한다. 어쩌겠는가? 여자 마음이 옛날 같지 않고, 인터넷과 TV에서 매일처럼 여자에게 잘 하는 남자들만 보여 주는데, 남자가 바뀌지 않으면 사랑하는 여자를 옆에 계속 둘 수가 없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남자는 혼자 살던지, 여자의 사랑은 꿈도 못 꾸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어렵겠지만 처음같은 마음으로 계속 여자에게 정성과 배려와 사랑을 줘야 한다. 그래야 여자에게 평생 사랑받을 수 있다. 주는 만큼 받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평생 한 여자를 사랑하고, 초심으로 잘 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부분 알듯이 그것은 남자에게 힘들고, 매우 드문 일이다. 그것은 남자의 DNA에 있는 사냥꾼 기질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상 남자는 매일 매일 새로운 사냥감을 쫓아야 했고, 남자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려야 한다는 자연의 종족 보존의 법칙을 물려받았다. 남자의 유전자에는 되도록 많은 여자를 유혹하고, 되도록 많은 후손을 낳아야 한다는 본능이 있다. 한 여자에게만 잘한다는 것은 남자의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다. 힘든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산업화-문명화되면서 남자 같은 능력을 여자도 갖게 됐다. 교육의 힘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함으로써. 여자에게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한 예전처럼 “여자를 책임진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일단 잡은 사냥감에게 계속 먹이를 주는 것은 남자의 본능에 어긋나는 행동. 그러나 어쩌랴. 여자도 남자만큼 사냥을 잘 하게 돼 버렸는데…. 그래도 옛날 같은 생각을 하고 싶은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크게 능력을 키워, 여자가 돈을 한 푼도 벌어오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게 해 주면서 큰소리를 치면 된다. 그게 아니라면 옛날 남성의 권력을 줄여야 한다. 평생 한 여자에게 잘 해주면서 권력을 그녀와 나눠 가져야 한다. 21세기에 인기 있는 남성의 용기는 여자를 배려하고, 보살피고, 사랑하는 것이다. 옛날처럼 계속 새로운 미인을 찾아 떠돌아다니다가는 곧 모든 여자와 작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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