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지금 주택시장의 최대 현안은 전세난이다. 전세난 해결을 위해 온갖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전세난 해소를 위해 매매 활성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DTI 규제 완화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세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해소 방안들은 전세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도 못할뿐더러 건설 업계의 내놓은 요구 사항을 은근슬쩍 끼워 넣는 기회로 활용하는 불순한 의도까지 보인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전세난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감하기 위해서는 전세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그에 맞는 처방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정된 재앙의 원인 우선 최근 전세난은 예정된 재앙이었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지난 2009년 하반기 들어서 주택 버블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서브 프라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자고나면 뛰어오르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서 선제적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리 경제는 이미 회복 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에 재정 정책은 확장적 정책을 유지하면서 금리를 올려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일부라도 흡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금리 인상 대신 부동산 시장 직접 규제라는 칼을 빼들었다. DTI(총부채상환 비율), LTV(담보인정 비율) 같은 금융 규제를 내놓고, 강남 지역의 재건축을 불허하는 등 미시적 대책만 내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죽어 있던 민간 분양시장에 또 다시 칼바람이 불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보금자리 정책이다. 정부가 중소형 장기임대주택 공급보다는 반값아파트 분양에 치중하면서 민간 시장에서의 매매 거래가 위축되었고 이것은 분양시장을 한 번 더 죽이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렇게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부터 시작된 분양 시장 침체는 2009년, 2010년을 지나 지금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3년 전부터 집을 짓지 못했으니 지금 입주할 집이 없는 것은 말하나 마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천타천 대선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다. 서울시의 동시다발적 뉴타운 재개발이 전세수요를 가중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전세난은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합작한 정책 실패 때문에 초래된, 이미 예고된 재앙인 것이다. 이 재앙은 앞으로도 3년간 지속될 것이다. 올해 현재까지도 민간 분양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세난의 수요와 공급 쪽 요인 지금의 전세난이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의미가 없다. 시시비비를 따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세 수요공급 불일치가 어디서 발생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선 공급 측 요인을 보자. 현재 주택 수요는 대형보다는 중소형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 고령화, 핵가족화 등으로 1인이나 2인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 여부 측면에서는 미래의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매매보다는 전세 수요가 많다. 특히 서울에서 각종 뉴타운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다보니 일시적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수요자들이 대거 전세 수요로 합류하게 된 점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반대로 공급 측면에서 중소형은 지난 2008년 이후 주택 분양이 부진해서 지금 입주할 집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남아도는 미분양들은 대체로 대형 규모들이다. 더구나 보금자리 주택도 일반분양을 하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었으면 지금쯤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 시작될 수 있었을 텐데, 일반 분양을 고집하다보니 공급이 늦어졌다. 마지막으로 기존 주택을 임대하는 소유주들이 전세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있다. 그러다보니 전세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세난의 해법 정부는 DTI 규제 완화와 같이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대책은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에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짓이다. 주택총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자들의 요구 사항을 은근히 끼워넣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전세 주택은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의 문제이다. 자가든 임차든 들어가서 살 집의 수가 전체 가구 수와 맞아떨어지면 전세난은 해소된다. 지금 전세난은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숫자만큼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원천적인 해법은 없다. 3년 전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지금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1. 미분양 정부가 매입해서 저렴하게 임대 2. 월세 금리를 연6% 이내로 규제 3. 보금자리를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사용권으로서의 주택시장은 일반 상품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상품은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는 메커니즘이 신축적으로 작동해서 즉시 수급 균형을 맞추게 된다. 그런데 주택은 가격이 오른다고 수요가 줄어들 지 않는다. 밥이야 세끼 먹던 것을 두끼로 줄일 수가 있지만 집은 길거리에 나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필수재다. 그렇다면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주택공급은 분양하고 나서 3년은 걸리기 때문에 이것 역시 늘어날 방법이 없다. 이와 같은 수요 공급의 특성을 감안할 경우 정부의 대책은 분명하다. 첫째, 우선 단기적으로는 있는 집을 활용하자.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서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주는 것이다. 미분양 주택이 대부분 대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 가격은 충분히 낮아야 할 것이다. 관리비-출퇴근 시간이 부담스럽거나 전세 가격이 낮지 않으면 서민들의 부담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렌트 콘트롤(rent control)을 도입하자. 현재 월세 적용 금리는 월 1%, 연 12%에 형성되어 있다. 다주택 소유자가 서민들을 대상으로 사채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적용금리를 6% 이내로 규제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월세든 전세든 세입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렌트 콘트롤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제도이기 때문에 충분히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전세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는 오히려 세입자가 살던 집에서 쫓겨나가는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입하지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편으로는 서민들의 전세금 상승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정부가 저리 자금 대출을 늘려야 한다. 햇살론이나 희망대출 같이 국민들에게 돈 떼어먹으라고 나눠주는 정책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 자금을 임대차 담보 대출로 풀어주는 것이 더 좋은 발상이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이쯤에서 반값 아파트 나눠준다는 포퓰리즘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몇 년 남지 않은 임기에 쓸데없이 인기몰이에 집착하지 말고, 보금자리 주택을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여 조속히 공사에 착공해야 한다. 지금 전세 수요는 중소형 아파트들이고 향후 진행될 고령화나 1~2인 가구 증가세를 감안할 때 중소형 임대주택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