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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많이 봤다. 살아 있어 행복하다”

드라마 ‘싸인’에서 천재 법의학자를 연기하는 박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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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4호 이우인⁄ 2011.01.10 14:07:20

해결되지 않은 사건의 수많은 희생자, 그들에게 남겨진 흔적인 ‘싸인’(Sign)을 통해 범죄에 숨겨진 ‘사인’(死因)을 밝혀내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메디컬 수사 드라마 ‘싸인’이 1월 5일 첫 방송됐다. 이 드라마는 연기대상에 빛나는 연기파 배우 박신양과 전광렬의 팽팽한 연기대결,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영화와 연극, 드라마,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팔방미인 장항준 감독의 첫 지상파 드라마 연출, 게다가 김아중, 엄지원, 정겨운, 송재호, 안문숙, 문천식 등 개성 있는 주·조연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는 바람에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관심의 중심은 물론 박신양이다. 2007년 ‘쩐의 전쟁’에 출연한 박신양은 억대 출연료 요구로 한국 드라마제작사협회로부터 무기한 출연 정지를 당했고 그래서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이후 전면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2년여 만에 ‘싸인’을 통해 컴백했다. 박신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처럼 곱지만은 않다. 이번 작품에 배우로서 그의 생존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첫 방송을 이틀 앞둔 1월 3일 서울 목동SBS에서 ‘싸인’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박신양의 얼굴은 긴장한 탓인지 매우 굳어 있었다. 예전에 보여준 장난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주 냉철하고 진지한 윤지훈이 있을 뿐이다. 윤지훈은 박신양이 맡은 역할로 ‘싸인’을 이끄는 천재 법의학자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올곧은 인물인 지훈은 극 중 법의학계의 일인자 이명한(전광렬 분)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수많은 위기를 맞지만 고난과 역경에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강인한 인물이다. 박신양은 윤지훈의 강인한 심장을 가지려고 200여 구의 시체와 동고동락했다고 한다. 연말연시에 부검실의 부검대에서 식사하는 등 자신의 내면을 윤지훈 역할로 채웠다고 한다. 노력의 결과일까? ‘싸인’은 첫 방송부터 시청률 경쟁에서 같은 날 첫 방송된 김태희-송승헌 주연의 ‘마이 프린세스’를 누르고 수목극 정상을 차지했다. 첫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싸인’의 신선한 소재에 놀랐고,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박신양의 놀라운 연기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신양에게서 복귀 소감 등을 들어봤다.

-이렇게 오랜만에 나온 이유는? “그동안 200편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내가 할 만한 역할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꼭 하고 싶은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 없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좋은 시나리오를 만났고 덥석 물었다. 쉬는 동안 책을 많이 읽고 아프리카에도 다녀오고 음악도 만들어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그랬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나?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데 익숙해져서 첫 3페이지만 보면 얼마만큼 공들여 썼는지를 알 수 있다. ‘싸인’은 무게감부터 달랐다. 그리고 누가 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김은희 작가와 제작사 대표, 장항준 감독을 만나게 됐다. 매우 좋은 감각으로 스태프진이 구성됐다. 그냥 드라마 프로젝트 자체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어서 좋은 것 같다. 홍보팀도 깨끗하고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돌진하고 있다. 본능적인 믿음 때문이다.” -‘싸인’은 어떤 작품인가? “내가 시나리오 200여 편 가운데 선택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두세 달 전부터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많은 시체를 봤다. 처음에는 죽음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내가 모르는 게 많이 숨겨져 있더라. 심각한 이야기지만 재미있게 보여주겠다.” -천재 법의학자 역할인데, 캐릭터는 어떻게 설정했나? “나는 연기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프로젝트를 먼저 검토하고 연기를 검토한 뒤 며칠 동안 시체를 봤다. 그리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집에 들어가면 충격적인 장면만 떠올랐다.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안 마시던 맥주를 마시고 안 떠는 수다도 떨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웃겼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졌다.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게 됐다. 이 작품을 안 했으면 몰랐을 기쁨이다.” -같은 날 시작하는 수목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와의 경쟁에 자신 있나? “‘마이 프린세스’가 뭔가? 그게 뭔지 모르겠다. 내 경쟁 상대는 추위뿐이다.” -연기 잘하는 전광렬과 맞대결을 펼치는데 소감이 어떤가? “전광렬 씨는 대본의 이해도가 높은 분이다. 촬영할 때 팽팽한 것 같다. 갈수록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싸인’은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열애 관계를 만드는 방식의 드라마가 아니다. 하고자 하는 방식이 직접적이다. 법의학, 시체학 등 분명히 기피하고 싶은 주제를 다루지만,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른 드라마는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드라마가 시도된다는 사실이 기쁘다. 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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