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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체 공휴일제 무산…왜 노는 것 하나 제대로 못하나

대체 공휴일제 돼야 경제도 살고 일자리도 늘텐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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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6호 최영태⁄ 2011.01.24 16:37:51

대체 공휴일 제도가 말만 무성했지 결국 흐지부지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체 공휴일 제도는 법정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금요일 또는 월요일을 쉬도록 하는 제도다. 문화부는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체 공휴일제에 대한 관계 부처 협의를 2010년말까지 마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현재까지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 부처간 협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재정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이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대체 공휴일을 정해 놓으면 예컨대 1월1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1월2일을 놀게 해야 하고 공장을 계속 돌리려는 사업주는 공휴일 수당을 추가로 주면서 일을 시켜야 하는데, 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공휴일 근무 수당이 업주에게 부담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래 봐야 한국의 법정 공휴일(연간 14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는 경우는 1년에 3~8일 정도라고 한다. 1년에 3~8일 공휴일 수당을 주는 게 아까워서 전국민이 해마다 연말이 되면 그 다음해 달력을 들여다보면서 ‘빨간 날’을 세고, 일희일비 하도록 만드는 것은 참 바보같은 짓이란 생각밖에 안 든다. 또 일부 생산직을 제외한다면 대체 공휴일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꼭 근무를 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놀게 하면 추가로 돈이 들지도 않을 것 아닌가? 공휴일도 요행수에 기대야 하니, 이건 참… 요행수가 판치는 이 나라에서 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쉬는 날마저도 요행수에 기대게 만들고, 그래서 2010년처럼 설날 연휴가 토-일-월요일과 겹치는 ‘거지 같은’ 경우를 만드느냐는 것이다. 작년 설날을 돌이켜보자. 설날 연휴가 주말과 겹쳤다고 해서 귀성 행렬이 없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직장별로 ‘알아서’ 쉬는 바람에 쉴 사람들은 다 쉬었다. 대체 공휴일제를 만들어 놓으면 작년 설날 때처럼 업주와 사원이 연휴 일정을 놓고 설왕설래할 필요 없이 “올해는 설날 연휴가 토-일과 겹치니 연휴는 월-화-수요일까지”라고 깔끔하게, 법대로 정리하도록 법을 정비해 놓으면 안 되나? 산업화 시대에는 노는 게 죄악이었고, 생산 라인에 잠시도 쉬지 않고 직공들이 들러붙어 일을 해대야 나라 경제가 발전했다. 지금도 그런가? 21세기 스마트폰 시대에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생산라인’이 아니라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하지 않았던가?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도 나오려면 사회 전체가 ‘창조적으로 머리를 돌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하며, 창조적으로 머리를 돌리는 데는 ‘자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라틴어에서 scole은 ‘한가함을 즐기는 것’이란 의미이고, 여기서 두 가지 단어가 나왔다고 한다. 하나는 여가를 뜻하는 ‘레저’로, 다른 하나는 학교를 뜻하는 ‘스쿨’로. (김정운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인용) 창의성 때문에 큰 일 났다면서 왜 못 놀게 하나 공휴일을 구체적인 ‘날짜’로 잡아놓아 걸핏하면 공휴일이 화-수-목요일에 떨어져 직원이나 사장 모두를 난감하게 만드는 한국의 법정공휴일 시스템을, 미국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미련스럽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연방 공휴일은 연간 10일이다. 한국의 14일보다도 적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거의 매달 ‘알지게’ 연휴를 찾아 먹는다. 잊을 만 하면 한 달에 한번 꼴로 찾아오는 연휴는 생활에 리듬을 주는 활력소가 된다. 