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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촌스런 한국, 이제 ‘인물’에 그만 기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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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1호 최영태⁄ 2011.05.09 14:46:53

최영태 편집국장 오랜만에 시원하게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책을 한 권 읽었다. 김인성 저 ‘한국 IT산업의 멸망’이다. 이 책에서 저자 김인성은 한국의 특징 하나를 아주 기막히게 집어낸다. 바로 ‘촌스런 한국’이라는 개념이다. 소수의 대기업과 관료들이 국민 거의 모두를 ‘철조망에 가둬 놓듯’ 하면서 이익을 독식하고, 국민과 중소기업들에겐 좌절과 경제적 박탈을 안겨 주는 바탕에는 바로 한국에 독특한 촌스런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경험을 한 친구가 있다. 경상도 어느 도시에 출장을 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이 서울내기들이 말 실수를 했다. “여기 동네 이름이 뭐냐?”고 동석한 사람에게 물은 것이다. 이 말은 서울 사람들이 늘상 쓰는 말이다. 그냥 지역 이름을 묻는 질문이다. 그런데 서울말을 쓰는 이들을 예의 주시하던 동네 청년들이 난리를 폈다. “여기가 왜 ‘동네’냐? 여기는 엄연히 ‘시’다. 서울서 왔다고 무시하냐?”고 대드는 바람에 몰매를 맞을 뻔 했다는 얘기다. 이런 게 촌스러운 거다. 상대방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을 ‘우릴 무시해서 하는 말’이라고 오해하는 버릇이다. 촌의 특징에는 사람의 장막이 심하다는 것도 있다. 이른바 토호를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토호들이 정치가-관료 등과 결합하면서 소수가 지배하는 촌 지배구조가 정착되는 현상이다. 한국에서 일부 재벌과 관료-정치인들이 서로를 끼고 돌아가는 모습이 바로 이 촌 지배구조의 확장판이다. 그리고 이런 촌스런 ‘읍내 정치’의 확장판이 바로 한국 정치다. 한국 유권자들은 유별나게 특정 정치인에 기대를 건다. 노무현이 되면 세상이 바뀔 것처럼 그 난리를 쳐대고, 이명박 대통령만 탄생시키면 모두의 지갑이 터져나갈 것으로 기대하더니, 이제 그 기대를 못 채워 준다고 또 난리다. 그래서 러시아 출신 한국적 학자 박노자는 한국인의 정치적 특징을 “엄청난 기대를 하면서 뽑고는 곧 자신이 뽑은 정치인에게 저주를 퍼붓는 패턴을 몇 년마다 반복한다”고 정리했다. 시골 정치에서는 인물이 중요할 수 있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읍내 정치-경제가 확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가 되면 더 이상 특정 개인에 의해 확확 바뀔 수 없게 양상이 달라진다. 세계 10위 경제가 어느 한 사람의 의지로 그렇게 확확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을 봐라.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공화당이 집권한다고 대외정책이나 경제 양상이 마구 달라지던가? 덩치가 커지면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움직인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인의 대화를 주름잡는 주제는 인물론이다. ‘누구만 되면…’이라는 기대 섞인 바람이다. 오죽 힘들면 저럴까 하는 측은한 생각도 들지만,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보수 정권도 별 수 없더라’는 교훈을 15년째 비싼 수업료를 내며 배우고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도 수업 진도들이 나가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 정도가 되면 더 이상 인물 중심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공통으로 만들어 나가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어느 특정인의 얼굴을 넋을 놓고 들여다보느라 냄비의 찌개를 다 태우는 ‘촌놈 짓’은 이제 그만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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