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의도 정가에서는 ‘반값 등록금’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소위 신주류로 불리우는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값 등록금’이란 과거 여당은 민주당 등 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의 대표적 ‘票퓰리즘’ 중의 하나라고 비난하던 정책이었지만 이번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먼저 선언함으로써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아 기대를 걸었으나 정부 출범 뒤 유야무야되는 바람에 지난 1월 민주당에서 또다시 공약으로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그동안 당 쇄신을 부르짖었던 신주류로 바뀌면서 재추진하기로 함으로써 뒤죽박죽 하는 느낌을 들게했다. 그러나 당정청 회동에서 정부는 “사전협의도 없이 어떻게 이런 것이 나오느냐”고 항의했으며, 청와대측은 “금방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당과는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주류 원내대표단은 반값 등록금 정책에 이어 일자리 창출 지원, 복지 사각지대 해소, 보육 및 기초노령연금 등에 대한 ‘친서민 정책 시리즈’를 잇따라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영남권이 주축인 친이계를 중심으로한 구주류측은 중도로의 외연 확대가 보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신-구주류간 현안과 정책에 대한 가치 논쟁이 확산됐다. 따라서 ‘7.4 전당대회’에서는 정책기조 전환을 둘러싼 치열한 노선투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구주류측은 중도층 확보와 친서민 정책 추구가 바람직하지만 당의 기본가치를 저버릴 경우 자칫 ‘민주당 따라하기’, ‘포퓰리즘’ 논란에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대권 주자 중 한명인 정몽준 전 대표는 “(반값 등록금을) 할 경우 다른 좋은 사업들을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우선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또 다른 잠룡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다 공짜로 하면 나라가 문 닫는 수가 있다”며 반값 등록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록금넷과 한국대학생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도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현 정권이 이미 대선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총선과 대선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 반값 등록금 추진을 발표한 것은 속이 뻔히 보이는 술책”이라고 비판하면서 “반값 등록금이라는 허위 공약으로 국민을 속인 것부터 사과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전체 대학생의 등록금을 반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로 비싼 편이다. 지난해 등록금이 10년 전에 비해 국립대는 95%, 사립대는 68% 뛰면서 한 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았다.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이라도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려면 빚을 얻어야 할 판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바람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거나, 제때 졸업하지 못하고 휴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 빌린 등록금을 제때에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있으며, 심지어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현실이어서 정치권이 더 이상 등록금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야 불문하고 반값 등록금 정책이 현실성을 갖추지 못하면 선거를 앞둔 시기에 ‘票퓰리즘’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물론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번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