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편집국장 카이스트 등 일부 명문대의 영어 100% 강의에 대해 반론이 많다. ‘영어로 수업을 하니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학생들의 반론 등이다. 영어라는 게 쉬운 언어가 아니고, 평소 간단한 영어 회화도 잘 못하는 일부 대학생, 특히 낡은 세대랄 수 있는 교수들에게 영어 수업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렇게 한 번 물어 보자. 한국 대학이 한국어 강의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우선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국이다. ‘순수 토종’ 한국인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게다가 과거 한국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한 마디로 대학 갈 한국인이 크게 줄고, 무리해서 대학을 가는 비율도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 공백을 메울 사람은 외국인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근로자 부족 탓에 외국인 이민자 100만~200만 명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어 한국의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의 유학을 받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격변은 먼 훗날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판세로 보건대 불과 몇 년 안에 닥칠 일로 보인다. 이렇게 격변은 다가오는데, 당장 힘들다고 ‘영어 전용 수업을 말자’고 주장하는 건 조금 지나치지 않냐는 생각이 된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일부 유명 과학기술 대학, 심지어 ‘영어 못하기론 세계 최고’라는 일본의 일부 대학에서도 영어 100%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각해 보자. 싱가포르-홍콩-일본의 이런 대학들이 중국어-일본어 수업만 고집한다면 당신은 그런 나라에 유학가고 싶겠는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영어권으로 유학가지 않겠는가? 카이스트 같은 두뇌집단에서도 영어 수업이 안 된다니 의아한 일이다. 물론 미국 대학원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이 영어를 잘못한다는 사실에 놀란 경험은 있다. 이들 한국 유학생들은 ‘영어 말’은 서툴러도, ‘영어 책’을 파고들어 수업을 쫓아간다고 들었다. 지금이 70, 80년대라면, 즉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들이 없는 시절이라면 ‘영어 수업이 곤란하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겠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글자를 컴퓨터가 읽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교재를 이용해 수업을 하는 등 온갖 재주를 부릴 수 있다. 영작문은 잘 하지만 영어 발음에 문제가 있는 교수라면 전자 기술의 도움을 받아 영작문만 하면 전자기기가 이를 음성, 도표 등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내용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작문 자체도 전자기술의 도움으로 더욱 ‘원어민 같은’ 완벽도를 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선생과 학생끼리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기술을 한국 학교와 전자업체가 개발한다면 영어 배우기 열풍이 부는 중국-동남아 등 전세계로 수출하는 길도 열릴 것 같다. 일부 전자 분야에서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 100% 영어 수업을 못한다면 도대체 어느 나라가 그걸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영어가 사람 잡는 측면’이 한국에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영어가 사람 잡는 현상(일반인 대상)과, 영어 100% 수업(엘리트 대상)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영어가 사람을 잡아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엘리트가 영어 수업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