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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쓸면 쏠리는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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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6호 최영태⁄ 2011.01.24 14:14:26

최영태 편집국장 한국만큼 연예인의 세대교체가 빠른 나라는 없는 것 같다. ‘6개월 가수’라는 말도 있지만 요즘은 6개월도 길다. 이른바 ‘개미들’은 이렇게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지지만, 최정상에 오른 연예인은 또 엄청 롱런한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벌써 연예대상만 6, 7번을 연속 받았다니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연예계 조무래기들의 끊임없는 교체, 그리고 거물들의 장기집권에는 한국인의 쏠림현상이라는 배경이 있다. 다른 이들이 좋다면 난 안 좋아했는데도 어느새 좋아져 있고, 다른 이들이 공격하면 난 아무 생각 없었는데 어느덧 내 손에 몽둥이가 들려 있는 격이다. 한국인의 쏠림 현상은 TV 드라마에서도 확인된다. 거의 모든 드라마의 주인공은 회장님의 아드님이시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 외국인들은 아마도 한국 국민의 대다수가 회장님 아들딸이고, 회장님의 아들딸이 아니면 드라마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나라로 착각할 것 같다. 미국이나 일본 드라마에는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성격들이 등장하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회장님의 아드님, 그것도 처음에는 까칠했다가 드라마가 뒤쪽으로 갈수록 개과천선하는 ‘인간적인 아드님’들만 나오는 걸까. 물론 여기도 쏠림현상이 있다. 재벌의 아들, 딸쯤 돼야 ‘섹시하지’ 보통사람들의 궁상스런 모습은 감히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한국인의 의식이 쏠려 버렸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하찮은 ‘아랫것’들은 오늘도 TV 앞에 앉아 화려한 의상과 승용차에 휩싸여 등장하는 회장님과 그 자제분들을 촉촉한 동경의 눈으로 올려다본다. 나도 언젠가는, 아니 적어도 내 자식만큼은 반드시 저런 자리에 올라가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한국인이 쏠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무지해서 그렇고, 다른 하나는 무서워서 그렇다. 우선 한국인의 무지부터 보자. 대학 졸업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한국인에게 ‘무식’이라니?란 반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 보면 한국인 대부분은 무식하다. 잘 모른다. 그냥 대졸자만 기준으로 보자. 대학이 소수 엘리트를 위한 교육기관인 유럽에서는 ‘무식한 대졸자’는 존재할 수 없다. 대학 교육이 한국에 버금갈 만큼 보편화돼 있는 미국에도 ‘무식한 대졸자’가 일부 있지만 한국만큼 많지는 않다.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대학 졸업 뒤 읽은 책이 손으로 꼽을 정도의 대졸자가 한국에는 수두룩하다. 글로벌 코미디다. 이처럼 잘 모르는 대졸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한국의 메이저 방송-신문을 봐도 세상 돌아가는 깊은 속사정은 알기 힘들다. 거의 같은 내용, 한 쪽으로 쏠린 뉴스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한쪽 지식과 언론환경에다 ‘한국적 무서워’가 더해진다. 한국인 사는 환경이 항상 낭떠러지 옆을 걸어가는 격이다. 무서우니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저 생존이고, ‘우리 가족이 살아나갈 길’ 이외를 생각하는 것은 사치다. 박원순 변호사의 말대로 세계 10위의 경제 부국인 한국에서, 한국인은 더 이상 ‘굶어죽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즉,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남들이 볼 때는 불쌍해도 나 스스로는 부끄럽지 않고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돼 있다. 사정은 이렇게 바뀌었지만 오늘도 한국인은 곁눈질을 하면서 산다. 그래서 큰 빗자루가 쓸면 쏠린다.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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