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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지하의 시간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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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이우인⁄ 2011.02.21 13:55:04

일상의 보이지 않는 폭력과 고독 ‘지하의 시간들’ 델핀 드 비강 지음, 권지현 옮김 마틸드는 매일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탄 다음 베르 드 메종까지 출근한다. 매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똑같은 지하철 복도를 지나 똑같은 열차로 갈아탄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각,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회사에 나타난다. 아무런 객관적인 이유도 없지만 벌써 몇 달 전부터 직속상사 자크에 의해 따돌림을 당해온 마틸드는 회사에서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5월 20일, 자신을 구해줄 남자가 나타날 거라는 점쟁이의 예언도 거짓말 같기만 하다. 그녀는 이제 한계에 부딪힌다. 파리응급의료팀에서 일하는 티보는 매일 차에 올라 교환원이 알려주는 주소로 찾아간다. 매몰찬 도시에서 티보는 교통 혼잡에 시달리고, 트럭 뒤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늘 주차할 자리를 찾아야 한다. 매일 이곳저곳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이 그를 기다린다. 어쩌면 그들에겐 티보가 유일한 방문객일 것이다. 티보는 그 누구보다 작은 병, 큰 절망, 도시의 속도, 도시가 품은 거대한 고독을 잘 알고 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 릴라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그녀와의 이별을 해낸다. 그러나 이제 그는 더 이상 붙잡을 것이 없다. 2009년 공쿠르상(프랑스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프랑스 소설로, 파리에서 살아가는 두 남녀의 하루를 통해 일상의 보이지 않는 폭력과 고독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소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마틸드와 티보의 삶을 교차하면서, 점쟁이가 마틸드에게 운명의 남자를 만날 거라고 예언한 5월 20일을 그린다. 어쩌면 ‘소울메이트’일지도 모르는 이들은 이날 지하철에서 마주친다. 문예중앙 펴냄. 1만1000원. 278쪽.

‘팔코너’ 존 치버 지음 / 박영원 옮김 형을 살해해 교도소에 가게 된 마약중독자 대학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룬다. 비정상적이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부인과도 불화를 겪던 주인공 패러것은 자신의 죽음을 평생 노골적으로 원해온 형을 죽이고 팔코너 교도소에 들어간다. 극한의 상황에서 패러것은 동료 재소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학동네 펴냄. 1만500원

‘카라바조의 비밀’ 틸만 뢰리히 지음 / 서유리 옮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카라바조의 생애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다. 카라바조는 르네상스 말기 전통을 거부한 파격적인 종교화로 논란을 일으킨 화가로, 방탕하고 광기 어린 삶을 살았다. 소설은 ‘악마적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폭력과 살인에 휘말려 도망자 생활을 하다 서른아홉의 나이에 요절한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따라간다. 레드박스 펴냄. 1만4800원

‘밤바다 건너기’ 강미 지음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작가가 쓴 성장소설이다. 공부는 잘하지만 이기적인 연우와 공부는 못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동우, 생활비를 벌어오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와 큰아들을 사고로 잃고 술과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어머니 등 네 가족이 갈등과 아픔을 딛고 서로 보듬는 과정을 담았다. 문학과지성사 펴냄. 9000원

‘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오윤희 지음 2011년은 초조대장경(고려 현종 2년, 1011년)이 조판되기 시작한 지 딱 1000년이 되는 해다. 모두 1500여 종의 문헌, 5200만 자를 수록한 대장경은 1000년이 지나는 동안 신화가 됐다. 하지만 지나친 신비감은 전설이나 신앙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비약했다. 이 책은 대장경에 얽힌 오해를 벗겨 내고 고려대장경에 숨어 있는 진실과 가치를 좇는다. 불광출판사 펴냄. 2만 원

스마트폰 쓰면 정말로 ‘스마트’ 해질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밤사이 온 이메일을 확인한 뒤 출근길엔 트위터, 페이스북을 거쳐 뉴스를 검색한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웹 검색을 하면서, 메신저로 말을 걸어온 친구에게 답을 한다. 그 사이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고, 이메일을 여는 순간, 또 다른 일이 시작된다. 이는 대다수 현대인의 일상 모습일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사람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조차 어려워진 것 같다. 심지어 정보를 얻거나 지식을 쌓아가는 일조차 인터넷 없이는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정보나 지식은 도서관에서 장서를 잔뜩 쌓아놓고 찾지 않는다. 검색 몇 번이면 손쉽게 정보를 습득하고, 자연스레 지식의 깊이보다는 효율성에 더 관심을 가진다. 나아가 이젠 스마트폰, 태블릿 PC까지 상용화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사람들은 기기의 발전만큼 스스로가 더 똑똑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스마트’ 해진 걸까? 저명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샬 맥루한이 쓴 ‘미디어의 이해’ 인터넷판이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간 직후부터 화제작으로 소개된 이 책은 그런 주장에 반기를 든다. IT 전문가이자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저자 니콜라스 카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무분별한 사용이 얕고 가벼운 지식을 양산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이후 우리의 사고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글을 쓰는 방식과 읽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밝혀낸다.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 361쪽.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강준만 지음 ‘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장례’ ‘전화’ ‘대학’ ‘영어’ ‘피’ ‘간판’ 등 9가지 한국적 삶의 코드를 통해 한국 사회를 성찰한 책. 저자는 특히 ‘빨리빨리’를 한국인들이 영위하는 일상의 전 국면을 지배하는 행동양식으로 규정한다. 또 아파트가 공공 커뮤니케이션과 공동체 문화에 미친 영향, 자동차가 한국인의 국가·사회정체성에 미친 영향 등도 살펴본다. 인물과사상사 펴냄. 1만5000원

‘도시클리닉’ 테오도르 폴 김 지음 재불 건축가인 저자가 잘못된 개발로 병든 도시를 건강한 도시로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체도시화 정책을 제시한 책. 비대해진 도심 대신 외곽 지역을 활성화해 지역 사회의 교류를 촉진하고, 시민에게 차별 없는 삶의 질과 활력을 공급하는 게 대체도시화 정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시대의 창 펴냄. 1만9800원

‘스무 살, 정의를 말하다’ 고재석 지음 올해 스물다섯 살인 저자가 한국 사회의 위선을 꼬집으면서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메스를 들이댄 책. 타블로 학위 논란, 재벌 2세의 노동자 폭행 사건, 70-80년대 강남 개발시대를 무대로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드라마 ‘자이언트’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미다스북스 펴냄. 1만3000원

‘이 땅의 영웅들’ 혜공 지음 근세에 민족을 이끌고 민족의 텃밭을 일구며 가꾼 ‘이 땅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암수운세법’을 창안한 혜공스님이 썼다. 그는 조국의 부름에 따라 큰일을 당당히 해낸 영웅으로 백범 김구와 박정희, 정주영을 꼽았다. 이 책은 근세 영웅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들이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하게 담았다. 북갤러리 펴냄.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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