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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성 칼럼]당신은 멀쩡한데 사랑을 못한다굽쇼?

사랑·섹스는 종합예술…아무나 하는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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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202-203호 편집팀⁄ 2010.12.27 14:33:46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사랑은, 섹스는 절대로 아무나 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조건이 맞춰지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다. 적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야 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는 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물론 성인이 되었다고 모두 다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섹스를 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몸이 건강해야 한다. 혈액순환, 신경조절, 근육량, 몸을 조절할 수 있는 두뇌의 작용이 정상이라야 한다. 그리고 섹스를 하고 싶은 상대가 있어야 하고, 그 사람에 대해 호감을 느껴야 하고, 서로의 체액을 교환하고 싶은 정도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맞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신뢰나 매력이 있으려면 경제적 능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남자는 데이트로 여자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유혹하려는 여자를 위해 밥을 사고, 영화를 보여주고, 커피를 사 주며, 선물도 사 줘야 한다. 그래야 여자가 호감을 갖는다. 여자는 ‘나를 먹여 살릴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남자에게 마음을 준다. 그것이 여자가 진화해 온 방식이다. 여자 하나 먹여 살릴 정도의 경제력이 없어 보이는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마음을 주겠는가? 그래서 남자는 경제력을 갖췄거나 갖춘 것처럼 보여야 한다. 경제력이 필요한 것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남자에게 섹시하게 보일 정도로 외모를 갖추려면 멋을 내고, 화장(변장?)을 하고, 옷을 잘 입고, 머리를 하고, 향수도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섹스를 하려면 혈액순환이 잘 돼야 한다. 일단 남자는 발기가 돼야 하고, 여자는 자궁이 따뜻하고 애액이 잘 나와야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된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아주 건강해야 함을 의미한다. 건강의 꽃은 섹스다. 섹스는 건강이 좋은 상태여야 할 수 있고, 건강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없으며, 하더라도 아주 질이 떨어진다. 남자는 건강을 잃은 후에야 ‘젊었을 때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많은 섹스를 할 걸’ 하고 후회한다. 건강을 잃고, 섹스를 할 수 없을 때라야 섹스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건강 상실이 섹스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아주 절절히 느낀다. 끝까지 섹스를 할 수 있는 남자는 젊었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잘 한 남자이며,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섹스도 할 수 있을 때 즐겨야 한다. 명심할 점은 섹스는 ‘항상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점이다. 남자는 섹스 안되면 인생 끝났다고 생각하고 “좀 더 사랑할 걸”이라며 후회한다. 그러니 끝까지 섹스하는 남자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섹스를 하려면 몸이 튼튼해야 한다. 치매나 중풍에 걸리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으면 섹스가 매우 힘들다. 본인의 몸 하나도 조절하지 못하는데 두 사람이 하모니를 이루는 일이 쉽겠는가?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받았거나, 심혈관계질환이나 당뇨 같은 병에 걸려도 섹스는 어렵다. 그래서 섹스는 신체가 건강한 두 사람의 운동이고 대화다. 섹스를 잘 하려면 마음도 건강해야 한다. 우울증, 정신분열증, 정신지체가 있으면 섹스가 쉽지 않다. 성욕이 없거나 과다해도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어야 상대의 마음도 조절할 수 있다. 너무 이기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이타적이어도 안 되고, 너무 의지만 해도, 너무 자립적이어도 섹스는 안 된다. 어느 정도 의지하고 어느 정도 자립적이면서, 어느 정도 이타적이면서 동시에 이기적이어야 팽팽하게 재미있는 섹스를 할 수 있다. 너무 걱정이 많거나 돈 욕심이 많아도, 권력욕이나 일 욕심이 너무 커도 섹스는 안 된다. 어느 정도 상대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을 쓸 수 있어야 사랑이나 섹스가 된다. 한 쪽으로 너무 치우친 사람은 절대로 멋있는 섹스, 맛있는 섹스를 할 수 없다. 섹스를 하려면 서로 신뢰해야 한다. 적어도 나의 마음과 몸을 맡겨도 좋겠다는 신뢰가 있어야 아무리 하룻밤 정사라도 이뤄진다. 성병이 없을 거라는 육체적인 신뢰, 나를 소중히 생각해 줄 거라는 마음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만나는 동안 소문을 내지 않을 거라는 신뢰, 다른 이성과 동시에 만나지 않을 거라는, 즉 양다리를 걸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분 좋은 섹스가 된다. 