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안명옥의 ‘사랑의 정치학’ ⑭]또 하나의 생명나눔 : 제대혈 기증·공여

  •  

cnbnews 제217호 박현준⁄ 2011.04.11 15:24:05

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1990년대 제대혈의 과학적 성과가 알려지면서부터 필자의 학문적 경험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하고 싶었던 사회운동이 바로 제대혈 공여, 제대혈 기증 운동이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주변 분들을 설득해 제대혈 공여은행을 사적인 제대혈 은행에 부설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차츰 제대혈 공여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만 아직도 그 수는 너무도 미미하다. 태아가 엄마와 연결되는 태아의 생명줄인 탯줄(제대), 즉 엄마의 사랑이 순간순간 태아에게 전달되던 그 탯줄 안에 있는 생명의 피가 제대혈이다. 그 제대혈을 공여(기증)하는 행동이야말로 태어난 순간부터 헌신과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동시에 나눔이 진정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숭고한 행위다. 태어나는 아기들에게 부모가 행동으로 헌신의 의미를, 헌신의 가치를 아가에게 메시지로 주는 운동이다. 증여된 제대혈은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여분의 제대혈로 윤리문제 없는 줄기세포 연구를 하여 첨단의학, 미래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다. 10만 정도의 제대혈 기증이 있으면 한국에서 현재 의학적으로 가능한 백혈병 등의 치료에 충분하다고 한다(1년에 약 45만 명 정도의 출산이 있으니 빠르게 도달 가능한 목표다). 증여가 계속 늘어난다면, 줄기세포 연구에도 사용해 윤리적 문제없이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제대혈에는 조혈모세포가 다량 들어 있어 이식으로 혈액암 등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체 줄기세포의 원천으로 연구의 소중한 자원이 된다. 국회에서 필자의 대표발의로 2005년 6월 제대혈의 안전한 관리와 공공 제대혈 은행 활성화 및 연구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하는 ‘제대혈 안전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17대에서는 아쉽게도 논의되지 않았고 회기가 만료되면서 자동폐기 됐다. 이 귀중한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최근의 과학발전 상황까지 더 첨가해 더욱 더 발전된 법안으로 박근혜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안돼 통과됐다. 덕분에 이제 법적인 관리와 보호를 받으며 제대혈 공여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법은 제대혈 관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담은 것은 물론, 사회 전체 구성원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대혈을 쓸 수 있도록, 기증받은 제대혈로 구성된 공공 제대혈 은행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제대혈 기증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제대혈 은행의 기증 홍보와 제대혈 제제 제조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앞서 지적한대로 제대혈이 줄기세포의 무궁무진한 원천으로서 연구의 귀중한 자원으로 쓰이는 점을 고려, 기증받은 제대혈을 연구에 쓸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한편 국내에는 16개 이상의 제대혈 은행이 성업 중이나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산모의 자녀 또는 그 형제만을 위해 제대혈을 보관하는 ‘가족 제대혈 은행’이 상업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불필요하게 많은 수의 제대혈이 보관됨에 따라 사회적 자원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사적인 개개인들의 결정을 존중하되 공여 제대혈이 많아진다면 대단히 바람직한 선순환으로 일부의 공여 제대혈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수여자의 백혈병 등의 치료에 쓰고, 다른 제대혈은 세계 첨단 수준인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쓰여 빠른 시일 안에 난치병 등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법들이 발달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제대혈을 기증하는 것은 출생과 동시에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숭고한 정신을 부모들이 2세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다. 이 사랑의 행위만큼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헌신의 모습을 가르치는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아기 자신이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부모들이 선택의 결정을 함으로써 아기와 엄마 자신의 몸의 일부를 생명 탄생 순간부터 나누는 아름다운 기증 행위를 이루면서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탄생시 제대혈 공여 이야기를 듣고 자랄, 생명을 나눈 경험을 가진 그 아기는 자라면서 몸에 밴 나눔을 계속 끊임없이 실천하고 살 가능성이 많다. 이 제대혈 증여 운동이 범사회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이미 가톨릭을 중심으로 운동이 전개되고 있듯이 종교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확산시킬 수 있는 좋은 운동이 바로 제대혈 증여 운동, 생명나눔이라 생각한다. 과거에는 골치 아픈 폐기물로 취급되던 제대혈과 태반은 줄기세포의 무궁무진한 원천이다. 공여된 제대혈이 난치병 환자를 구하며 한편으로는 제대혈 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해 난치병 치료를 빠르게 앞당기는 데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