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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율 경제 칼럼]랩 어카운트, 황금알 낳는 거위일까

상승장에서는 큰폭 수익…하락장에서는 손실 더 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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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7-208호 편집팀⁄ 2011.01.31 14:59:04

공성율 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 팀장, CFP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 계좌를 뜻하는 랩 어카운트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지난해 5월말 계약 금액이 27조6000억 원에 이르며 시중 유동자금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이러자 지나친 과열과 쏠림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란 랩 어카운트는 ‘감싸다’라는 의미의 랩(Wrap)과 ‘계좌’라는 의미의 어카운트(Account)가 합쳐진 말이다.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 중에서 투자자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골라 하나의 계좌를 통해 전문가가 운용해 주는 종합 자산 관리 계좌를 의미한다. 즉 고객이 예탁한 재산에 대해 증권회사의 금융 자산 관리사(FP)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적절한 운용 배분과 투자 종목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률의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증권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자신이 선택한 종목을 매매하는 기존의 투자 방식과는 달리 증권회사가 고객이 예탁한 재산에 대해 자산 구성에서부터 운영 및 투자 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종합 금융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투자은행의 보편적인 영업 형태다.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 어카운트는 큰 이득 올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선택과 집중’ 때문에 손실 클 수도 랩 어카운트에는 주로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랩을 비롯해 펀드 랩, 채권형 랩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요즘 시장 화두로 등장한 ‘자문형 랩’ 역시 랩 어카운트의 한 종류라고 보면 된다.

이 중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문형 랩’의 가장 큰 매력은 고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자문형 랩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투자 방식이 독특하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펀드와 달리 주식 비중이나 개별 종목 비중에 제한이 없다. 일반적으로 자문형 랩이 투자하는 종목 수는 20개 미만이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에 편입되는 주식 수가 최소 50종목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적다. 이는 몇몇 종목에 집중 투자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종목만 잘 고르면 지수에 대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모 증권회사가 2009년 초 설정한 자문형 랩 어카운트는 1년6개월 만에 수익률 16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폭을 100%포인트 뛰어넘는 수치다. 넓게 보면 국내 자본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주식형 펀드 상품에 실망해 주식 시장을 빠져나가는 자금 가운데 5% 이상이 자문형 랩을 통해 주식시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CMA나 MMF 등 단기 투자 상품에 머물러 있을 자금을 주식 시장에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분명히 랩 어카운트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대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나친 쏠림, 문제는 없나 하지만 이 같은 장점들이 잘못 활용되면 고스란히 위험 요소로 돌변할 수도 있다. 자문형 랩은 펀드처럼 합동 운용되는 상품이 아니다. 개인 증권 계좌별로 단독 운용되기 때문에 언제든 필요할 때 운용 성과를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느 자문사가 어느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는 식의 루머가 흘러나오기 쉽다. 근거 없는 루머로 주식시장 가격이 왜곡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대다수 자문형 랩이 일반 펀드나 직접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문형 랩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또한 이에 따라 일부 자문사들이 집중 매수한 중목들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도 랩 어카운트 따라하니 ‘단독 운영’이 원칙인 랩 시장이 공동 펀드처럼 운영될 소지 커. 모든 투자에는 신중이 먼저. 또한 증권사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최소 가입 한도를 낮추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문형 랩 문턱이 낮아지면 당장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개별 개인 계좌에 있는 돈을 하나로 모아서 같은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해 운용한 후 수익을 계좌별로 쪼개 입금하는 일이 늘 수밖에 없다. 단독 운영이 원칙인 랩 시장이 사실상 펀드처럼 합동 운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하락장에서도 자문형 랩이 고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부다. 자문형 랩이 나온 뒤 증시는 대체로 상승장이었다. 이럴 때는 소수 대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 수익률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코스피가 대세 하락으로 돌아섰을 때이다. 공모형 펀드는 다양한 분야 주식을 60개 이상 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코스피보다 큰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지만 자문형 랩은 상승 모멘텀이 있는 종목 10여 개에 투자하기 때문에 똑같은 이유로 하락장에서는 손실 폭이 공모 펀드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올바른 랩어카운트 투자 전략 통상 투자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요소로는 자산 배분,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 종목 선정 등 세 가지가 있다. 현재 급성장하는 자문형 랩은 이 중 종목 선정과 마켓 타이밍이라는 요건을 갖췄다. 투자 손실에 대한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귀결됨을 감안하면, 자산 배분은 투자자 스스로가 챙겨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자문형 랩은 분명히 매력이 큰 만큼 위험도 큰, 양날의 칼 같은 존재이다. 유행, 열풍에 휩싸여 단기 고수익만을 노리고 투자했다가는 큰 홍역을 치를 수 있다. 랩 어카운트는 분명히 황금알만을 낳지 않는다. 투자할 때 유의 사항을 꼼꼼히 점검하고, 믿을 수 있는 자문사와 금융 기관을 신중히 선택해 장기적인 투자 자산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적정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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