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백성 사랑과 애민(愛民)

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어느 나라, 어느 국가의 정치 지도자를 막론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것이 기본 가치라고 외친다. 일찍이 플라톤은 사랑의 힘을 인지했다. “아무리 비겁한 자라 할지라도 사랑은 그를 영웅으로 만든다.” 훌륭한 정치가라면 국민 개개인을 영웅으로 만드는 방법인 사랑의 가치를 깊이 새겨야 한다. 다른 나라 이야기 말고 우리 역사 안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의 정치철학을 짚어 보자. 필자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철학가이자 정치가이신 두 분을 서슴없이 꼽는다. 다산 정약용 선생과 도산 안창호 선생…. 두 분의 신념을 통해 사랑의 정치를 살펴본다. 오늘은 역사적으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을 사셨던 조선의 위대한 철학자이며 정치가였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랑의 정치철학부터. 필자가 국회에 등원한 2004년, 어려서부터 존경한 다산 선생(1762~1836년)의 생가가 있는 남양주의 다산 기념관에서 50세 지천명(知天命) 생일을 맞았다.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거닐면서 시공을 넘어 다산과의 깊은 인연에 놀라운 성찰도 경험하였다. (안명옥의 무지개나라 블로그 참조 blog.naver.com/dramo23/76417849, blog.naver.com/dramo23/66227543) 위민 정치, 애민 정치의 대표적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정치에 관여하는 모든 이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 주석이 이 책을 매우 아끼고 익히며 몸소 실천하며 살았다고 한다. 다산의 가르침을 깊이 간직하기 위해 ‘목민심서’를 매일 베고 잤다는 일화가 있으니, 그를 국부로 만든 철학이 목민심서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목민심서’는 필사본 48권 16책으로, 다산께서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18년 동안 저술했으며 유배가 끝난 1818년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공직자(목민관)가 지켜야 할 지침과 지방 관리의 폐해를 비판한 내용이다. 책은 모두 12편(篇), 각 편은 6조(條)로 모두 72조이다. 목민심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편에 흐르는 기본 정신, 즉 공직자의 기본 자세에 대한 논지를 요약하면, 공직자는 백성과 가장 가까우므로 그 임무가 중요하고 덕행, 신망, 위신이 있는 적임자를 임명해야 하고, 청렴과 절검을 생활신조로 명예와 부(富)를 탐내지 말고, 뇌물을 받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백성에 대한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의 정령을 두루 알리고, 민의를 상부에 잘 전달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애휼 정치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공직자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 아니겠는가! 전편에 애민(愛民), 애휼(愛恤) 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중 ‘사랑의 정치’ 핵심을 기록한 제4편 애민(愛民) 편을 소개한다. 제4편의 6조는 놀랍게도 오늘날의 ‘복지’를 논했다. 국민을 사랑한다면 복지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다산은 200여 년 전에 이미 설파했다. 목민관이 백성을 보살피는 일이 바로 애민이라 했고 애민의 6가지는 다음과 같다. 1조, 양노(養老). 어버이를 사랑하는 효심을 고취하기 위해 어르신에 대한 공경을 강조했다. 2조, 자유(慈幼). 어린이를 사랑하라 했고, 3조, 진궁(振窮). 궁한 자를 일으켜 세워야 함을 강조하여 독거노인, 버려진 아이 등 노약자를 보살펴야 함을 주장하였다. 4조, 애상(哀喪). 상사에 애도를 표하라면서 상황이 좋지 않거나 재난에 처한 백성을 구제하라 하였고, 5조, 관질(寬疾). 병든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하고, 불치의 병이나 위독한 병, 악성 전염병 등에 걸려 제 힘으로 살기 힘든 경우는 도와야 한다고 하였다. 6조, 구재(救災). 모든 백성에게 재액이 있을 때는 자신이 그 재액을 당한 것처럼 구호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방을 강조했다. 이렇듯 서양의 역사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다산 같은 출중한 정치가들이 사랑에 근거한 정치가 국가와 공직자의 기본임을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