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8강전에서 맞붙게 된 한국과 이란의 간판 스타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과 네쿠남(스페인 오사수나)이 이번에는 설전을 자제하고 있다. 이들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지난 2009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둘이 불꽃같은 ‘입씨름’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2월11일 한국이 이란으로 가는 원정경기를 앞두고 네쿠남은 “테헤란에서 박지성이 지옥을 맛볼 것”이라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고, 박지성은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야 알 수 있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실제 경기에서 박지성은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1대1 무승부로 돌려 놨다. 4개월 뒤 서울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선방을 날려 “우리는 이미 본선 진출이 확정돼 여유가 있지만 이란은 이번 결과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압박했고, 네쿠남은 움찔하면서도 "박지성보다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런 과거사가 있는지라 한-이란 전을 앞두고 기자들이 한 마디 해달라고 이 두 선수를 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평화 무드. 18일 한-인도전이 끝나 8강전에서 한국과 이란이 붙기로 확정된 뒤 ‘네쿠남에게 해줄 말이 없는가’란 질문에 박지성은 "할 말 없다"고 잘라말했다. 네쿠남 역시 지난 16일 북한전을 마친 뒤 ‘박지성에게 해줄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 "푸훗"이라는 한 마디 소리만 남겼다. 중동에서 아시안컵이 열리고 있는데도 그는 화평 무드다. 네쿠남은 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영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번의 아시안컵에서 우리는 한국과 만났다. 우리가 한 번 이기면 그 다음엔 한국이 이겼다. 한국과 이란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두 팀이다. 두 나라는 언제나 훌륭한 경기를 했다"고 한국과 이란을 모두 추켜 세웠다. 이 소식에 네티즌들은 “월드컵 예선 때는 박지성이 말로도 혼내 줬지만 이번에는 그냥 실력으로 혼내 주면 된다” “여유 있는 박지성의 모습이 좋다” “네쿠남의 말대로 아시아 최강끼리 진정한 승부를 펼쳐 주길 바란다”고 칭찬하는 반응이다. 한-이란 전은 23일 새벽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