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타이거 우즈는 지난 2월 13일 EPGA 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최종 4라운드 12번 홀에서 파(par) 퍼팅 실패 뒤 그린 위에 침을 뱉어 1만6000달러(1800만 원)의 벌금형 징계를 받았다. 우즈는 순간 잘못한 것을 알고 자신의 퍼터로 침을 거두어냈으나 이미 쏟아진 물이여서 수습 방법이 없었다. TV 카메라가 포착한 이 장면을 본 전 세계 골퍼들은 모두 “자신의 직장이자 삶터인 그린 위에 침을 뱉을 수 있을까”라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었다. 골프에서 그린피는 퍼트를 하는 그린 사용료로 대표될 만큼 골프에서는 핵심 지역이다. 우즈는 그 뒤 자신의 트위터에 “갑자기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잘못 저지른 비신사적인 행동”이라고 사죄했다. 골프는 신사의 운동으로 매너와 에티켓을 무겁게 여기는 스포츠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코스에서 본 골퍼들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면 이런 비난이 당연하다.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한 프로 골퍼들이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는데 아마추어가 그러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반문하는 골퍼도 있다. 그러나 투어프로나 아마추어 골퍼를 막론하고 지켜야할 도덕적 기준이 있다. 골프장에서 골퍼들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전직 고위 외교관과 라운드를 했는데 OB가 나자 듣기 민망할 정도의 영어 욕을 해대는 바람에 아연실색했다. 혹시나 동반한 미국 관리가 듣지 않았나 싶어 걱정될 정도였다. 타이거 우즈가 퍼팅 실패 뒤 그린에 침을 뱉어 국제적 비난을 받았지만, 한국 골퍼 중에는 그린에 껌을 뱉고 담배꽁초까지 버리는 경우도. 미군 골프장에서 소변을 참지 못해 골프카트 바퀴 위에 실례를 하다가 뒷조가 고발하는 바람에 일행 4명이 5홀 만에 쫓겨난 사례도 있다. 생리현상이라고 사죄했지만 그런 사정은 인정되지 못했다. 타이거 우즈처럼 그린 위에 침은 물론이려니와 껌까지 뱉는 여성 골퍼도 보았고, 퍼트를 한다고 피우던 담배를 그린 위에 그냥 놓고 가는 골퍼도 비일비재하다. 벙커에 이쑤시개, 담배꽁초를 집어던지고 휴지나 부러진 티를 내던지는 골퍼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LA 골프 코스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한참 재미있게 몰두해 라운드를 하는데 갑자기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코스로 달려왔다. 옆 홀에서 도박 골프를 하던 한인이 화가 나 골프화로 상대방 얼굴을 갈겨 피가 낭자하는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한 시간 동안 골프장의 모든 경기가 중단됐다. 이유야 어떻든 내기 골프가 지나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좋은 교훈거리였다. 경기도 분당 뒤편의 한 골프장 게시판에는 출입금지 명단과 사건 경위가 붙어 있다. 내용을 읽어 보니 경악할 정도여서 꼭 소개를 하고 싶다. 경위를 읽어보니…. 내기 골프 중 짧은 퍼트가 몇 번씩 안 들어가자 화가 난 골퍼는 홀 주위를 퍼터로 찍어 움푹 파이게 만들었다. 골프를 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 출입을 금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유명한 시니어 투어프로인 아오기 이사오는 경기 중 옆 홀 예비 B그린에 타격한 공이 올라가 버리는 바람에 규정에 따라 그린에서 어프로우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일터를 아이언으로 찍어 망가트렸다면서 일본 PGA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룰 변경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의 요청은 그만큼 그린을 사랑한다는 표상이 되어 규정에 반영되었다. 한국의 황사 때 쓰는 ‘오징어 마스크’가 요즘은 태양으로부터 얼굴을 가리는 보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을 영국 골프코스까지 가져와 라운딩 하다가 회교도가 머리에 쓰는 두건으로 오해 받아 마셜이 쫓아와 시정을 요구한 적도 있다. 그 여성 골퍼가 태양 알레르기가 있다며 끝까지 가면 벗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라운딩을 저지당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골프장은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라운딩을 취소시켜 버린 것이다. 일본 오사카 근무 시절의 일이다. 이곳에 근무하던 한 한국 공관 관리는 매번 골프공을 한 홀에서 몇 개를 쳐 그중에서 제일 잘 맞은 공을 골라 치는 바람에 플레이 혼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진행을 지연시켰다. 캐디가 질타를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뻔뻔한 골퍼였다. 지금 생각해도 만나기 싫은 골퍼 중 하나다. 겨울에는 많은 골퍼들이 동남아로 원정 골프를 간다. 현지에서 한국인 골퍼들이 하도 매너 없이 구는 바람에 현지 관광협회가 골프 칼럼을 쓰는 필자에게 시정을 요청한 적도 있다. 캐디를 성희롱한다든지 저질스러운 언어를 쓰고, 하인 부리듯 하는 바람에 캐디들이 골프장 측에 항의를 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 점잖은 사람이 내기골프만 하면 흥분해 안 맞는다고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집어던지고, ‘오징어 마스크’를 해외에서 써 라운딩 중단되기도. 저질 골퍼 중 한 친구는 골프채 집어던지기로 유명하다. 벙커에서 몇 번 탈출 실패를 하면 골프채를 숲속으로 집어던진다. 부하 직원이 들어가 찾아오면 다음에는 드라이버를 던지기도 하고 아이언을 나무 위로 집어던져 걸리는 바람에 플레이가 지연된 적도 있다. 이 골퍼는 누구에게나 경원시 당하고 골프 친구가 없어 늘 외롭다. 그런데 이 친구는 이율배반적으로 사무실이나 모임에서는 점잖고 근엄하다. 골프 코스에서의 이런 매너 없는 행동으로 그는 자신의 인격 전체를 모욕시키는 중이다. 골프장에서 비신사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위에 언급한 것 이외에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와 비례해 한국의 골프 문화도 함께 발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