신뢰가 없으면, 계속 의심해야 하고, 의심이 있으면 오래 갈 수 없고, 멋진 섹스도 안 된다.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의 종교관, 직업관, 취미생활 등 모든 것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주고 배려해 줘야 맛있는 섹스가 가능하다. 파트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상대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대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고, 외로울 때 옆에 있어 주고, 힘들 때 힘이 돼줘야 깊은 섹스가 가능하다. 말로만 인정하고 행동으로는 배려하지 않으면 그건 인정하는 게 아니다. 대화가 안 되면 사랑도 못해. 아무리 예뻐도 말 안 통하면 3번 이상 못 만나고, 못생긴 여자도 말 통하면 정들어 계속 섹스가 이뤄지려면 대화가 돼야 한다. 아무리 멋지게 생겨도 대화가 안 되면 오래 갈 수 없다. 몇 마디 했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 계속 만날 이유가 있을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만날수록 재미있고 유익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화 꺼리가 있어야 하고, 일부러 책-신문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꺼리를 찾아야 한다. 아무리 예쁜 여자도 대화가 안 되면 3번 이상 만날 수 없다. 아무리 못 생긴 여자도 3번 만나면 정이 들고, 2세가 똑똑하게 나올 것 같으면 계속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성욕이 있어야 섹스를 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섹스 호르몬이 어느 정도 분비돼야 한다.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많으면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분비가 안 된다. 그래서 섹스를 젊은 사람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적절히 체력관리를 하거나 의학의 도움을 받는 등 노력만 하면 섹스 호르몬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성욕은 계속 유지된다.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은 동물-식물 모두에게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즉 종족보존을 위한 욕망이고 본능이다. 단, 인간만이 번식과 상관없는 섹스를 한다. 동물들은 배란기(암컷), 발정기(수컷) 때만 섹스를 한다. 인간은 번식과 상관없는 섹스를 하지만, 아무하고나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 사람의 유전자를 받고 싶어야, 즉 성적으로 끌려야 섹스를 한다. 그래서 수컷 기질이 강하거나, 암컷으로 매력이 있어야 선택받을 수 있다. 섹스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암컷이나 수컷으로 성적 매력이 있다는 의미고, 그런 파트너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가 발달한 나라나 시대에는 경제가 발달했다. 우리는 지금 힘들다고 말하지만,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문명적으로 가장 발달한 시기이다. 잉여가치가 있어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문화적으로 발달하고 육감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사랑-섹스는 여유가 있는 사회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 최상의 가치다. 그래서 섹스는 종합예술이고, 통합의학이고, 삶의 축복이다. 나는 아무 결격사유가 없는데, 사랑 한 번 못했다고 억울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을 못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무 이기적이거나 일을 많이 하거나, 너무 시간이 없거나 성적 매력이 없거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기 힘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자존심이 너무 강해 사랑스러운 사람에게도 굽히지 못하거나, 사랑보다 돈-권력이 더 좋거나…. 사랑 못하는 당신, 너무 이기적이거나 일이 너무 많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자존심이 너무 강해 그렇지는 않나요? 어쨌든 이런 모두를 갖춰야 사랑이 가능하고, 사랑이 있어야 섹스가 가능하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멋진 사랑이나 섹스를 꿈만 꿀 수도 있다. 멋진 사랑, 섹스를 하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만약 사랑할 시간이 없다거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런지 자신에게 물어 보라. 최고, 최상의 가치가 있는 대상인데도 ‘나는 정말 할 수 없을까?’라고 자신에게 물어 보라. 전쟁 중에도, 목숨을 걸고, 가문이나 국가를 버리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과 나는 도대체 뭐가 다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을 나는 하고 있는가? 내 인생에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인간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맛나게 하는 사랑을 나는 하고 있는가? 그런 사랑을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뭘까? 사랑 한 번 못하고 죽으면 삶이 후회스럽지 않을까? 새해엔 정말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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