멍청하게 화-수-목에 떨어지는 공휴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돌아오는 연휴 날들은 또한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연휴 대목’이 된다. 기왕에 쉬도록 돼 있는 공휴일을 이처럼 연휴로 활용하면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규칙적으로 연휴가 돌아오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마음 편하고, 상가나 기업은 세일 대목을 노릴 수 있으므로 두루 좋은 것 같다. 다 알 듯, 연휴 때는 돈을 더 쓰게 된다. 돈을 더 쓴다는 것은 결국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 아닌가? 매달 절묘하게 돌아오는 미국의 연휴 시스템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되는 미국의 연방 공휴일 제도를 한 번 훑어보자. 우선 1월1일. 당연히 날짜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대체 공휴일제가 있기 때문에 1월1일이 일요일이면 1월2일 월요일을 쉰다. 1월에는 또 ‘마틴 루터 킹 데이’가 있다. 자유민권 운동을 펼치다 암살 당한 흑인 목사 마틴 루터 킹을 기리는 날이다. 그의 생일은 원래 1월 15일이지만 법정 공휴일은 ‘1월 셋째 월요일’로 정했다. 그래서 1월 셋째 주는 미국에서 항상, 예외없이 연휴로 시작한다. 만약 이 날을 한국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의 생일날로 정해 놓았다면 올해의 경우 1월15일 토요일이 공휴일이 된다. 짜증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월에는 ‘프레지던트 데이’가 있다. 2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 놓았다. 원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일(2월22일)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지만, 우악스럽게 2월22일로 못 박지 않고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 ‘자동 연휴’가 되게 했다. 3-4월은 봄이니 열심히 일하고, 5월에는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가 돌아온다. 5월 마지막 월요일로 정해 놨으니 또 연휴다. 7월이면 미국 전역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독립기념일 7월4일이 돌아온다. 이 날은 요일이 아니라 그냥 7월4일이다. 독립기념일마저 요일로 정할 수는 없었나 보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에는 노동절(9월 첫째 주 월요일)이 돌아온다. 그래서 9월 첫째 주 역시 무조건 연휴로 상쾌하게 시작한다. 10월 달에는 콜럼버스의 미국 신대륙 도착을 기념하는 콜럼버스 데이(둘째 주 월요일)가 돌아와 또 연휴이며, 11월 달에는 ‘퇴역 군인의 날(Veteran's Day)이 있다. 퇴역 군인의 날은 2차 대전 종전을 기념해 그냥 11월11일이다. 11월 달이 되면 벌써 연말 휴가 분위기다. 그 첫 절정을 이루는 게 추사감사절(11월 마지막 목요일)이다. 목요일을 공휴일로 정해 놓아 자동적으로 목-금으로 이어지는 연휴가 된다. 우리의 추석처럼 전국민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향하는 때이니 목요일로 정한 게 아주 타당하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환장’하는 크리스마스가 12월25일에 돌아오지만 이 때는 사실 ‘12월15일이 지나면 계속 연휴’라고 할 정도로 연말 시즌이기 때문에 대체 공휴일이고 뭐고 필요가 없을 때이기도 하다. 굳이 ‘마지막 월요일’ 식으로 정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봤을 때 미국의 법정 공휴일은 참으로 절묘하게 배치가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의 매달 연휴가 돌아오게 만들어 놨고, 그때마다 세일이 진행되며, 연말에는 추수감사절 세일이니, 크리스마스 세일이니 해서 엄청난 대형 세일이 한 해의 대단원을 짓는 식이다. 공휴일마저도 짜증스럽게 만들지 말라, 제발 반면 우리는? 세상 일도 짜증스러운 게 많지만 심지어 공휴일 시스템마저 요일이 아니라 날짜를 기준으로 해 놓아 시시때때로 짜증스럽게 만든다. 주간 단위로 일하는 직장에서 수요일에 공휴일이 떨어지면 참으로 난감하다. 일주일이 두 조각으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차라리 미국처럼 월요일을 놀아버리게 만들면 오히려 한 주가 두 조각으로 나눠지지 않으니 일의 효율이 더 오를 것 같다. 이런 멍청한 시스템을 고치자는 대체 공휴일 제도인데, 글쎄 그걸 하나 처리못해 이러고 있으니, 참으로 한국에선 매일 별의별 일이 벌어지지만, 정작 벌어질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한탄이 나와도 할 소리가 없겠다. 한국의 공휴일은 일본-대만보다 적다고 한다. 물어 보자. 일본이나 대만의 공휴일이 우리보다 많아서 우리보다 못 사나? 우리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나? 직장인들을 웃고 울리는 공휴일 문제 좀 해결해 봐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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