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버닝트리(Burning Tree)란 한국말로‘타는 나무’라고 번역되는데 아이젠하워와 케네디, 부시 등 역대 대통령들이 복잡한 업무를 벗어나 머리를 식히는 골프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장관 등 극소수의 명사들이 회원이라 일반인들은 출입조차 어렵다. 우리 일행 중 하나인 여성을 보더니 안내하던 고급관리과 무척 곤혹스러워했다. 알고 보니 여성 출입이 금지되는 골프장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파워가 날로 강해지는 요즘 남성만 출입이 허용되는 골프장이 있다는 게 놀랍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도 여성의 회원 가입은 불가능하지만 회원 동반 라운드는 가능하다. 골프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역시 “개와 여성(No dogs or women allowed) 출입금지”라는 팻말로 한동안 뉴스가 됐지만 2007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계기로 지금은 모두 해제된 상태다. 일단 골프장에 도착해 사정해봤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남장을 하고 오면 플레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매니저의 농담이다. 동행한 여성은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정문에서 혼자 돌아가야 했다. 미국에는 1만600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아직도 25개 정도는 여성의 출입과 플레이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버닝트리는 1923년 오픈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오거스타내셔널을 만든 앨리스타 매켄지가 설계했으며 파71에 전장 6400야드 규모로 평탄한 편이다. 중상급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그날따라 티잉그라운드를 상당히 앞쪽으로 빼놓은 걸로 보아 VIP멤버가 오는 것 같다고 귀띔해 준다. 페어웨이 양편으로 아름드리나무가 도열해 있고 그 사이로는 토끼만한 다람쥐가 나무 위를 오르락내리락 재롱을 부린다. 붉은 색 모래 벙커가 독특하다. 여성골퍼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 때문에 라운드 내내 마음이 편치를 않아 볼도 잘 맞지 않았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니 서비스하는 직원도 모두 남자다.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이 수없이 라운드를 희망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단 한 차례 여성이 출입된 적이 있는데 약 30여년 전 경비행기 한대가 18번홀 근처에 기관고장을 일으켜 불시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클럽하우스로 안내되는 유일한 예외규정이 적용됐다는 후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선물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물론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