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오늘은 프랑스혁명의 근본 가치로서 사랑에 대해 살펴본다. 정치와 사랑에 대한 성찰 중에서 근대 역사에 깊은 뿌리를 갖고 있는 가치가 프랑스 혁명의 3대 정신, 즉 세 이념 가운데 하나인 보편적 형제애(universal fraternity)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 형제애가 ‘박애’로 번역되어 왔으므로 혼돈의 여지가 있어 이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혁명의 세 개념은 자유, 평등, 박애라고 반복해서 배웠던지라 그 ‘박애’의 원문이 ‘보편적 형제애(universal fraternity)’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충격이었다. 막연했던 박애의 개념이 구체성을 지니고 다가온 중요한 순간이었다. 박애와 보편적 형제애는 확연히 다르게 인지되는 두 개념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공통점일 뿐. 아마도 이 번역의 애매모호함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형제애에 대한 인식이 종교적인 개념으로 한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형제애는 프랑스 혁명의 세 이념인 자유· 평등· 보편적 형제애 가운데 하나로, 철학적으로 긴 역사를 지닌다. 많은 갈등의 역사를 지니지만 이 세 개념을 다시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유), 관계적 차원에서 평등을 확인하며(평등), 보편적 형제애는 이 자유와 평등을 잇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보편적 형제애는 완전히 상호적이어서 우리에게 참된 평등과 자유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해석의 열쇠를 제공한다. 자유와 평등 연결하는 ‘보편적 형제애’를 박애로 번역함으로써 원래 의미의 구체성을 못 담은 것이 안타까워. 역사적으로 보면 이 가치들에 대한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해석의 차이가 치열한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켰다. 부르주아정신은 자유를 ‘경제적 권력과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주의자들과 과학적 집단주의는 거의 절대적으로 ‘경제적 차원에서만’ 자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평등은 동등주의로 변했고 보편적 형제애는 계급이라는 좁은 공간 속에 갇히게 되었다. 결국 심오한 의미를 지닌 ‘보편적 형제애’는 계층, 계급, 집단마다의 ‘연대’라는 좁은 공간에 갇히는 아픈 가치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20세기 초 작가인 샤를르 페기는 “보편적 형제애는 생생하고 사라지지 않는, 인간적이고 혁명적인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보편적 형제애라는 인간 본연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는 일에 얼마나 중차대하게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는지는 마틴 루터 킹이 명료하게 설파했다. “보편적 형제애의 정신으로 함께 사는 법을 배우든지, 아니면 바보처럼 모두 멸망하든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형제애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선 그 말 그대로 내 가족 안에서부터…. 한 집안의 형제들은 복잡다단한 관계와 감정들로 얽혀 있다. 형제간의 애증, 경쟁, 싸움, 사랑 등…. 현실적 의미로 성공한 형제, 실패한 형제, 경제적으로 부유한 형제, 빈곤한 형제, 속세적 의미의 잘난 형제, 못난 형제 등등. 아무리 미워도 핏줄을 나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삶을 통해 우리는 형제애가 무엇인지 안다. 형제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해답은 하나 ‘사랑’이다. 서로 사랑하고 기쁨도 슬픔도 나누며 물질도 나누어 주고…. 서로에게 선물로 존재하는 사랑을 나누는 상호 관계를 이루는 일이다. 이제 영역을 확대해 보자. 사랑에 근거한 보편적 형제애는 단지 인척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만이 아니다. 그것은 친척관계나 가정의 연결 고리를 넘어 성별, 사회적 계층, 경제적 계층, 시민, 인종, 문화,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인간에 도달해 수용하는 형제적 관계를 뜻한다. 이 안에서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며 상호보완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면서 동시에 상호독립적인 사랑의 관계를 형성한다. 보편적 형제애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상호적이며 배려, 신뢰, 환대, 경청, 선물, 나눔 등의 가치로 가득하다. 또한 반대와 갈등,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한 개념으로서의 보편적 형제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