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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대형화가 능사는 아니다”

증권 전문가 지적, 초대형 IB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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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5호 이정하⁄ 2011.06.07 11:38:01

"세계 금융위기 이후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을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우리나라에 많지만, 일본의 노무라증권이나 중국의 중신증권에 비해 국내 최대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가 1/4도 안 된다. 우선 대형IB를 만든 후에 리스크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지난 20일 한국증권학회 토론 내용의 일부다. 국내 금융시장은 한마디로 '박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탈출구가 필요하고, 이제는 우리가 해외에 나가 금융산업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대형 IB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금융업체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초대형 IB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대형 IB 필요하긴 한데..‘걱정’ 문제는 대형 IB의 탄생이 아니라, 대형 IB를 우선 만들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이다. 더군다나 우선 만들고 보자는 식의 발언을 한 주인공이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라는 데 있다. “우선 해보고 보자 안 되면 그 다음에 대안을 살펴도 늦지 않다”는 안일한 태도가 우리 금융업계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금융 위기인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외환부채를 갚기 위해 은행은 매각되고 공장은 문을 닫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진 경영진은 단 한명도 없었다. IMF사태가 터진 직후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8.4명로 직전 연도 13.1명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IMF 사태를 사과하고 물러난 금융전문가는 없었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은 "금융산업을 망가트린 장본인들은 시간이 지난 후 명함을 바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책임 없는 행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자본시장 발전은 국가경제 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시장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국가경제의 활력이 높으며, 자본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자본시장 내 중개기관인 IB의 역할을 긴요하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수주 등 대형 딜(Deal)에서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산업에 있어 자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대형 IB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도 금융산업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대형 IB의 출현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좁은 국내 시장에서 금융업계가 박터지게 경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제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밝힌 통계상 수치에 따르면 대우, 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 5사의 자기자본은 글로벌 IB의 1/30 수준이어서 시장선도자가 부재하다. 은행, 생보산업의 경우와는 달리 증권산업은 시장선도자가 부재한 가운데 무의미한 완전경쟁 상태에 놓여있다.

공룡은행, 시한폭탄 돼 돌아올 수도 국내 증권업계는 자발적인 인수합병으로 대형사가 출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산업자본이나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에 소속돼 있어 대형화에 적극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정부에 의한 모멘템 제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정부 소유 금융그룹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대형 증권회사 출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 지원을 통해 선도 대형 증권사가 출현하면 자연스럽게 시장재편이 이루어져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역할이 나눠져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심이 된 대형화는 관치행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으며 합병이후에 정부가 입감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작은 금융사 하나 관리·감독이 안되는데 정부가 관여한 기관일 경우 부정부패를 제대로 감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본질적으로 규제라는 입장을 갖고 있고, 대형 IB는 자율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대형 IB를 정부에서 주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공룡 IB의 탄생으로 우리 금융산업 전반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의 금융위기 당시 리만브라더스 등 대형증권사가 국가 GDP의 10%를 차지했을 때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쳤는데, 우리가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IB가 탄생할 경우 국내 전체 GDP의 50%를 차지하게 돼 IB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가 될 것이다. 신한금융 연구원은 “금융사 하나가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설원식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시장 수요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형IB 탄생 후 이뤄질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설 교수는 “대규모만 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며 “외국 IB와 우리가 경쟁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우선 IB를 운영하기 위한 우수한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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