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208호 최인욱⁄ 2011.02.01 11:12:00
걸그룹 카라의 해체 사태가 불거진 뒤 카라 멤버들의 숙소 생활에서 '상당한 개인주의'가 일상적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작년 7월 SBS TV의 ‘하하몽쇼’가 일부 카라 멤버들의 개인주의적 생활 태도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당시 카라의 리더 한승연은 자기 방에서 개인 밥솥이 나온 것에 대해 “밥을 워낙 조금씩 먹고 입맛도 달라 각자 하게 됐다”며 “니콜 방에도 밥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인 니콜의 개인 방에는 개인 냉장고도 있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아무리 그룹이라지만 각자 입맛도 다르고, 그래서 개인 냉장고, 개인 밥솥을 사용하게 됐다는 게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안 됐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라 사태가 일본에서 문제가 되면서 일부 '국제적 망신'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당시 방영 장면을 본다면 "아하, 이러니 그랬지"라고 머리가 끄덕거려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함께 먹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흔히 우리는 빈말이라도 "언제 밥 한번 먹자" 또는 "언제 소주 한 잔 해야지"라며 함께 식사에 상대방을 초대한다. 이러한 식사에의 초대는 인간적인 유대를 나타내는 첫 걸음이다. 한 직장에서도 함께 밥을 먹어야 진정한 동료라고 할 수 있다. 함께 밥을 먹기 싫은 동료라면 그 사람과는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상대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태도는 정말로 인간적이다. 이는 지구상의 동물 중 함께 나눠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과 가깝다는 침팬지나 보노보도 음식을 나눠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암컷이 섹스로 수컷을 유인해 수컷이 짝짓기에 열중할 때 암컷이 슬컷 바나나를 채가는 사례 등은 많이 보고돼 있지만, 음식을 자진해서 나눠 주는 침팬지나 고릴라가 관찰된 적은 아직 없다고 한다. 침팬지의 경우 예컨대 수컷 고릴라가 원숭이를 사냥해 '맛난 고기식사'를 하고 있으면, 원숭이를 사냥한 침팬지의 '사유권'에 대해 다른 침팬지들은 절대적 권리를 인정한다고 한다. 다른 침팬지들은 대개 손을 쭉 내밀고 "나도 조금 달라"는 탄원을 해대지만, 그렇다고 집단이 달려들어 '개인의 소유물'을 뺏거나 완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켜 음식을 빼앗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인간의 경우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알파 메일)일지라도 다른 인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 음식을 먹고 있다면 마음이 켕기고 음식이 목에 잘 안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힘의 강약과는 상관없이 음식을 혼자만 보유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고 있다면 모를까, 보고 있다면 '자진해서' 나눠 주고, 함께 먹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이런 본능마저 거부하는 사회가 돼 가고 있다.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기조는 '살 사람부터 살고 보자'는 극단적 경쟁 위주, 개인주의로 바뀌었으며, 없는 사람들은 '사회공포망'에 바들바들 떨어도, 부자들은 "당신들 사정에 내가 왜 신경써야 하냐"는 듯 흥청망청 개인 위주의 소비를 해대는 문화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매섭게 추운 올해 겨울, 남한에 재고 쌀이 넘쳐나고 창고관리 비용에 많은 국고를 쓰면서도, 북한의 동포들이 굶는지, 얼어죽지는 않는지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살 사람만 살고 보자'는 냉혈주의의 국가적 확대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본 사람들은 한국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아주 개인주의적이라 개인적인 불만을 바로바로 터뜨리기 때문에 개인적인 한이 거의 없다. 속이 시원시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 자기 주장을 터뜨리기 때문에 사회는 항상 시끄럽고 공동의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거의 없는 아주 혼란스러운 사회"라고. 개인주의가 카라 사태의 원인은 아니겠지만, 요즘 한국에서 병적으로 심해지고 있는 '개인 위주의' 생활 태도를 카라 사태를 맞아 한번 생각해 볼만 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