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1933년생인 일본인 기시다 슈 지음, 박규태 옮김에 이학사 출판인 책이다. 제목이 야할 것 같아서 읽었지만, 매우 딱딱하고 학문적인 책이다. 자본주의 이전과, 이후의 섹스에 대해서 잘 정리한 심리학, 역사, 철학이 들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남녀의 성욕의 차이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남자의 성욕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은 아주 설득적이었다. 보통의 여자는 남자의 성욕이 어떤 환상에 의해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잘 아는 여자만이 멋진 남자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남자를 많이 사귀어 본 여자가 시집을 잘 가는 이유를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우격다짐이거나, 의리파 여자거나 애교가 없는 여자, 그리고 경험이 적은 여자, 공부만 한 여자, 세상물정을 모르는 여자, 페니미즘 성향을 가진 여자들이 연애에 실패하고, 잘난 남자는 여우같은 여자가 모조리 차지하는 것은 남자의 성욕에 대한 기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심리를 아는 여자와 모르는 여자의 차이일 뿐인데 그동안 그 원리를 잘 모르고 있었다. 남자의 성욕만큼 이용하기 쉬운 것도 없다. 그런 약점을 간파하면 남자를 푹 빠지게 만드는 것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영화에는 미모의 스파이가 적국의 수뇌에게 접근해 중요한 기밀을 빼내고, 역사소설에는 미녀가 왕이나 장수를 유혹한다. 이것은 모두 남자의 성적 환상을 간파한 여자들이 그것을 이용해서 남자를 유혹하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이 남자의 성욕의 간단한 논리다. 특정 유형의 여자에게 잘 빠지는 남자의 심리!! 그것이 핵심이다. 사회는 여자에게 ‘정숙’을 강요하지만 실제론 남자 많이 사귄 여자가 시집도 잘 간다. 이유는 그녀들이 ‘남자 성욕’ 잘 알기 때문. 남자의 성욕은 정복하기 좋아하는 남자의 또 다른 성향이다. 그래서 그 정복욕을 이용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유혹에 넘어갈 듯하면서도 넘어가지 않고, 허락할 듯하면서도 허락하지 않고, 만지면 닿을 듯하지만 닿지 않는, 그런 애매하고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남자들에게 성적 매력을 휘두르는 여자, 그러면서도 즐길 건 다 즐기는, 하지만 청순해 보이는 여자가 정답이다. 그런 여자들은 분명하게 거부하면 남자들이 접근하지 않지만, 역으로 남자가 유혹할 때 쉽게 허락하면 오히려 남자들이 도망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묘한 틈새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기술을 잘 구사한다. 남자는 이렇게 불합리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남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남자의 성욕이다. 남자에게 여체는 환상이 얽혀 있는 특별한 것이다. 여자 쪽이 간단하게 몸을 허락하면 환상이 벗겨져 상품으로서 매력이 없어지고, 손에 넣기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상품 가치가 올라간다. 실용품이라면 쉽고 튼튼하고 쓰기 좋고 구입하기 편한 것이 선택되겠지만, 환상에 입각한 남자의 성욕의 대상은 실용품과 다른 것이다. 여자는 싸면 잘 팔리지 않는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붙이는 것이 더 잘 팔리는 브랜드 상품, 혹은 명품 같은 것이다. 청순가련형의 소녀, 접근하기 어려운 귀부인, 섹스 같은 것은 허락해 주지 않을 것 같은 정숙한 여자들에게 남자는 더 열정을 기울인다. 그들의 성욕의 출발점은 그런 여자를 정복해서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들은 여자를 유혹해 넘어가게 하는 것, 즉 여자를 정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청순가련형의 여자처럼, 허락할 듯 말 듯한 미묘한 태도가 남자의 성욕을 부추긴다. 그런 남자의 성욕 때문에 여자는 싸구려로 보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런 성가신 태도를 몸에 습득하지 않으면 안 됐었고, 그 결과 여자의 성욕이 억압됐다. 비싼 가격표를 붙여야 잘 팔리듯, ‘차지하기 힘든 여자’가 돼야 남자들은 열광. 이래서 여자는 ‘자기 성욕을 본능적으로 누르는 존재’로 진화. 이것이 남자의 성욕과 여자의 성욕의 차이다. 비싸고 어렵고 힘든 대상을 정복하려는 남자의 성욕과, 그 성욕을 이용해서 더 비싸 보이게 하고, 더 어려워 보이고, 더 접근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 여자의 성욕이다. 화장품이나 명품 같은 원리다. 즉 구하기 어렵고, 비싸야 더 명품인 것이다. 여자도 그렇다. 하지만 만약에 많은 남자들과 사귀고 싶은 강한 성욕을 가진 여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본주의 이전, 즉 중세 시대에 그런 여자는 화형을 당하거나, 쫓겨나거나,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경제력을 가지면 가능하다. 또한 점점 남녀의 성욕이 똑같이 인정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여자의 성욕이 죄악시 되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직 젊다면, 아직 남녀관계에 대해 미숙하거나 처음 연애를 시작한다면 그런 남녀의 성욕에 대한 본능이나 진화의 결과를 잘 알고 행동해야 남자를 잘 유혹할 수 있다. 즉, 속으로는 활활 타오른다고 해도 겉으로는 청순한 척, 성욕이 없는 척, 남자보다 더 연약한 척, 덜 똑똑한 척해야 남자의 성욕을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섹스도 취미 중의 하나다. 같은 취미를 가진 남녀들끼리 성교하면 좋다는 것이다. 즉 성교 그 자체에 취미가 없는 사람, 혹은 성교의 취미가 맞지 않는 자에게 자신의 취미를 강요하는 것은 치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골프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지 시간을 내서 골프를 친다. 반대로 막대기로 작은 공을 때려 잔디밭의 구멍에 넣는 것이 뭐가 재미있느냐고 골프를 비웃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섹스가 너무 좋아 이 세상에 섹스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남자 몸의 일부와 여자 몸의 일부를 접촉시키는 것이 뭐가 재미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 남자의 성욕은 줄어들었다. 옛날 농촌에선 가슴을 설레는 재미가 섹스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흥미로운 일이 너무 많다. 또한 옛날에는 남자들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여자들이 요즘 성교에 적극적이 되고, 오히려 남자에게 이런저런 요구까지 하게 됐다. 이런 요구에 화가 나고, 귀찮아지고, 혹은 위축돼 성교를 아예 그만두는 남자들도 생겼다. 지배하고 정복하고자 하는 남자의 성욕이 갑자기 위축된 결과다. 성교보다 등산이나 도박이나 컴퓨터 게임이나 낚시가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남자, 즉 섹스리스가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욕을 억압당해 왔던 여자들에게 섹스는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다른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것들이 있어도, 현대 여성들은 남자보다 성교를 더 즐기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남자의 성적 불능을 구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와, 사랑과 섹스가 분리되거나 일치된 이유, 돈이 필요하게 된 자본주의의 성 문화, 죄의식과 수치심에 의한 서양과 일본의 성 문화, 취미처럼 성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