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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공산국가도 아닌데 어떻게 공무원이 최고 신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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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3호 최영태⁄ 2011.05.23 16:28:42

최영태 편집국장 결혼 관련 조사결과가 최근 연달아 발표됐다. 미혼자든 기혼자든 “공무원과 결혼하겠다”로 대답이 한결같다. 세상에. 21세기에, 공산국가도 아닌데 도대체 이게 뭔 현상이란 말인가. 공무원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공무원이 돼야 좋은가? 이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것 같다. 국내와 국외에서 두루 공무원들을 만난 필자의 경험에서 말한다면 공무원은 그저 평범한 보통사람이면 된다. 머리가 좋을 필요도, 남보다 뛰어날 필요도 없고, 그저 보통 사람 수준의 머리에 그저 욕심없이 공정하게 판단을 내리고, 정해진 절차를 머리 굴리지 않고 진행할 사람이면 된다. 부동산 얘기라면 입에 침부터 튀는 게 한국인들이지만, 사실 부동산 투자에서 ‘욕심 많은 공무원’을 이길 사람은 없다. 입안 단계에서 ‘돈 될’ 부동산을 알 수 있는, 아니 ‘돈 될 부동산’을 직접 점찍을 수 있는 게 바로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너무 욕심 부리지 않는 약간 소심한 성격이 공무원이 되면 좋은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 엘리트가 공무원을 적극 지향하는 지금 한국의 현상은 곤란하다. 엘리트에겐 성공 욕심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나 정도는 이 정도 돈은 벌어야지’라든지, ‘저 자리까지는 당연히 올라가야지’ 하는 성공욕에 자신도 모르게 휘말리기 쉬운 게 엘리트의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주 잘난 사람이 공무원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이건 일본이건 공무원은 대체로 ‘평범한 사람’이 되는 법이고, 예컨대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나 일본의 도쿄대학 출신처럼 최고 엘리트들이 공무원으로 가는 경우는 ‘아주 특수한 사례’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최고 천재들은 월가에 특채되든, 창고에 처박혀 자신만의 독특한 새 기술-제품을 개발하든 ‘최고 두뇌들에게 마련된 경로’를 따라가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이런 경로가 미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정부가 나서서 ‘고용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기업 직원의 목숨은 이른바 ‘파리급’으로 낮아졌고, 반대로 공무원 또는 공기업 직원은 ‘주인 없는 회사’에서 최고 수준의 복지와 연봉을 누리는 ‘신적 존재’가 돼 버렸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는 ‘공무원이 최고 매력이에요’ 현상이다. 최고의 두뇌가 공무원이 되는 사회를 우리는 잘 기억한다. 바로 과거제도가 있었던 이조시대였고, 최근세사에선 공산주의 국가가 그랬다. 그 결말은 우리 모두가 안다. 요즘 한국인들, 특히 정치인들은 ‘왜 우리에겐 스티브 잡스가 없나?’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우리 같은 현실이라면 스티브 잡스가 태어났다고 해도, 아마 공무원이 돼 있을 것 같다. 좋은 머리로 ‘도장’을 쥐고, 인허가 과정에서 온갖 고통을 줄 공무원 자리에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가 앉아 있다고 한 번 생각해 보라. 바로 지옥 아닌가? 한국이 달려가는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어 놓고도, 바꿀 생각도 안 하면서, 어떻게 ‘한국의 스티브 잡스’ 한탄을 할 수 있는지 뻔뻔스러울 뿐이다. 다음 선거에선 반드시 “공무원의 견고한 성을 부수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 나와야 하고, 이런 공약을 내건 후보를 유권자들이 찍어 줘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인은 앞으로 머리좋은 사람들이 벌이는 온갖 권력형 비리를 쉬지 않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잇달아 터지는 금융감독기관의 부패상에서 우리는 이런 현상을 생생하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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